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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그 이름을 묻다] 조경이라는 이름의 학과 업의 이인삼각 경기
  • 환경과조경 2022년 7월

영어의 랜드스케이프 플래닝(landscape planning)을 우리는 흔히 조경 계획으로 번역한다. 물론 경관 계획도 랜드스케이프 플래닝이라 한다. 랜드스케이프 플래닝의 독일어에 해당되는 란트샤프츠플라눙(landschaftsplanung)은 환경 생태 계획으로 번역한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조경학을 더 공부하려면 생태조경학과와 환경조경학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논문 검색을 해보면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를 랜드스케이프 건축이라 칭하는 논문이 적지 않다. 랜드스케이프가 어원적으로 여러 의미를 지녀서 생기는 불가피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경이 스스로 혼란을 자초한 면도 있어 보인다. 대학의 조경 관련 프로그램의 명칭과 그 커리큘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2000년대초반 조경 분야의 공분을 낳은 랜드스케이프 건축이라는 표현은 조경에 대한 몰이해에서 유발된 것인지 의도된 도발인지 혹은 대안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건축 분야조차 조경이라는 용어를 선뜻 사용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대중의 인식 속 조경과 전문 직능이나 학문 분과로서의 조경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조경계 안팎에서 제기되어온 문제다. 조경이라는 명칭이 주는 사회적 선입견이 조경 분야의 동향이나 지향점과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사소하게는 번역, 나아가 제도, 우리 사회의 변화, 조경 분야의 발전 같은 구조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 조경가들이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프로젝트에서 큰 성과를 거두며 기존 학문이나 업역 분류의 관점에서 조경의 정체성을 단정하기 더욱 어려워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올해는 한국 조경이 시작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조경학회는 지난 50년의 성과를 되짚고 다가올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조경50 비전플랜선언’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몇 가지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를 살펴보면 조경이라는 명칭과 관련된 논의에 약간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경의 정의에 대해 묻자 ‘도시의 숨구멍을 만드는 것’, ‘자연 카페’, ‘힐링을 위한 안식처를 만들어 주는 일’, ‘내 삶의 배경’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조경 전문가들이 종합과학예술, 외부 환경 조성, 휴식처라고 말한 것과 비교했을 때 일반인들이 조경을 더 감성적이고 현대 도시에서 필수불가결한 분야로 인식한다고 해석된다. 조경의 미래에 관해서도 일반인(82%)과 학생(76%)이 조경 전문가(47%)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일반적인 업계의 현실에 주목하기보다는 사회적 이슈와 변화 속에서 조경의 미래 가능성을 밝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현대 조경의 활동 영역은 크게 확장되고 있다. 많은 교육 영역이 조경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조경의 범용성과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근 신임 교수진을 중심으로 연구 주제가 세분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개별 연구실의 명칭 또한 상세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산/관/학/연’, ‘계획, 설계, 시공, 관리’ 등의 전통적 접근보다는 벽면 녹화 시스템, 생태계 복원, 경관 및 조경 관리 등 사회적 필요에 맞춘 세분된 활동이 나타났다. 그러나 의사 결정이나 정책 수립 과정에 조경의 정체성이나 전문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녹색 인프라 등 대규모 사업에 대한 시대적 필요성은 높으나 실행 사업으로 연계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담론보다는 현장에 집중하는 활동이 더욱 필요하며, 세분된 조경 영역과 산업을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미래에는 자연 재해 및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회복탄력성 전략 수립에서 조경의 역할과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탄소 중립, 도시민의 보건과 안전, 코로나19로 인한 문명 위기와 같은 시대적 아젠다를 조경에 통합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 조경은 환경, 사회, 경제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과 함께 윤리, 공정, 평등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환경과조경 411(2022년 7월호수록본 일부

 

이유직은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다. 농촌 조경과 지역 개발의 현장에서 활동하며, 국가중요농업유산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한국조경학회 비전플랜위원장으로 ‘한국조경50 비전플랜선

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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