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 깨끗한 바다, 아름다운 녹지로 풍성한 유럽의 녹색 수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2019년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제56차 세계조경가대회에 조경진 교수(당시 한국조경학회 수석부회장)와 함께 참석했다. ‘모두의 땅(Common Ground)’을 주제로 내건 오슬로 세계조경가협회(이하 IFLA) 총회(이하 세계조경가대회)에는 세계 전역의 조경가 1,300여 명이 참여해 기후변화와 도시 위기에 대응하는 조경의 비전과 실천 전략을 제시하고 토론했다.
조경진 교수가 한국 대표로 참석한 IFLA 이사회에서는 이틀에 걸친 토론 끝에 동시대 조경계가 대처해야 할 다섯 가지 글로벌 의제로 기후변화, 식량 안보와 농업, 커뮤니티 참여 설계, 건강과 웰빙, 문화 고유성이 채택됐다. 77개국 대표가 참여한 이사회에서 조 교수는 2022년 한국 광주광역시에서 개최될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를 홍보하는 한편, 대회 주제로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를 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리:퍼블릭’은 서로 연관된 세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먼저, 리:퍼블릭의 ‘리’를 ‘어떤 것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이라는 뜻의 접두사 리re로 생각한다면, 리:퍼블릭은 ‘공공(성)에 다시 주목하는’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는 ‘다시 공공성의 경관과 조경을 지향하는’ 의제라고 볼 수 있다. 둘째, 리:퍼블릭의 ‘리’를 ‘~에 대한, ~를 주제로’라는 의미의 전치사 리re로 여긴다면,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는 ‘공공적 조경 행위라는 주제’로 해석될 수 있다. 셋째, 리퍼블릭(republic)은 군주제에 반하는 정치 체제인 공화제 또는 공화국에 해당한다. 본래의 경관(landscape) 개념에 배태된 수평성(horizontality)을 떠올린다면, 군주제의 수직적 위계와 권위에 대항하는 공화제가 경관 개념과 조응하는 체제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리퍼블릭의 어원인 라틴어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는 ‘일, 사건, 상황, 문제’를 뜻하는 명사 ‘레스’에 ‘공적인’이라는 뜻을 지닌 형용사 푸블리쿠스(publicus)의 여성형 ‘푸블리카’가 결합된 말로, 공적인 일(또는 문제)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는 곧 ‘공적인, 공공의 경관’ 그 자체이기도 하다.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
전 세계는 팬데믹 확산, 기술 혁명, 정치적 갈등과 같은 급격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건강, 행복, 미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할 사명이 우리, 조경 전문가에게 주어졌다. 국지적 지역부터 전 지구적 스케일까지 포괄하는 조경의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조경가들이 모인다. 조경의 공공 리더십을 강조하는 2022년 세계조경가대회의 주제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 조경의 전문적 성취와 학문적 성과를 되짚어보고(re:visit),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이론과 기술을 통해 지구 경관의 재구성을 실험하고(re:shape), 일상의 생활과 환경을 건강하고 활력 있게 되살리며(re:vive), 자연과의 연결을 추구한다(re:connect).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아이디어와 비전을 나눌 대한민국 광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 환경과조경 407호(2022년 3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