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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에 머물러 있는 집
프로젝트 스페이스 ㅁ(미음), ‘오후 4시’ 잉고 바움가르텐 개인전
  • 환경과조경 2023년 02월

오후 2시는 점심을 먹은 뒤 졸린 시간이고, 3시는 일하는 시간, 5시는 퇴근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오후 4시는 어떤가. 잉고 바움가르텐(Ingo Baumgarten)은 4시를 어떤 조짐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무엇이 일어난 뒤도 아니다. 바움가르텐은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건축물들이 오후 4시에 머물러 있음을 표현한다. ‘오후 4시’ 전에서 다룬 건축물들은 한국이란 공간에 있는 집이다. 사물화된 공간에 사는 존재들은 그 사물성에 지배 받아 사물화된다. 모든 공간은 시간의 영향 아래 있다. 그의 시각을 빌리자면 인간은 어디에 살고 있든 오후 4시의 공간 속을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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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벽에 제목 없이 작품이 전시되어 작품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공간을 주제로 그리는 독일인 작가

바움가르텐은 1964년 서독에서 태어나 독일 카를스루에(Karlsruhe) 국립미술대학교에서 미술 학위를 받고 도쿄 예술대학원에서 미술 석사를 받았다. 그 후 프랑스 파리, 영국 노리치(Norwich)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바움가르텐은 가까운 주변 환경으로부터 모티브를 얻는데, 일상생활에서 가장 가까운 것이 건축물이라 생각한다. 건축물들은 문화의 현상, 징후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건물을 단순한 공간이 아닌 인간의 일상, 도시의 문화, 사회 이념이 투영된 사회적 구조물로 여긴다. 이러한 점에서 바움가르텐이 그려낸 건축물은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욕망과 소망, 생활과 환상을 어우르는 표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도시의 풍경을 관찰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사람들의 욕망의 변화를 건축물의 외곽으로 드러냈다.

작업 순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집과 빌딩, 학교, 지하철역, 교량 등 다양한 건축물 사이에서 자신의 심미안을 자극하는 것들을 선택한다. 대칭과 비대칭의 구조, 다양한 건축 자재와 색감이 만들어내는 조화와 리듬 등 조형적 요소들을 일차적으로 주목한다. 동시에 건축 스타일이 나오게 된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며 심미적 표피 속에 숨겨진 의미와 가치들을 발굴하고 총체화해 작품으로 표현한다.

 

 

환경과조경 417(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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