‘영원한 생명의 정원’은 자연의 순환, 특히 썩음과 분해 과정을 통해 생태계의 근본적 작동 원리를 드러내는 정원이다. 낙엽, 병든 나무 껍질, 버섯, 곤충은 단순하고 하찮은 잔재가 아니라 생명을 지속시키는 연결망의 중심이다. 분해와 순환을 설계의 핵심으로 삼아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변화하고 썩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죽은 것들에서 생명이 움튼다
정원 경계를 이루는 링은 걷거나 앉을 수 있는 시설인 동시에 하부 목재의 분해를 통해 정원의 생태적 작용을 촉진하고 그 과정을 보여주는 정원의 핵심 요소다.
링 상부, 스틸 데크: 나무의 수피에서 모티브를 얻어 링을 조성했다. 수피는 나무를 외부로부터 보호하지만, 틈이 생기면 침입을 허용하기도 한다. 수피에 자잘하게 남은 침투의 흔적은 굳건해 보이는 나무 줄기 안에서 벌어진 치열한 생명의 역사를 보여준다. 이 흉터들을 패턴으로 형상화하고 데크에 무늬로 표현했다.
링 하부, 나무 더미: 하부에는 나무 분해 과정을 드러내는 조형물을 설치했다. 무너지면서 만들어진 변칙적 구조와 여러 생물이 경쟁적으로 잠식하며 우위를 다투는 모습을 담고자 했다.
경관이 교차하며 풍요로워진다
정원에 숲, 초지, 습지 세 종류의 경관을 엮고자 했다. 지형 변화와 돌담, 로그바 등의 자연적 지물을 통해 다채로운 미기후와 서식처를 조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생태계는 높은 종 다양성과 회복력으로 도시공원에 새로운 생태적 공간으로 기능할 것이다.
![[크기변환]생명 2.jpg](http://www.lak.co.kr/data/ebook_content/editor/20250701154809_etsvbfco.jpg)
* 환경과조경 447호(2025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설계 김윤빈
시공 뜰1994, 팀 파베르, 김윤빈
김윤빈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조경설계사무소를 거쳐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조경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자연과 장소를 기반으로 한 경험과 사회적 해법의 디자인으로서의 조경을 추구한다. 설계를 비롯해 분야를 넘나드는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통해 기획자의 관점과 실천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