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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스케이프] 어린이의 탄생
  • 환경과조경 2022년 5월

민족, 사회, 시민, 문명, 자유, 가족 등 지금은 마땅하다고 알고 있는 개념 중에는 근대기에 처음 등장한 것이 생각보다 많다. 대체로 서구의 전근대 체제가 붕괴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질서가 구축되면서 만들어진 개념들인데, ‘어린이’도 그중 하나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시기의 서구 사회에서 어린이는 그리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상류층 가정에서조차 어린이는 최소한의 관심만 받았고(당시 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았던 점이 이유였다고 한다) 서민 가정의 아이들은 일찌감치 도제 수업에 뛰어들어 부모의 직업을 이어받는 장인이 되거나 계산에 밝은 숙련된 상인으로 컸다. 또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려면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는데 아동의 노동은 성인보다 손쉽게 취할 수 있었다. 그 바람에 가난한 하층민 아이들의 노동이 착취되거나 그들에게 학대가 자행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즉 근대 초기만 하더라도 어린이를 가족의 끈끈한 유대감 속에 두기보다는 철저하게 소외하거나 노동의 수단으로 여기는 상황이 보편적이었다.

근대 계몽주의자들이 강조했던 ‘교육’은 이러한 어린이의 이미지에 반전을 가져왔다. 계몽주의의 대표 주자인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1712~1778)는 자연의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아동의 천성을 강조하면서 이에 맞는 교육관을 주장했다. 루소에게 어린이는 어른과 명확하게 다른 존재였다. 그는 냉혹한 현실에 내던져진 어린이의 고달픈 삶을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변화는 상류층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백지장처럼 무해한 어린이가 본성이 건강한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학습의 경험이 필요하며 따뜻한 가정 환경과 책임감 있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때마침 활황이었던 소비 문화가 아동을 주제로 한 문학과 회화를 유행시켰고 서커스, 인형 쇼, 동물원 등 어린이에게 매력적일 만한 아이템들을 만들어냈다.

문학은 아동을 작고 귀엽고 지극히 사랑스러운 낭만의 이미지로 묘사하고 어린이들의 세계를 공상과 동경의 장소로 예찬했다. ‘천진난만한’ 어린이는 회화에도 등장했는데, 이 또한 전에는 없던 일이다. 이전에는 그림의 주인공이 어린이라면 가문의 후계자거나 예견된 지위와 부를 드러낼 목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근엄한 표정과 움직임이 없는 경직된 자세를 취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나비, 꽃, 애완동물 등 여러 소재를 끌어들여 아이의 순수하고 순진한 이미지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쪽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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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1929년 조선박람회장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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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조선박람회장 어린이 기차 터널 내 파노라마 장면

 

참고문헌

김정은, “일제강점기 창경원의 이미지와 유원지 문화”, 『한국조경학회지』 43(6), 2015, pp.1~15.

박훈, “근대일본의 ‘어린이’관의 형성”, 『동아연구』 49, 2005, pp.35~162.

이영석, “근대 영국사회와 아동 노동”, 『영국 연구』 43, 2020, pp.1~20.

이인영, 『한국 근대 아동잡지의 ‘어린이’ 이미지 연구 – 『어린이』와 『소년』을 중심으로』, 2014,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朝鮮博覽會京城協贊會 編, 『(朝鮮博覽會)京城協贊會報報告書』, 1930, 京城: 朝鮮博覽會京城協贊會.

 

그림 출처

그림 1. 조선박람회경성협찬회, 『(朝鮮博覽會)京城協贊會報報告書)』, 1930

그림 2와 3. 조선총독부, 『조선박람회기념사진첩』, 1930


 

환경과조경 409(2022년 5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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