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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스케이프] 인생의 여름 같은 정원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
  • 환경과조경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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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이나 써놓고 끝에 여름이었다만 붙이면 그럴싸해진다는 말이 트위터에서 유행하더니, 청춘의 눈부신 한순간을 수식하는 말이 되었다. 이 중의적 여름과 정원을 연결 지어 생각해본다. 끊임없는 시간의 변화를 모두 담는 곳이 정원이라지만, 영국의 소설가 에블린 워Evelyn Waugh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Brideshead Revisited(1945) 속 정원만큼 이 여름에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1

2차 세계대전 중의 영국, 모든 것에 열정을 잃기 시작한 39세의 찰스 라이더 중대장이 20년 만에 브라이즈헤드 저택을 보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부대가 숙영하는 장소의 이름을 듣는 순간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 매료되었던 세월의 환영들이 날아오른다. 부하가 이런 데를 본 적이 없을 거라고 하자 찰스는 예전에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곳에 있었다. 그곳을 다 알았다. 그곳은 브라이즈헤드, 찰스의 아르카디아Arcadia였다.

찰스가 회상하는 20년 전은 양차 세계대전 사이, 다시는 이런 전쟁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1920년대의 영국이다. 막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한 중산층 출신의 찰스는 우연한 기회로 귀족 가문의 세바스찬에게 매혹당하고 친구가 된다. 소년에서 성인이 되는 시기, 이들이 함께 보낸 이 찬란한 시간은 유년기의 마지막 여름이었다. 6월의 구름 한 점 없는 날, 메도스위트 꽃이 흐드러지고 여름의 온갖 향기로 공기가 묵직할 때 찰스는 브라이즈헤드를 처음 방문한다. 이후 여러 번 이곳을 찾았지만 찰스의 마음에는 이날의 모습이 각인되었다.

브라이즈헤드는 웅장한 바로크 양식의 저택과 방대하고 전형적인 풍경화식 정원으로 묘사된다. “1대가 집을 지으면 2세가 돔을 올리고 3세가 부속 건물을 확장하고 댐을 짓던시기는 지났지만, 다양한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저택 내부 장식은 그 자체로 미학 교육일 정도로 풍요롭다. 테라스에서 내려다보이는 정원에는 호수가 여럿 있고, 별관 너머로는 과수원이, 그 뒤로는 나무가 우거진 산비탈이 이어진다. 장려한 정원은 화단과 회양목 토피어리로 장식되었고, 조각상과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분수가 인상적이다. 저자가 모델로 삼은 장소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드라마와 영화 모두 영국 요크에 있는 캐슬 하워드Castle Howard를 배경으로 한다. 찰스는 브라이즈헤드 저택에서 아름다움을 새로 발견한다. 그의 예술적 충동이 깨어난다.

 

환경과조경 402(2021년 10월호수록본 일부

 

1. 국내에서는 『옥스포드의 떠돌이들』(강종철 역, 김영사, 1983)이라는 제목으로 첫 출간되어 절판됐고, 현재는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백지민 역, 민음사, 2018)가 있다. 1981년 영국에서 방영된 동명의 11부작 텔레비전 시리즈에서는 제레미 아이언스가 찰스 라이더 역을 맡았다. 2015년아셰트 오디오(Hachette Audio)가 제작한 오디오북에서 그의 원서 낭송을 들을 수 있다. 2008년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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