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는 총 20개의 기업정원이 조성되었다. 박람회장인 보라매공원 곳곳에 펼쳐진 이 정원들은 기업의 정체성을 공간으로 시각화한 사례이자, ESG라는 모호하고 부담스러운 과제를 도시 공간에서 어떻게 실천 가능한 형태로 바꿔낼 수 있는지 실험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이라 할 수 있다. 참여 기업 대부분이 정원 내에서 브랜드 노출과 이미지 개선을 목적으로 했지만, 몇몇 정원은 분명히 변화의 조짐을 드러냈다.
기업정원의 상업성과 공공성
기업이 정원을 조성하는 목적은 대체로 두 가지다. 하나는 기업 고유의 브랜드나 제품을 정원 안에 배치하거나 시각적으로 연상되도록 만들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기업의 직접적 홍보와 관계없이 순수하게 사회적 기여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기부에 가까운 이 형식은 공간에 대한 의도나 개입 없이 예산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노출도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롯데그룹은 2023년 잠실 롯데월드타워 앞 광장에 ‘베르테르의 정원’을 조성했다. 이 정원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기념하는 문화 설치물로 기획됐으나, 그 연출 방식과 장소 활용을 통해 롯데그룹의 정체성과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장치로 작용했다. 반면, 일본 자동차 기업 마쓰다는 히로시마 공장 인근에 시민과 함께 장기적으로 숲과 정원을 조성하면서 브랜드 노출 없이 생물 서식처와 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하는 기부형 공간을 운영해 왔다. 전자는 브랜드 홍보 전략의 연장선으로 정원을 활용한 사례이고, 후자는 공공성을 두 방식 모두 존재할 수 있지만, 정원이 도심의 공공 공간에 조성되는 이상 그 표현의 수위 조절과 공공성
과의 조율이 필요하다. 지나친 홍보는 도시 경관과 시민 경험을 해치는 요소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모든 표현을 제거한 채 기계적으로 기부하는 방식은 공공성과 기업의 정체성이 모두 희미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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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기업의 참여 동기: 홍보에서 전략적 ESG 실천으로 기업이 정원에 참여하는 이유는 과거에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일환이었다. 홍보 예산을 활용해 사회 공헌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했고, 정원은 그 수단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ESG 경영이 강화되면서 정원이 주요한 실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TCFD)와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시(TNFD )등 국제 기준이 확대되면서, 기업은 기후 위기 대응뿐 아니라 생물 다양성, 자연 자산에 대한 책임 있는 보호를 요구받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의 산림 조성이나 기부 중심 참여에서 벗어나 도시 기반의 자연 공간―예컨대 정원과 도시숲―이 ESG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정원은 이러한 변화 흐름 속에서 낮은 진입 장벽, 빠른 실행 가능성, 시민과의 접점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ESG 공간 실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올해 서울시가 참여 기업들과 체결한 ‘기업동행정원 조성 업무협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두나무는 ‘세컨포레스트: 디지털 치유정원’을 매개로, NFT 기반 기금 조성과 자생 식물 보전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협약서에 명시했다. 대우건설은 정원을 통해 기후 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 실천을 공간 설계로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AIA생명은 ‘다시 생각하는 건강정원’ 조성 외에도 임직원 식재 참여, ESG 기부금 출연 등을 함께 계획하며, 정원 조성을 브랜드 철학과 연결된 웰니스 전략의 일부로 삼았다.
다른 참여 기업들도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ESG 실천을 정원 조성의 기본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예산 제공이나 이미지 홍보를 넘어, 기업이 도시 공간에서 실질적인 ESG 실천을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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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과조경 447호(2025년 7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편집자 주. 이호영의 원고에 편집부가 고른 기업정원의 사진과 설명을 더해 리포트 형식의 지면을 구성했다.
이호영은 조경 분야에서 20년 넘는 실무 경력을 쌓았으며, 현재 HLD 대표로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HLD 설립 전에는 조경설계 서안, AECOM, office ma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8년에 제1회 젊은 조경가상을, 2023년에 서울시장상을 수상했다. 한국조경협회 수석부회장, 서울시 공공조경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