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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일곱 빛깔의 무지개를 향하여
  • 환경과조경 2022년 8월

인터뷰란 장르를 좋아한다. 상대를 칼 없이 칼자루만으로 손쉽게 제압하는 무사처럼 내공을 갖춘 인터뷰어의 질문과 눈을 감은 채로 상대를 감지하고 급소를 찌르듯 깊은 철학과 사유가 돋보이는 인터뷰이의 대답이 오가는 인터뷰는 그 어떤 영화보다 재밌다. 사무라이 영화에서 서로에게 칼을 겨눌 때 미묘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느린 화면처럼 마음이 동해 잠시 읽는 것을 멈추게 만드는 문장은 일종의 화룡점정에 가깝다.

독자로서의 즐거움도 있지만 때때로 활자(?) 노동자로서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을 찜해두는데, 최근 발견한 인물은(가상 인물이라서 불가능하겠지만) 바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다.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이름이 같은 우영우 변호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로서 서울대학교와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으며, 현재는 대형 로펌 한바다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중이다. 읽었던 모든 것을 기억할 정도로 영민하고, 하루 종일 고래에 관해서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고래를 좋아한다. 쌩쌩 돌아가는 회전문을 통과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혼자서 생수병의 병뚜껑 따는 것을 어려워한다. 다소 엉뚱하고 조금 부족한 면도 있지만 변호사로서의 태도는 누구보다 진지하다. 돈보다는 법 앞에서 진실을 규명하고자 노력하고 의뢰인의 심정과 상황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변호사다. 이런 인물이 실존한다면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서사보다 그가 직업인으로서 가진 귀한 마음가짐에 주목하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채널 ‘미션잇(Missionit)’을 알게 됐다. 이 채널의 미션잇 인사이트 인터뷰 시리즈는 휠체어 댄서, 역사 교사, 발레리나, 유튜버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장애인을 인터뷰한다. 영상을 통해 그들의 직업에 대한 관점과 철학을 비롯해 장애에 관한 통찰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짧은 인터뷰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인터뷰이들은 공통적으로 장애라는 특성에 주목하는 대신 자신에 가진 강점에 집중하고, 업에 대해서 누구보다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고 있었다.

인터뷰이 중 한 명인 유튜브 채널 ‘함박TV’ 운영자 함정균은 휠체어 이용자로서 직접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환승하는 모습을 촬영해서 보여줌으로써, 장애인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알려주는 동시에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는 환승역 엘리베이터 위치 등 유용한 정보를 전달한다. 시각 장애인 역사 교사 류창동의 장애에 대한 명쾌한 해석도 인상적이었다. “장애인을 낯선 사람, 나와 다른 세계, 다른 생각, 다른 이상을 사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장애로 인해 방법이 다를 뿐 결국 방향은 똑같은 사람이다.”

이번 호에 소개한 모두의 놀이터 원고를 읽으며 저 문장을 떠올렸다. 결국 통합놀이터의 본질은 다른 방법을 가진 이들을 같은 방향으로 모으는 일인지도 모른다. 물론 여전히 한계도 있다. 현실적으로 아직 모든 장애 유형의 어린이가 놀기에 부족한 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김연금 소장이 주장했던 것처럼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 환경을 도시적으로 구축하는 일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놀이터가 조성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놀이 환경을 만드는 동시에 놀이터의 본질을 바라보는 다양한 언어가 생겨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런 세상이 온다면 굳이 통합이란 단어를 쓰지 않아도 놀이터에서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노는 게 낯선 게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비 온 후 모습을 드러내는 무지개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한 가지 색깔만이 빛날 때가 아니라 일곱 가지 색깔 모두가 함께 빛날 때다. 무지개 끝에 도달하면 보물이 있다는 전설처럼 부디 미래에는 어린이들이 차별 없이 뛰어놀 수 있는 아름다운 무지개 같은 놀이터에서 재미라는 보물을 찾을 수 있기를 꿈꿔본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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