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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고쳐 쓰기] 공원을 공원답게 프리웨이 공원 고쳐 쓰기
  • 심지수
  • 환경과조경 2022년 6월

모든 공간은 낡는다. 공원도 마찬가지다. 최초로 고속도로 상부를 덮어 만든 공원1이자 고속도로가 남긴 도시의 상흔을 치유한 공간2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국 시애틀의 프리웨이 공원도 공간의 의미가 퇴색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3 많은 이의 노력으로 공원을 조성한 지 47년이 지난 지금, 공원을 공원답게 만들기 위해 다시 많은 이가 모였다. 그간의 경과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2019년 프리웨이 공원은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같은 해 프리웨이 공원을 개선하는 사업의 디자이너가 선정됐다. 곧 개선을 위한 계획이 수립되었고 세부 설계가 진행 중이다. 내년 착공 예정인 새 프리웨이 공원은 2024년 완공될 예정이다. 혁신의 공간에서 어두운 공간으로 변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이 공원을 왜 고쳐야 하는지 이야기하려면 공원의 시작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프리웨이 공원의 시작은 고속도로였다. 1956년 연방고속도로법(Federal Highway Act)이 제정되면서 고속도로가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도시를 빠르게 잠식한 이 거대한 회색 기반 시설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즉 고속도로를 보는 또 다른 관점을 생산했다. 당시 로렌스 핼프린(Lawrence Halprin)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대해 ‘운동의 시대’로 명명하며 거대하고 복잡한 고속도로가 도시 구조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부주의한 개발에 굴복하는 대신 도로를 도시 경관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고속도로가 주는 고유한 특성을 길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4 시애틀의 주간 고속도로인 I-5의 존재에 대해서 시애틀 건축가 폴 티리(Paul Thiry)는 고속도로의 건설부터 반대했다. 폴 티리의 반대는 사회적으로 큰 공감을 얻지 못했지만 고속도로가 건설된 이후, 고속도로가 지역 커뮤니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부를 덮자는 의견은 프리웨이 공원이 조성되는 데 일부 기여했다.5 이후 변호사 제임스 엘리스(James R. Ellis)는 포워드 트러스트(The Forward Trust)를 설립하고 시애틀의 도시 환경 개선을 위한 목록을 만들면서 I-5가 지나는 지역 일부에 작은 광장인 세네카 광장(Seneca Plaza)을 조성하게 된다. 엘리스는 세네카 광장을 보며 이 공간을 고속도로를 가로 지르는 공원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시장이었던 플로이드 밀러(Floyd Miller)는 엘리스의 제안에 즉각 지원을 약속했고 시 의회는 고속도로 상부를 공원으로 만드는 개념을 승인했다. 주 고속도로를 담당했던 조지 앤드루스(George Andrews)는 이 개념을 구체화 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공원 조성을 위한 자금 299만 달러를 확보했는데, 그중 90%는 연방 정부가 나머지 10%는 주 정부가 부담했다. 계박람회의 시애틀관 조성에 참여했기 때문에 1970년 8월 핼프린의 회사는 공원 디자인을 위한 후보군에 들어갔다. 같은 해 12월, 시는 핼프린의 회사와 계약했고, 핼프린은 수석 디자이너로 앤절라 다나지에바(Angela Danadjieva)를 임명했다. 1970년 10월 13일 과업 지시서에는 1단계로 대기 오염, 소음, 풍향, 날씨, 그림자에 대한 환경 연구가 포함됐다. 또한 식재 패턴과 식재 수종에 대한 사항들과 현장의 전망에 대한 분석, 지형, 접근성, 차량 이동 및 보행 패턴에 대한 평가도 넣었다. 마지막으로 주변 지역의 이용자 행태에 대한 설문 조사가 진행됐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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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프리웨이 공원 ©Seattle Municipal Archives / fli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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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5번 주간 고속도로의 전경 ©Seattle Municipal Archives / fli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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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웨이 공원은 고속도로의 상부를 덮어 조성한 공원이다. ©SounderBruce, via Wikimedia Commons

 

콘크리트 공원의 변신

이 공원의 주된 요소는 콘크리트다. 12,000큐빅야드에 달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은 정돈된 목재 질감으로 공원의 전체 뼈대를 만든다. 콘크리트를 주된 재료로 사용한 이유에 대해 앤절라 다나지에바는 시애틀의 도시 경관이 만드는 질감은 콘크리트이며 고속도로 자체도 도시를 따라 흐르는 콘크리트와 같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원 전체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경로를따라 구성됐다. 다나지에바는 공원의 디자인에 대해 전체 공원의 요소는 기하학적 구조물과 부드럽고 무성한 식물 재료 간의 대조에 있다고 봤다. 식재는 공간의 가장자리를 채우며 공원의 위요감을 만들고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도시의 피난처로서 공원의 역할을 강화했다.

공원이 처음 소개된 뒤, 많은 이의 이목이 프리웨이 공원에 몰렸다. 고속도로를 덮고 만든 공원, 콘크리트 구조물이 만드는 연속된 공간은 프리웨이 공원을 혁신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공원은 빠른 속도로 변화를 겪었다. 어린이와 부모로 가득했던 분수는 가동을 멈췄고7, 공간의 위요감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수목이 성장하면서 공원 내 시야를 차단하고 수목의 그림자는 공간을 더욱 어둡게 했다. 거리의 노숙자들이 가장 먼저 이 변화를 알아차렸다. 프리웨이 공원은 곧 약을 거래하고 약에 취하는 공간이자 노숙자의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것도 이즈음이었다.

프리웨이 공원이 가진 장소의 의미를 처음 논의한 문서는 PPS2005년 보고서다.8 이 보고서는 프리웨이 공원의 핵심 요소인 폭포와 분수 시설의 노후화, 수목의 성장으로 인한 공원 전체의 어두운 환경과 시야 확보의 어려움, 좁고 복잡한 출입구로 인한 접근성 미비 등을 공원이 가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공원을 다시 공원답게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는 공원의 유지·관리를 위한 예산의 확보, 기존 디자인 요소를 고려한 공원 개선, 공원 내 활동성 개선, 접근성 개선, 지역과 관계 개선 등을 제안했다.9 2017년 문화경관재단(The Cultural Landscape Foundation)은 프리웨이 공원을 위협받는 문화유산에 해당하는 랜드슬라이드(Landslide) 목록에 포함시켰고, 같은 해 워싱턴 주 컨벤션 센터는 공공 기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프리웨이 공원 개선 사업에 총 1,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10 2019년 프리웨이 공원은 미국 문화유산에 등재됐고, 같은 해 프리웨이 공원의 개선을 위한 계획이 시작됐다.

프리웨이 공원 개선 사업을 이끄는 워커 메이시(Walker Macy)는 조명과 표지판 교체, 공원 내 시설 개선, 수목의 캐노피 관리, 출입구 및 접근성 개선을 중심으로 전체 공간을 개선하고, 분수 등 관개 시스템 보완, 화장실 및 카페 설치 등을 중심으로 디자인을 발전시키고 있다.11 조명은 조명의 역할에 따라 높은 곳에서 비추는 간접 조명, 보행자를 위한 조명, 수목을 위한 포인트 조명으로 레이어를 구분하고 각각의 전략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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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수공간은 리듬감을 자아내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노후화가 진행 중이고 그림자로 인해 어둡다. ©심지수

 

공원의 시설과 관련해 가장 중점적인 부분은 의자다. 새 의자는 공원 내 콘크리트와 목재로 만든 기존 의자의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사용하고 약간의 변주를 더해 공간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도록 디자인됐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바로 수목이다. 536주의 수목 중 106주를 과감하게 제거해 기존의 공원 내 조망점을 되살리고 시야를 확보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공원을 좀 더 쉽게 찾기 위해 출입구를 넓히고 개방감을확보했다. 간단하고 분명하다. 워커 메이시는 계속해서 지적되어 온 문제점이자 사용자가 경험하는 불편을 최소한의 개입으로 개선하면서 프리웨이 공원 고유의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 남겼다.

공원을 공원답게 고쳐 쓰는 방법은 어쩌면 간단할지도 모른다. 프리웨이 공원은 미국의 200주년 독립기념일을 맞이하여 개장한 공원이자 최초로 고속도로 상부를 덮은 공원으로, 공간이 갖는 의미가 분명한 곳이다. 시간의 흐름은 프리웨이 공원의 의미를 변하게 했지만, 프리웨이 공원 개선 사업은 프리웨이 공원을 다시 공원으로 복권하고자 한다. 프리웨이 공원은 고속도로의 등장과 이로 인한 도시 공간의 변화에 콘크리트 공원으로 답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공원을 고쳐 쓰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제 우리를 바라볼 때다. 우리가 고치는 공원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각주

1. 시애틀의 프리웨이 공원은 세계 최초로 고속도로 상부를 덮어 만든 덮개공원(lid park)이다.

2. 프리웨이 공원을 조성할 때 도심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상처로 보고 이를 치유한다는 의미에서 ‘상처의 치유(heal the scar)’를 공간의 조성 이념으로 봤다. 일반적으로 고속도로 주변 지역은 소음 공해, 단절, 대기오염 등의 피해를 받기 때문에 고속도로 공원화 사업을 피해의 보상으로 보기도 한다.

3. 프리웨이 공원은 시애틀 시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5번 주간 고속도로(Interstate 5, 이하 I-5) 상부에 조성된 공원이다. 1966년 개통한 I-5는 분산된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지만 시애틀 도심을 동서로 단절시켰다. I-5의 6번가와 7번가 상부에 조성된 프리웨이 공원은 미국 2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1976년 7월 개장했다. 프리웨이 공원은 혁신의 공간에서 어둠의 공간으로 빠르게 퇴색했다.

4. Lawrence Halprin, Freeways , New York: Reinhold, 1966, pp.5~12.

5. Alison B. Hirsch, “The Fate of Lawrence Halprin's Public Scape: Three Case Studies”, Thesis of Master of Science in Historic Preservation , University of Pennsylvania, 2005.

6. 앞의 논문.

7. 공원 내 분수에 물을 공급하는 3개의 펌프가 있었지만(한 번에 2개 사용, 세 번째 순환), 지금은 2개의 펌프만 남아 있으며 한 번에 하나의 펌프만 물을 공급한다. 펌프 하나의 용량은 원래 설계의 분당 28,000갤런에서 시간이 흘러 분당 9,500갤런에 가까운 상대적 세류로 감소했다. 그러나 안전 기준이 강화되고 공원 유지·관리 예산이 감소하면서 현재는 작동을 멈췄다. www.tclf.org/landscapes/freeway-park

8. PPS(Project for Public Space)는 1975년 설립된 미국 비영리기관으로, 살기 좋은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9. Project for Public Space, “A New Vision for Freeway Park”, 2005.

10. www.fhwa.dot.gov/ipd/projec t _ prof iles/wa _freeway_park_improvements_project.aspx

11.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 및 시애틀 시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총 220명이 응답한 1차 온라인 설문 조사와 530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를 통해 마스터플랜과 세부 디자인 전략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Walker Macy, Freeway Park Design Improvement

Presentation, 2021.

  

심지수는 서울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경을 공부했고, 버지니아 공과대학 건축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국토연구원 도시연구본부에서 조경과 도시설계, 경관 계획을 가로지르는연구를 하고 있다. 『경관이 만드는 도시』(한숲, 2018)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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