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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96년생 이조경
  • 환경과조경 2023년 04월

이번 호 특집을 준비하고 매만지면서 본 선배들의 이야기에 조경학과를 졸업한 나도 공감한 부분이 많다. 특히 ‘만약 지금 대학생이라면 무엇을, 왜 해보고 싶나요’에 대한 답을 읽으며 대학 시절의 내가 저런 조언을 들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기도 했다. 조경 전문지 에디터인 나는 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이곳저곳을 둘러본 끝에, 전공에서 조금 빗겨났지만 그래도 조경 동네에 머물고 있다.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몇 문항에 답을 해보았다.

1 『환경과조경』 4월호 마감을 코앞에 두고 있다. 에디터는 남들보다 한 달 일찍 산다. 월 초에는 자료 수집과 필자 발굴로 바쁘다. 4월호 편집과 동시에 5월호 기획을 점검한다. 그리고 잡지 콘텐츠를 웹에 업로드하기 적합한 형태로 가공해 디자인한다. 환경과조경 공식 인스타그램(@lak_korea)에 업로드하는 잡지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데, 좋아요와 팔로워의 숫자에 예민해졌다. 특히 지금 가장 공 들이고 있는 콘텐츠는 유튜브1다. 영상 길이는 짧지만 기획과 제작에 그보다 몇 배의 시간이 소요되는 게 ‘넘기다, 살짝’이다. 그달의 잡지를 예고편처럼 소개하는 영상인데, 몇 차례의 회의를 거쳐 인트로를 찍고, 제작에 필요한 이미지를 추리고, 콘티를 정리해 영상 편집자에게 편집계획서를 넘긴다. 3월부터 최신호와 과월호 특집과 연재의 한두 문장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30초 남짓의 ‘하루 한 문장’ 쇼츠 영상도 정성 들여 만들고 있으니 많은 구독 부탁드린다.

메일함에 도착한 원고를 읽으며 부족한 자료는 없는지 필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점검하고, 교정 및 교열을 하고, 디자이너에게 넘겨 함께 디자인 레이아웃을 고민한다. 교정지가 나오면 몇 차례 교정을 보며 오타와 비문을 찾고, 글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미지 배치를 다시 고민해보고, 전반적으로 통일성 있는 잡지를 만들기 위해 에디터들과 의논하며 잡지를 완성해 나간다. 틈틈이 인스타그램 게시물도 업로드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마감을 마치면 한 달이 끝난다. 다시 새로운 기획과 특집을 위한 자료 수집을 시작해야겠다.

2 “한때 두루뭉술하게 국어 교사나 광고 기획자를 꿈꾸던 문과생은 수능 참사라는 핑계로 공대까지 기웃거리게 된다.”(31쪽) 한 필자가 이렇게 답했다. 사실 나도 비슷했다. 수능 참사로 여러 학과를 기웃거리다 학과 홈페이지에 있던 식물이 가득한 곳에서 수업하는 사진에 끌려 조경학과에 입학했다. 그림엔 소질이 없는데, 도면 그리기와 스케치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조경학과를 다니며 나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했다. 캐드, 일러스트, 포토샵 등 디자인 프로그램을 잘 만지는 것이다. 디자인 툴이 조경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 능력 덕에 나름 만족스러운 패널들을 만들면서 조경에 재미를 느끼고 정을 붙여나갈 수 있었다.

3 어렸을 때부터 꿈꾼 교사에 대한 꿈을 저버릴 수 없어 교직이수를 했다. 졸업 후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 (뽑지 않아서 더 좁았던) 합격의 문을 열지 못했다. 결국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꿈을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대학 시절 즐거웠던 적이 언제인지 돌이켜보니 환경과조경 통신원 활동이 떠올랐다. 기사 작성을 위해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질문 준비부터 인터뷰이 섭외 등 풍성한 글을 구성하기 위한 기획에 꽤 열정적이었다. 특히 인터뷰이의 우물쭈물한 답변에 추가 질문과 호응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끌어냈을 때 처음 느껴보는 짜릿함을 맛봤다. 과제 속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내게 새로운 기분을 선물해준 이 기억에 푹 빠져 있었는데, 운명처럼 환경과조경 에디터 공고가 올라왔다. 타이밍과 운이 잘 맞물렸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던 것 같다.

5 필자들의 답변에서 가장 공감한 부분이 72시간 프로젝트, 시민정원작가 디딤돌 프로젝트 등 대학생 때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를 추천하는 이야기다. 물론 일이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고 과제와 시험으로 바쁜 일상은 더욱 분주해지겠지만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성향과 능력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도 대외활동 덕에 기획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이끄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전공과 관련된 것이 아니어도 좋으니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길 권한다. 이왕이면 대학생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을 많이 누려보기를

 

각주 1. 환경과조경 공식 유튜브 채널, www.youtube.com/c/환경과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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