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건축, 도시, 조경 계획은 그 자체만으로 도시를 구제할 수 없다. 우리는 상업·업무 지구 중심으로 조직된 현대 도시 구조와 속도 중심으로 계획된 도로망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도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물리적 인프라의 재편과 시스템 변화는 필연적이며, 학제 간 융합을 통해 공간을 구성하는 새로운 파라미터(parameter)들이 나타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시는 더욱 진화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예상치 못한 호모 언택트(homo untact)의 삶을 이야기하고 경기 침체로 고통 받고 있지만, 현대 도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도시 공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상상해보자. 숲길 사이로 개인용 이동 수단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테헤란로를, 다양한 유닛의 발코니 정원과 개인 텃밭이 있는 한강변 아파트 단지를, 자동차와 차도가 사라지고 물과 숲으로 채워진 광화문광장을, 순환형의 2호선 지하철 따라 달리는 공중 자전거 도로를.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더 나은 건강한 도시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곳에 우리의 역할이 있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조용준은 서울시립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 최근 새로운 광화문광장 기본 및 실시설계와 세종대로 사람숲길 사업의 총괄을 맡고 있다. 조제라는 필명으로 아이디어 공모전 참여, 즉흥적인 기획, 조경 야화(夜話), 전시하지 않는 그래픽 작업 등 실무와 동떨어진 취미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