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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뇌헤타] 스뇌헤타의 조경 철학
  • Snøhetta
  • 환경과조경 2023년 03월

스뇌헤타 산

1980년대 후반 스뇌헤타 설립 이후, 조경은 우리를 지탱하는 핵심이었다. 조경은 스뇌헤타 내 우뚝 선 전문 분야일 뿐만 아니라 스뇌헤타를 정의하는 그 자체다.

 

우리의 조경 작업 방식 중 하나는 ‘문지방(threshold)’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다. 부지와 맥락, 건물과 경관, 공공과 민간, 문화와 물성,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게 될 것 사이의 문지방, 즉 유연한 경계를 다룬다. 매체로서 경관의 상호의존성과 섬세함이 이 개념에 녹아든다.

 

스뇌헤타라는 이름은 노르웨이의 홀로 선 고산에서 따온 것이다. 스뇌헤타 산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지만 누구나 닿을 수 있는 경관이다. 그곳을 여행하는 모든 사람과 연결되어 있는 공유지의 일부다. 주변을 둘러싼 툰드라와의 문지방은 불분명하지만 정체성이 뚜렷한 경관을 보여준다. 우리의 조경은 이런 경관의 이중성을 투영해 뚜렷하면서도 유연한 문지방의 개념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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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뇌헤타 내 도서관 ©Marte Garmann Johnsen

 

개인과 집단의 직관

경관은 유연하고 섬세하게 엮이고, 연결되는 동시에 구별된다. 스뇌헤타의 디자인 작업은 이러한 단일성과 집단성 사이의 경계점을 탐색하고 실험한다. 스튜디오 내 개인은 각자 훈련하고 전문성을 갖추지만, 스뇌헤타라는 전체로 보일 때 가장 돋보인다.

 

스뇌헤타의 조경가들은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래픽과 디지털 디자이너, 예술가와 제품 디자이너 사이에 있다.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와 꾸준히 협력하면서 조경가의 전문성을 발휘해 작업을 이끈다. 이들 사이에서 조경은 전문성, 전문 기술, 이해도를 갖춘 견고한 전문 직능이다. 모든 프로젝트에서 조경은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대중의 접근성과 공공에 제공하는 혜택을 고려한다. 또한 식생, 새와 동식물 같은 생명체를 염두에 두고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한 공간을 디자인한다.

 

전문 분야의 협업에서 비롯되는 긴장감과 에너지는 종종 디자인 개념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각 분야가 가진 관례에도 불구하고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적절히 발휘할 때 다른 분야와 유연하게 연계할 수 있다. 조경은 스뇌헤타의 모든 작업과 깊게 연관되어 있고, 우리는 아주 단순한 설계로 조경을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높은 봉우리는 산과 계곡을 구분 짓게 하지만, 계곡이 끝나는 지점과 산의 능선이 시작하는 지점은 구별하기 쉽지 않다. 조경에 대한 우리의 철학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는 개별적인 디자인보다 다양한 경관 속 한 요소로서 디자인을 추구한다. 우리가 조경가라는 역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다양한 분야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디자인 전략을 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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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as Eckhoff

 

자연과 문화의 교차점

경관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경관은 자연이라는 캔버스에 겹쳐진 인간의 활동과 개념이다. 동시에 경관은 문화이자 자연이며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본 매체이자 종종 사회가 관여한 결과다. 스뇌헤타는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발견이 문화와 자연 경관의 문지방에서 발생한다고 믿는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가속화되며 문화와 경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 기술은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핵심 도구로, 실용적 해결 방안이자 사람들이 더 정체성 뚜렷한 경험을 하도록 돕는 요소다. 그것은 문화와 물성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희석하는 도구이며, 현재에 과거를 녹이고 존재하는 것에 존재하게 될 것을 녹아들게 한다.


노르웨이 북대서양 연안의 트라엘비코센(Traelvikosen) 프로젝트가 좋은 사례다. 섬세하게 배치한 석재 블록은 기존 경관에 조용히 개입해 바다의 자잘한 바위 노두와 해안을 연결한다. 이 디딤돌은 방문객이 도착한 그 시점에 발생하는 일시적 변화와 시간에 대한 내러티브를 전달한다. 기후와 조수, 먼발치의 산은 이 경관을 어떻게 이해하고 경험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디자인은 더 넓은 경관을 읽는 방법이자 방문객에게 경관을 그 자체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조경가로서 우리는 자연을 이해하고 읽고 분석하는 방식을 배웠다. 전 세계 9개의 스튜디오를 둔 스뇌헤타는 캐나다의 대초원에서부터 호주의 유칼립투스 숲까지, 동물과 식물, 지구과학, 지리, 기후, 역사와 문화와 같은 고유한 특성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광범위한 자연을 고려하는 일은 이용자의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되기도 한다. 이때 인간과 자연을 잇는 중요한 도구로 내러티브를 사용한다.

 

우리는 부지와 건축적 개입을 연계하는 핵심 도구로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를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점에서 스뇌헤타는 어떤 고정된 형식을 고수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각 디자인과 표현은 대상지, 이용자, 장소 그 자체에서 출발해 선입견 없는 자유로운 스튜디오 내의 유연한 협업으로 발전한다.

 

물성과 이용자 사이의 대화

조경은 물리적 세계와 추상적 세계의 문지방에 있다. 모든 프로젝트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사람, 커뮤니티, 문화이기 때문에 모든 작업과 과정에서 이용자의 측면을 고려한다.

 

대화는 상호 교환, 즉 의사소통을 의미한다. 우리는 사람 사이의 대화뿐 아니라 경관과의 대화도 필요하다고 믿는다. 경관은 오랜 시간 인간의 생활상과 신념, 가치를 덧칠해온 캔버스다. 경관을 이해하는 일은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지역 사회와 장소의 내일을 설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대상지의 위치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루즈벨트 대통령 도서관은 과거와 현재의 가치와 이야기를 공간에 투영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경관은 보존의 가치와 대통령 개인의 인상을 전달하는 매체로 활용된다. 방문자는 건축과 조경이 한데 어우러진 다양한 서식지를 목격하고 스스로 해석하게 된다. 사람들은 대상지를 이해하고 그 활동에 참여하며 보존, 교육, 유산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스뇌헤타의 모든 디자인은 사람, 과정, 프로젝트에서 출발해 발전한다. 여기서 사람은 클라이언트, 이해관계자, 디자인 팀, 컨설턴트, 사용자를 의미한다. 즉 하나의 프로젝트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성을 의미한다. 상호 관계의 기본은 대화와 소통이다. 수많은 유형의 프로젝트에서 조경은 대화와 소통의 동력으로 작동한다.

 

스뇌헤타에서 대화는 조경 철학의 핵심이다. 이러한 대화는 디자인에 관여하거나 영향을 받은 사람과 프로젝트 자체를 연계하는 가교가 되어준다. 주변의 물리적 환경과 그 자체로서의 중요성, 사람들과의 관계 사이의 연결을 유지하는 것을 돕는다.

 

경관과 인간

우리 세계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은 어느 시간에 한 장소를 물리적으로 점유하는 방식에 의해 정의된다. 물리적 힘은 실질적 연계 방식을 규정하지만, 경관과 지형은 그 실현 방식을 정의한다. 

 

전치사는 경계 그 자체이며, 인간과 경관 간의 관계와 맥락과 세계의 관계를 규정한다. 즉 그 위든 아래든, 넘어서든 옆에서든 통해서든, 우리와 세상을 연결하는 그 모든 관계는 전치사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스뇌헤타 조경의 개념과 접근 방식이자 디자인을 실현하는 근본 도구다. 조경은 경관의 순수한 본질에 대한 우리의 철학이자 이를 실현하는 장치다.

 

스뇌헤타 산의 만년설은 봄에 녹고 겨울에 쌓인다. 한 개체가 시작하고 끝나는 시점은 언제나 순간이지만 또 언제나 뚜렷이 구분된다. 물리적 경관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뚜렷한 순간들로 구성되지만 동시에 구별되지 않는다. 이 개념은 우리의 작업 방식을 보여준다. 경계와 경계를 넘나들며 존재하고, 우리와 함께하는 다른 분야와 어우러지는 동시에 우리만의 고유한 전문성과 가치로 구별된다. 우리는 이런 경계를 식별하고, 탐색하고, 다시 정의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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