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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고쳐 쓰기] 오목공원 고쳐 쓰기 혹은 업그레이드하기
  • 환경과조경 2022년 6월

공원의 나이가 30살쯤 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파트 재건축은 대략 30~40년 정도의 시간을 요구한다. 제법 쓸 만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부수고 다시 짓는다. 서른을 갓 넘은 공원은 아직 건재하다. 나무는 크고 푸르며, 공놀이 금지라는 안내문에도 아이들 노는 소리는 여전히 우렁차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회사원들의 발걸음은 언제나 경쾌하다. 어르신들은 오늘도 진땀을 흘려가며 운동 기구에 매달려 있다.

사방 150m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공원의 형태는 주어진 운명이었을 것이다. 격자형 도로망에 의해 규정지어졌으니 더욱 그렇다. 30년 전 공원 설계자의 생각을 되짚어본다. 중심 상업 지구에 놓여 있고 주변이 높은 건물로 채워질 테니 바깥쪽으로 키 큰나무를 심어야겠다. 가운데는 ‘오목’하게 비워서 일종의 중앙광장을 만든다. 지평면보다 살짝 낮은 이 선큰 광장에 시선을 끌 장치가 필요했고, 벽천이라는 꽤 매력적인 아이템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 유명한 맨해튼의 페일리 파크(Paley Park)부터 조경가 로렌스 핼프린의 걸작 러브조이 플라자(Lovejoy Plaza)까지 여러 공원이 유용한 레퍼런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공원의 기본 틀이 정방형 구조이니 뭔가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고, 원형의 농구장이나 포켓 쉼터가 등장한다.

비교적 단순한 형태인 오목공원의 매력은 높게 자란 나무들이다. 벽천은 멈췄고 도로의 차량 소음은 더욱 심해졌지만, 건물 3~4층 높이까지 훌쩍 자란 나무들의 녹음은 오래된 공원의 큰 자산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없애도 좋을지, 결론은 쉽게 내려졌다.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나무 아래로 숨어든다. 큰 나무 아래 작은 나무들이 자랄 틈이 없는 이유다. 나무 그늘 속 벤치는 운이 좋아야 차지할 수 있다. 조금 오래 앉아 있으려니 눈치가 보인다. 긴 의자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또 눈치가 보인다.

광장의 크기를 줄이고 편안히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늘리기로 했다. 비를 피하고 안정적인 그늘을 만들 수 있는 커다란 구조물이 필요하지 않을까. 맛있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정원을 바라보며 산뜻한 수다를 떨 수 있다면 좋겠다. 무겁고 딱딱한 공원 벤치가 아니라 원하는 곳으로 옮겨 삼삼오오 앉을 수 있는 ‘힙’한 의자가 필요하겠다. 피곤한 몸을 기대어 잠시 꿈나라에 다녀올 만한 편안한 소파도 생각해 보자. 작고 예쁜 꽃집이 있으면 어떨까. 미니 책방이 있어도 좋겠다. 이런 걸 공공 라운지라고 부르면 어떨까.

오목공원 리모델링의 핵심은 공공 라운지라는 프로그램 공간을 공원에 삽입하는 것이다. 30년간 잘 자라 준 나무들은 그 자체로 공원의 녹색 자산으로 유지되고, 동시에 공공 라운지의 두터운 경계로 기능한다. 나무 아래 하층 식생을 강화하면 숲의 볼륨이 두 배 이상 커질 수 있다. 도시는 성장한다. 목동 일대는 머지않은 시기에 용적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다. 도시공원의 기능도 변화한다. 소극적 도시숲의 기능에 더해 적극적으로 주민들의 도시 활동에 대응하는 공공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낡아서 고쳐 써야 하는 리모델링이 아니라, 좋은 것은 안고 가면서 더 필요한 프로그램을 더하는 업그레이드라고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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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공원의 전과 후

 

 

환경과조경 410(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박승진은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설계를 공부했다. 조경설계사무소 서안에서 오랫동안 설계 실무를 했고, 2007년에 디자인 스튜디오 loci를 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겸임 교수로 조경학 관련 수업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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