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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의 심장부, 번잡한 거리와 고층 빌딩 사이에 숨 쉬는 초록의 오아시스, 브라이언트 공원(Bryant Park)이 있다.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나의 일상을 채우는 활력소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이 공원이 왜 이렇게 내게 특별한지 그리고 왜 수많은 뉴요커와 관광객이 이곳에서 웃고 쉬고 꿈꾸는 지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자마자 깨달았다. 공원의 매력은 단순히 아름다운 잔디나 계절별 이벤트가 아니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람들의 삶과 에너지에 있다는 것을.
삶의 일부가 된 브라이언트 공원
나는 맨해튼 동남쪽 스튜이타운(Stuytown) 아파트 단지에 살며, 미드타운 40번가에 위치한 필드 오퍼레이션스 사무실까지 거의 매일 걸어서 출퇴근한다. 처음 뉴욕에 왔을 땐 뉴욕시의 공유 자전거인 시티 바이크(Citi Bike)로 출퇴근을 시도했다. 자전거를 타고 맨해튼 거리를 질주하는 상상은 꽤 멋졌지만, 현실은 사용 가능한 자전거를 찾기 위해 10분씩 헤매는 전쟁터였다. 결국 자전거를 그만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집에서 매디슨 스퀘어 공원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지하철로 갈아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뉴욕의 악명 높은 교통 체증, 거리 시위, 지하철 고장 같은 변수로 인해 소요 시간이 25분에서 50분까지 들쑥날쑥했다. 게다가 낡고 냄새 나는 지하철도 감내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분 전환 삼아 사무실까지 걸어가니 40분이 걸렸고 걷기가 가벼운 운동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 후로 걸어서 출퇴근하는 게 일상이 됐다. 이 루트의 묘미는 뉴욕에서 가장 사랑받는 두 공원, 메디슨 스퀘어 공원과 브라이언트 공원을 자연스럽게 지나친다는 점이다. 출근길엔 메디슨 스퀘어의 아침 햇살을, 퇴근길엔 브라이언트 공원의 활기를 만난다. 점심시간엔 동료들과 공원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사람 구경을 하곤 한다. 이 공원들은 내 일상에 녹아들어 마치 숨 쉬듯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가 됐다.
브라이언트 공원의 진짜 매력
브라이언트 공원에 앉아 글을 쓰던 중, 문득 깨달았다. 내가 이 공원을 사랑하는 이유는 단순히 벤치에 앉아 사색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순간 때문이 아니었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사람들이다.
대학생 시절, 주말이면 별다른 계획 없이 명동으로 향하곤 했다. 커피숍 창가에 앉아 유리창 너머로 몰려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개성 넘치는 젊은이들, 호기심 가득한 외국인 관광객들, 노점 상인의 익살스러운 호객 행위, 신기한 길거리 음식을 맛보는 사람들, 그 모든 장면이 묘한 열망과 활력을 내게 불어넣었다.
브라이언트 공원도 다르지 않았다. 이곳은 연중무휴로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뉴욕 공원 특유의 철제 의자에 앉아 있으면, 5분 만에 피자를 해치우고 떠나는 직장인, 여행에 지친 유럽 가족, 영상 통화로 고향에 소식을 전하는 유학생, 선글라스를 끼고 책을 펼쳤지만 주변만 두리번거리는 사람, 잔디밭에서 럭비공을 던지다 관리인에게 저지당하는 청년들, 초콜릿을 파는 남미 이민자와 그 손을 꼭 잡고 따라다니는 다섯 살쯤 된 아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이력서를 고치는 사람. 이 모든 이들이 짧은 순간 스쳐 지나간다. 그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나는 내 삶을 돌아보고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며 묘한 위로와 에너지를 얻는다. 누군가는 여유롭게 웃고, 누군가는 열정 넘치는 얼굴로, 누군가는 울상 지으며 지나간다. 나도 그들과 함께 웃고 힘을 내고 슬픔에 공감한다. 이게 나만의 휴식이며 에너지 충전 방식이다.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이유로 이곳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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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과조경 447호(2025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이홍인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의 오피스박김, 호주의 맥그리거 콕샐(McGregor Coxall)과 하셀(Hassell), 미국의 하트 하워튼(Hart Howerton)에서 경력을 쌓은 뒤 필드 오퍼레이션스(Field Operations) 뉴욕 오피스에 입사해 BIM 전문가로서 래빗을 실무에 도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테크놀로지를 적극 활용하여 실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