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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여운을 누리는 쉼의 장소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 시간의 정원
  • 환경과조경 2022년 8월

갑갑한 건물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다. 1986년 완공된 과천관은 너른 대지 위에 펼쳐진 산세와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과천관을 설계한 김태수(TSKP 스튜디오 파트너)는 능선 위에 단과 3개의 둥근 기하학적 요소를 놓아 산과 조화를 추구한 건축물의 구조뿐 아니라 미술관 진입로에서 건물 입구까지 걸어가는 과정에서 자연과 마주하는 경험을 중시했다. 이러한 경험은 미술관의 최고층인 옥상에서 절정에 이른다. 과천관 옥상은 미술관 내외부 공간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장소다. 중심부에서 2층의 원형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탁 트인 외곽부로 과천의 수려한 자연 풍광이 펼쳐진다.

MMCA 과천프로젝트는 자연 속에 자리한 과천관의 특수성을 살리고 야외 공간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공간 재생 프로젝트다. 2021년 과천관 세 곳의 순환 버스 정류장에 조성된 ‘예술버스쉼터’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인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은 미술관의 옥상정원을 새로운 경험의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옥상 공간을 예술·생태적으로 재생해 주변 자연을 즐기고, 미술관에서의 미적 경험을 야외 공간의 자연 속 다양한 감각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예술적 장소로 탈바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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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캐노피 구조의 설치 작품인 ‘시간의 정원’ Ⓒ국립현대미술관

 

시간의 정원

국내 디자인 및 건축, 미술 관련 학계 등을 통해 18팀의 작가를 추천받아 1차 심사를 거쳐 정해진 다섯 팀 중 이정훈(조호건축)의 ‘시간의 정원(Garden in Time)’이 옥상정원 프로젝트 설치작으로 선정됐다. 시간의 정원은 직경이 39m에 이르는 열린 캐노피 구조의 대형 설치 작품이다. 지붕과 옆면의 경계에 위치한 4개의 원형링이 서로 다른 각도로 교차하며, 입구에서 멀어질수록 자연 풍광이 오롯이 드러난다. 일정 간격으로 늘어선 수많은 파이프의 배열은 공간에 리듬감을 더하며, 점점 높아지는 구조물이 만든 공간감을 따라 관람객을 가장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곳으로 유도한다. 이 곳까지 걸어가는 과정에서 관람객은 다양한 조각적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시간의 정원은 과천관을 둘러싼 드넓은 자연을 더욱 극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관람객의 시야를 조율하는 시각적 장치로 작동한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정원에 투영되는 빛과 그림자의 변화는 ‘자연의 순환’, ‘순간의 연속성’, ‘시간의 흐름’ 등을 시각화하며 자연의 감각과 예술이 공명하는 시공간을 펼쳐낸다. 작가는 최소한의 물리적 구조물로써 비물질적인 자연의 감각을 현현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새롭게 빚어냈다. 자연을 눈으로 감상하는 것에서 나아가 빛, 바람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정원은 빛, 그림자, 바람 등 공감각적 요소의 변화가 관람객과 조우하여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리듬을 담은 공간화된 시간이자 시간을 품은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는 공간을 걸어 다니는 관람객 행위의 시간도 더해진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옥상정원은 의미와 가치를 지닌 경험의 장소로 변모한다. 미술관 초입부에서 입구까지 이르는 길의 감각, 작품 감상 후의 여운, 좁은 나선형의 램프 길을 돌아 마주하는 탁 트인 전경의 느낌 등이 옥상정원을 거니는 동안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미술관에 머물었던 시간의 층위가 쌓이고, 장소의 경험이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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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조호건축, 〈시간의 정원〉, 2022, 컨셉 스케치01 ⓒ조호건축(이정훈).jpg
콘셉트 스케치 Ⓒ조호건축(이정훈)

 

환경과조경 412(2022년 8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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