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플라타너스 숲은 ‘제3의 자연’을 제1의 자연(원생림)과 제2의 자연(인공 녹지)이 공존하는 가운데 사람의 문화가 깃든 공간으로 구현한 정원이다. 정원 한가운데에 플라타너스가 자리하고 주근부를 과감히 비워 그 여백 사이로 초본 식물을 심었다.
뿌리가 다치지 않는 선에서
본래 저습지에 사는 플라타너스가 대상지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플라타너스의 뿌리 때문이다. 이 뿌리가 건조하고 단압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무수한 균근균류와 협동해 물과 양분을 옭아맸다. 수관폭 너머로는 수평근, 모근으로 구성된 영역으로 적극적으로 수분과 양분을 찾아다녔다.
따라서 주근의 지하부는 보호되어야 한다. 세근의 영역 지하부에 배수층을 만들고, 지상부로는 숲 바닥 식물을 심기로 했다.
두 가지 접근
두 조경가는 결은 닮되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정원에 접근했다. 한 사람은 풍경을, 다른 한 사람은 식물을 지었다.
정원 속에서 사람이 어디에 머물고 어느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며 어떤 순간에 감각을 멈추는지를 고려해 숙근초를 모든 흐름을 이어주는 풍경으로 삼았다. 숙근초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감각적 배경으로 기능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어지는 정원의 본질이 된다.
초본의 태피스트리를 중심으로 한 식재 전략을 세웠다. 숙근초는 살아 있는 생명이자 계절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재료다. 식물 하나하나의 구조와 빛, 그림자, 질감에 몰입하면서 사초류의 흐름, 반복과 대비, 수피의 리듬까지 정원의 가장 낮은 층부터 이야기를 엮어갔다. 시간의 결이 스며든 생명의 직물을 직조해 나갔다.
![[크기변환]plata 04.jpg](http://www.lak.co.kr/data/ebook_content/editor/20250701152351_rzhdmvri.jpg)
* 환경과조경 447호(2025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설계 이양희, 오세훈
시공 마이조경, 더퍼레니얼
후원 지이든
이양희는 2021년 스튜디오 천변만화를 설립했고, 다양한 분야 간의 협업을 통한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 도시 공간 내 지속가능한 여러해살이풀 식재에 대한 관심을 두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설계에 적용하는 이론의 실무화를 추구한다.
오세훈은 정원디자인 스튜디오 이듬해의 대표로, 정원가이자 식물교육자 및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연주의 정원 철학과 숙근초 중심의 식재 디자인을 기반으로, 정원 문화의 심화와 확산을 위한 다양한 창작과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