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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카펫 Garden Carpet
  • 김아연
  • 환경과조경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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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서구식 근대화를 꿈꿨던 고종은 대한제국을 공간적으로 근대화하기 시작했다. 도시적으로 독립문과 파고다공원 건설을 포함한 도시 개조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건축적으로 덕수궁 내 서양 공관들을 건설하고 서구식 생활 양식을 도입했다. 서구식 공간은 건축물의 구조와 외관뿐만 아니라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으며, 근대적 생활 양식에 걸맞은 가구가 도입되면서 황실의 바닥 역시 변화했다. 그렇게 근대의 삶 바닥에는 카펫이 놓였다.

카펫은 공간의 영역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장치이자 그 자체로 정원을 상징하기도 한다. 깔개 하나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간편한 창의성과 깔개 문양의 상징 체계가 만들어내는 한시적 헤테로피아heterotopia의 상상적 측면은 나를 매료시킨다. 나아가 문명이 만들어내는 수직적 기념비와 대비되는 수평적 공간은 두께를 갖는 대지의 표면이자 낮은 곳에 주목하게 하는 지구의 근원적 기하학이다.

카펫carpet털을 뽑다pluck’라는 의미의 라틴어 카르피타carpita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서아시아나 유럽의 건조하고 냉랭한 기후에 버티기 위한 유목민의 생필품이었던 카펫은 서구의 상류 계층에 소개되면서 신분과 문화적 취향을 나타내는 기호품이 됐다. 또한 종교 예술과 결합해 낙원을 상징하는 화려한 문양과 상징체계를 가지게 됐고, 각국의 왕실은 권력을 과시하는 화려한 카펫을 수입하거나 제작했다.

가든카펫의 문양은 1918매일신보에 게재된 고종 황제 일가의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됐다. 대한제국의 황궁인 경운궁 석조전에 도입됐던 가구들은 영국 메이플사Maple & Co의 제품으로 추정된다.1 주문 제작이 아닌 기성품을 수입했다는 사실은 당시의 국력을 보여주는 쓸쓸한 증거다. 카펫에 대한 단서는 남아있지 않지만 가구와 함께 수입되었을 것으로 추측될 뿐이다.

그렇다면 정원으로서의 카펫, 황실의 상징으로서의 식물 문양을 새롭게 구성하여 상상의 정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일반적으로 카펫의 문양은 구성 방식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석조전의 카펫은 올 오버all over 구도, 즉 중심부에 메달medal2과 같은 핵심 상징이 없이 바탕에 같은 문양이 반복되는 유형3으로 볼 수 있다.

 

환경과조경 402(2021년 10월호수록본 일부

 

1. 김윤희, “대한제국기 덕수궁 석조전 건립과 서양가구 유입”, 문화재473, 2014, pp.4~23.

2. 신의 눈 혹은 눈물을 상징하는 신성한 문양으로, 이를 상징하는 화려한 패턴이 중심에 자리한 패턴을 메달리언(medallion) 구도라고 부른다.

 

디자인팀 안형주, 최진호, 박근우, 오혜지, 손영호, 하영권, 이필립, 이주은

시공 쌔즈믄

식물 천지식물원

크기900×1,800×40cm

재료 식물, 목재 등 복합 재료

전시명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

전시 위치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99 덕수궁 정원 및 전각

전시 주최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

전시 기획 박혜성(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전시 기간2021. 9. 10. ~ 2021. 11. 28.

사진 김경태, 김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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