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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기계생명체가 던지는 질문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
  • 환경과조경 2022년 11월

영화와 애니메이션 속 거대한 기계는 투박하고 귀가 떨어져나갈 굉음을 내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한다. 금방이라도 나를 향해 위협을 가할 것 같은 면모는 기계를 자연과 대척점에 놓인 무서운 존재로 인식하게 한다. 반면 1990년대 초부터 최우람이 만들어온 ‘기계생명체(anima-machine)’는 부드럽고 유연하며 조용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자아낸다.

지난 9월 9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최우람의 고유한 세계관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MMCA 현대차 시리즈1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가 열리고 있다. 최우람은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세밀한 움직임을 보이는 살아 숨 쉬는 듯한 기계를 만들고, 독특한 이야기를 더하는 작업을 해왔다. 자동차 엔지니어인 할아버지와 화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최우람의 어린 시절 꿈은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였다. 수학을 좋아하지 않아 공과대학에는 가지 못했지만, 전공으로 미술을 택한 그는 과제를 하다 우연히 접한 키네틱 아트에서 접어 두었던 꿈을 실현할 실마리를 발견했다. 최우람은 모든 생명체의 본질이 움직임에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가 구축한 치밀한 메커니즘은 기계 역시 생명체처럼 완결된 아름다움을 자아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관객들은 기계생명체들을 보며 생명의 의미와 살아 있음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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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람, ‘작은 방주’, 폐종이박스, 금속 재료, 기계 장치, 전자 장치(CPU 보드, 모터), 210×230×1,272cm, 2022

 

전시 첫 공간인 서울박스에 발을 내딛으면 기괴한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소음의 진원지로 고개를 돌리면 18개의 지푸라기 인형이 기이한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는 ‘원탁’을 볼 수 있다. 인형들이 무릎을 접었다 펴기를 반복할 때마다 등에 진 검은 원탁의 기울기가 변하고, 그 위를 지푸라기 공이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굴러다닌다. 저 공이 무엇이기에 저렇게 절실히 지키는 것일까. 호기심을 품고 다가가면 지푸라기 인형 모두 머리가 없는 상태이며, 공인 줄 알았던 구체가 사실 머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머리가 없는 지푸라기 몸체가 등으로 원탁을 밀어 올리는 모습은 마치 원탁 위 머리를 차지하기 위한 행동 같아 보이지만, 그 결과는 머리를 더 멀리 밀어내 버리는 역설적인 상황을 가져올 뿐이다”라는 해설이 제공되고 있지만, 의미없는 노동을 반복하는 지푸라기 인형을 보고 있으면 과연 그들이 자의로 저 원탁 아래에 머물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들의 모양을 천장 가까이에서 느릿하게 날며 내려다보는 ‘검은 새’를 발견하면 어쩐지 안쓰러운 마음이 끓어오르고 인형들의 몸짓이 꼭 나의 발버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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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람, ‘검은 새’, 폐종이박스, 금속 재료, 기계 장치, 전자 장치, 가변설치, 2022 / 최우람, ‘원탁’, 알루미늄, 인조 밀짚, 기계 장치, 동작 인식 카메라, 전자 장치, 110×450×450cm, 2022

 

 

환경과조경 415(2022년 11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2014년부터 시작된 MMCA 현대차 시리즈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연례 프로젝트다. 매년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한국 중진작가 1인을 선정해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지원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의 현주소와 역동성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자 기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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