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포스코 스퀘어 가든
POSCO Square Garden
  • 얼라이브어스
  • 환경과조경 2025년 5월호
[크기변환]square 1(메인).jpg
Ⓒ김종오

 

 

현재 조경가들은 절호의 시기를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 지구적 기후 변화 위기 속 만년 유망주 조경은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주역이 될 것 같기도 하다. 19세기 후반 극심한 도시 문제에 대처하며 일어났던 도시미화운동(City Beautiful Movement)은 현대 조경의 양상과 닮았다. 200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현장에서 실천적으로 활용할 기회가 많아졌다. 조경이 개입하는 모든 유형의 공간에서 이러한 기류가 체감된다. 조경의 가장 큰 무기인 녹색의 자연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이자 기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 전체의 방향성을 지시해야 하는 공공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민간의 영역에서도 조경의 중요도는 나날이 더해지고 있다. ESG를 필두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은 자연을 향하고 있고, 조경가들은 이를 가장 잘 다루는 전문가다.

 

포스코는 일을 맡게 된 설계사무소로서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도 여러모로 감사한 기업이다. 그들은 본인들이 소유한 공간을 개방해 가능한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사회적, 환경적 기여를 기업의 의무로 요구하지 않았던 시대 때부터 그랬다. 그들은 공공을 위한 다수의 공간을 만들었지만,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기업이 공공을 위한 기회를 마련한다면 어떠한 가치로든 기업에게도 환원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기업 공간을 계획할 때 공공과 기업 모두에게 이로운 순환 고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포스코라는 브랜드

우리는 포스코와 함께 일을 종종 해왔다. 포스코 스퀘어 가든(이하 스퀘어 가든)은 설계 시점 기준으로는 네 번째, 준공 기준으로는 두 번째 맡는 작업이다. 같은 대상을 두고 매번 차별화된 콘셉트와 전략을 계획해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때 고민이 깊어진다. 포스코와 함께 한 첫 프로젝트인 파크1538 포항(『환경과조경』 2022년 9월호)은 코르텐이라는 철강 소재를 사용해 기업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구현했다. 포스코 인재창조원 역시 철이라는 기업의 대표 소재를 앞세워 표현했고, 파크1538 광양은 건축과 함께 굽이치는 땅의 움직임을 통해 그들의 역동성을 전달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지주사 분리 등 기업의 내부 구조가 바뀌었고, 포스코는 더 이상 철강만이 아닌 AI, 이차전지, 수소 등 한층 더 미래를 꿈꾸는 산업으로 변모를 시작했다. 그들에게 여전히 철은 중요했지만, 꼭 철이란 재료를 부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못 상충되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크기변환]square 2.jpg
포스코 스퀘어 가든은 문화예술 산책로, 버스킹 가든, 갤러리 가든, 선큰 가든을 통해 도심 속 산책형 오픈스페이스를 제공한다. Ⓒ얼라이브어스

 

 

[크기변환]square 4.JPG
건물 세 면을 따라 놓인 300m 길이의 산책로에서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대상지의 규모를 고려해 산책의 경로가 최대한 길어지도록 동선을 계획했다. Ⓒ김종오

 

철의 유연함과 안온한 산책로

그래서 시선의 초점을 달리하며 철의 강함보다 유연함 에 초점을 맞췄다. 철은 그 무엇보다 단단한 강성의 소재이지만, 무엇으로도 주조될 수 있는 유연한 재료이기도 하다. 테헤란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곳에 미려한 굴곡을 가진 선형의 덩어리를 흘려보내 용융된 상태를 은유하고 그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담아냈다. 최대한 순백에 가깝게 조색해 청정함을 표방하며 친환경적 신사업들을 추구하는 그들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토심을 확보하는 플랜터인 동시에 걷다가 잠시 앉을 수 있는 벤치이지만 구체성과 지시성 을 덜어냈다. 가능한 추상적인 볼륨으로 이색적인 심상 만을 전달하고자 했고, 독특한 조형물 하나가 도심 사이를 꿰뚫고 나아가길 바랐다. 한국의 상징적 가로 중 하나인 테헤란로에 인상적인 장면을 남기고자 했다. 전체적으로 이용자들이 산책을 즐기며 거니는 공간으로 계획했다. 프로젝트에서 주어진 과제이기도 했지만, 사실 번잡한 도심 한복판에서 분명히 필요한 경험 이기도 하다. 온종일 앉아서 일하는 수많은 직장인,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 빈약한 인근 지역 주민을 고려한다면 답은 꽤 쉬웠다. 산책은 걷는 행위 자체가 목적인 발걸음이기에 공간에서 그 걸음과 심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했다. 길의 선형을 아주 선명하고 명료하게 구성하고, 산책로 주변에 두터운 식재를 더해 서정적이고 안온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건물의 세 면을 감싸고 도는 산책로는 각 면마다 서로 다르게 연출된 식재 구간을 통과하며 서울 한가운데에서 잠시나마의 여유로운 일상을 선사한다. 


스퀘어 가든은 크게 네 개 공간으로 이루어지며 문화 예술 산책로, 버스킹 가든, 갤러리 가든, 선큰 가든이 있다. 선큰 가든은 조경의 작업이 거의 더해지지 않았 다. 서로 동시에 바라보이지 않는 공간들이기에 각 면 마다 다르게 기획하더라도 이질적 산만함보다는 차별적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특 정한 공간에 힘을 주는 대신 공간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산책로를 통해 여러 공간을 엮어 완성도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문화예술 산책로

테헤란로에 인접한 전면부의 문화예술 산책로는 모든 공간과 기업의 인상을 보여주는 정면이기에 단단하고 정연한 모습으로 연출했다. 일부 관목과 초화류를 제외하면 소나무와 줄사철이라는 상록의 교목과 지피류, 단 두 켜의 식재로만 구성해 단정하면서도 기품 있는 분위기를 표현했다. 기존에 조성된 공간의 무게감이 인상적이었기에 본래의 식재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되 계절감만 조금 더하는 약간의 변주만 시도했다. 시간과 계절의 변화는 자연의 본질이지만, 전면부 공간만은 겨울 동안에도 스러짐 없이 오롯할 수 있도록 상록 수종 중심으로 계획했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소나무 위치를 옮기지 않고 그 사이 사이를 돌아나가는 산책로를 새로 구성해 대상지가 품 고 있었던 땅의 시간이 계속 유지되게 했다. 백색의 비정형 구조물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지향점을, 소나무와 짙은 녹색의 식재는 지금까지 쌓여온 역사적 과정을 보여줄 수 있게 함께 배치했다. 


 

[크기변환]2.JPG
전면부 문화예술 산책로는 시선을 사로잡는 역동적 조형의 구조물과 함께 안쪽 소나무 식재 구간 하부에 산책로를 만들어 다른 공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했다. Ⓒ김종오

 

버스킹 가든

건물 서측 버스킹 가든은 이름의 의미처럼 연중 야외 공연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 객석이 필요했다. 카페와 인접해 산책로 모든 구간에 앉아 쉬며 식음료를 즐기 기에 좋은 외부 공간이 되도록 조성했다. 전면부 문화 예술 산책로 구조물이 상징적인 조형에 가깝다면 버스킹 가든 구조물은 매우 기능적인 앉음벽이다. 산책로 양측의 식재 설계를 달리해 이용자들의 흥미를 유도하고자 했다. 건물에 인접한 부분의 식재 설계는 천리포 수목원과 협업해 드라이 가든으로 조성했다.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관목 및 초화류에 조형석을 같이 배치 해 이색적인 정원의 장면들이 이어지게 했다. 다른 한 측면은 길을 따라 배롱나무를 열식해 건물 정면의 흐름이 따라 들어오게 했다. 전면부의 소나무를 유지한 것과 같이 그 소나무 뒤에 있던 배롱나무도 그대로 존치했다. 이 배롱나무를 따라 이용자의 시선과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버스킹 가든으로 자연스럽게 진입하게 했다. 공연 시 관람 시야를 방해하지 않게 하부 식재는 최소화했다. 


갤러리 가든

동측부 갤러리 가든은 곳곳에 산개됐던 조형물을 재배 치한 조각정원으로 계획했다. 개별적으로는 주목할 만 한 조형물들이었지만 체계 없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빛을 발하지 못했다. 한 장소에 모아서 각 조형물뿐 아니라 그것을 담아낸 공간도 함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 산책로와 식재, 조형물이 조화를 이루며 연계될 수 있게 고민했고, 한번에 모든 작품이 보이지 않게 했다. 한 가지 요소를 감상한 뒤 언뜻 보이는 다음의 요소가 호기심을 자극하되, 전체가 한꺼번에 노출되 어 걸음의 흥미가 떨어지지는 않도록 시퀀스를 조율했다. 조형물 배면에는 벽을 두어 다른 요소들로 흩어질 수 있는 시선을 붙잡아 작품 자체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분비나무, 귀룽나무, 노각나무 등 한국 자생종 중 심으로 식재를 구성해 또 다른 매력의 장면을 선사하면서 우리 본연의 숲 경관을 보여주는 정원으로 표현 했다. 다간형 교목과 대관목을 활용해 조형물로 시선을 조정하는 동시에 주어진 규모보다 더 깊은 공간감을 부여하고자 했다. 수수하고 청초하다는 누군가의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크기변환]square 8.JPG
버스킹 가든은 연중 기획되는 야외 공연과 함께 카페의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정원이다. Ⓒ김종오

 

 

[크기변환]square 9-1.JPG
산개됐던 조형물을 재배치해 조각정원으로 만든 갤러리 가든 Ⓒ김종오

 

리듬감을 만드는 콘크리트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소재의 선정이 중요했다. 현재까지 이어온 가장 굳건한 정체성이 더 소중한가. 새로운 출발을 알리며 생신한 야심이 더 앞서야 하는가. 양단의 가치에 대해 기업 내부의 의견이 분분했고 그 어느 하나 틀린 것은 없었기 때문에 결국 두 가지 모두를 담아야 했다. 틀에 담아 형태를 만드는 제작 방식은 철의 주조와 유사하지만, 질감과 색 상은 전혀 다르기에 철을 연상시키지 않는 콘크리트를 활용했다. 이 재료와 맞붙을 상록수 식재 구간의 짙은 초록색을 고려해 색채적인 대비도 의도했다. 앉음벽 역 할을 해야 했기에 앉는 구간과 기대어 설 수 있는 구간의 단면을 작성한 뒤 평면의 선형과 연동시켜 3차원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단면과 평면, 구간의 관계를 조작해 조형의 움직임과 형상을 조정했다. 시공사와 협의 후 현장에서 타설하며 디자인적 의도뿐 아니라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에 대응하며 기다란 리듬감을 다듬어 나갔다. 


브랜딩 스케이프

각 기업은 고유한 유무형의 가치와 자산들을 지니고 있다. 이미 겉으로 드러난 것들도 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듣는 이야기에서 채집하는 것도 있다. 이는 머리와 마음에 담겨있는 추상적 개념일 수도 있고, 시간이 쌓여 축적된 철학적 태도일 수도 있으며, 우리가 다 루는 공간과 무관한 산업적 생산물일 수도 있다. 이를 잘 듣고 읽어내며 해석하여 실재하는 땅에 공간으로 내려놓는 게 조경가의 역할이다. 누군가가 마음에 품고 있는 비전과 내러티브를 공간으로 구현해 인상을 만들 어내고 이용자들이 다가올 수 있게 계획한다. 새로운 장소의 경험은 방문자에게 다시금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직간접적으로 그 너머에 있는 브랜드의 존재를 인식하게 한다. 이처럼 우리는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브랜딩 랜드스케이프’를 추구하며, 지금도 현재 진행형에 있다.  


 

글 얼라이브어스


조경 설계 얼라이브어스

건축 설계 포스코A&C

시공 포스코E&C

발주 포스코

위치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440

면적 17,454.80㎡

완공 2023. 8.

사진 김종오


얼라이브어스(ALIVEUS)는 현대 도시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건축, 조경, 도시재생 및 문화 계획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이너 그룹이다. 단단한 기준, 관철하는 감각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풀어나간다. 우리는 서로의 특성을 인식하고 평등한 소통과 유연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융합을 통해 지속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가며 균형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통해 학제간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하이엔드 디자인을 구현한다.

월간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