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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진흥법, 조경설계업에 미칠 여파는?
  • 남기준

지난 해 5월 22일 ‘건설기술관리법’이 ‘건설기술진흥법’으로 전부 개정된 이래 추진되어 왔던 하위법령(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개정 작업이 마무리되어, 올해 5월 23일부터 건설기술진흥법령이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건설기술용역업의 경우, 2015년 5월 22일까지 1년간 경과 조치에 따른 시행 유예). 시행령은 5월 2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시행규칙은 5월 21일 법제처 심사를 통과했다. 이 법령 개정에 따라 ‘건설기술용역업 및 기술자 체계의 전면적 개편’ 내용이 구체화되었는데, 건설기술용역에 해당하는 조경설계도 이 법령의 영향을 받게 되어 조경설계업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현재의 시행령 별표5에 의거하여 건설기술용역(조사, 설계, 감리 등)이 발주될 경우, 조경설계 업체들의 공공부문 수주가 상당 부분 봉쇄될 가능성이 커,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현재 조경 관련 단체들이 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시행령 개선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다양한 의견 개진을 통해 국토부로부터 특정 분야에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행령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라는 긍정적 답변을 받은 상태다. 본지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 건설기술진흥법 논란과 관련된 사항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1. 건설기술진흥법은?

기존의 ‘건설기술관리법’이 개정된 법으로, 크게 3가지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첫 번째는 ‘건설기술자 체계 및 교육’과 관련된 것으로, 기존의 자격 중심 기술자 등급 체계가 건설기술자의 종합적인 기술력 평가에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는 경력·자격·학력 등을 종합하여 점수화한 역량지수에 따라 건설기술자의 등급(초급·중급·고급·특급)을 산정하도록 했다. 교육 부담 완화를 위해 교육 시간을 3주에서 2주로 단축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두 번째는 ‘건설기술용역업 분야 및 등록 요건’에 대한 것으로, 건설기술용역업의 전문분야를 종합, 설계·사업관리, 품질검사로 구분하고,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종합엔지니어링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건설기술용역 업무를 포괄적으로 수행하는 ‘종합(설계+건설사업관리(감리 포함)+품질검사)’ 및 ‘일반 설계·사업관리(설계+건설사업관리(감리 포함))’ 업역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는 종합엔지니어링 수행을 위해서는 설계, 건설사업관리, 감리, 품질검사 등을 개별 법령에 따라 별도로 신고·등록해야만 했다. 아울러 건설기술용역업 진입 요건을 낮춰 업체간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등록 요건도 완화했다. 일례로, 현재는 종합감리업에 등록하기 위해 기술자 25명, 자본금 5억 원을 확보해야 하지만, 개정된 법에 따르면 기술자 10명, 자본금 1억 5천만 원만 확보하면 된다. 세 번째는 ‘안전 관련 규제 강화’로, 인명 피해 등이 발생할 경우 영업정기 기간이 강화되고, 안전관련 의무 위반의 경우도 영업정지를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없도록 했다. 시설안전 전문 공기업인 시설안전공단이 공사의 안전관리계획을 검토하도록 하여, 안전관련 심사의 내실화도 꾀했다.


2. 조경설계업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건설기술진흥법(이하 건진법)의 전반적인 법 개정 취지를 살펴보면, 해외 경쟁력은 강화하고, 경제적 규제는 완화(단, 안전 관련 규제는 강화)하는 의도로 기획된 것이어서, 언뜻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기술사회를 비롯해서 관련 단체에서 건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장외 집회를 개최하였는데, 건설기술용역업이 아니라 건설기술자의 인정 기준 완화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런데 토목, 건축, 기계 분야는 건설기술용역업에 진입할 수 있는 등록 요건이 낮아지고, 관련 기술용역업이 융합·통합형으로 변경되어 경쟁력이 강화되었지만, 토목, 건축, 기계를 제외한 설계분야는 오히려 진입 장벽이 이전과 비할 수 없이 높아졌다. 조경설계업 역시 후자에 해당되어, 공공부문 설계 수주에 큰 장벽이 생겼다. 현재 조경설계업은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산업통상자원부)과 기술사법(미래창조과학부)에 따라 엔지니어링활동주체와 기술사사무소로서의 자격을 갖춰 공공부문 조경설계 용역을 수주하고 있는데, 건진법은 앞으로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준정부기관, 지방공사, 지방공단 등이 건설기술용역사업(조사, 설계, 감리 등)을 발주할 때 건설기술용역업자(진흥법에 따라 지자체 장에게 건설기술용역업 등록을 필한 자)에게 관련 사업을 맡겨 시행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바로 이 대목이 문제다. 건설기술용역업에 등록을 해야 설계 용역을 수주할 수 있는데, ‘설계 등 용역’ 전문분야에 등록을 하려면 ‘토목·건축 또는 기계분야 특급기술자 1인’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조경설계는 해당이 없고, 토목·건축·기계분야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냐고 여기기 쉽지만, 현재의 법령을 살펴보면 그렇지않다. 국토부 담당 사무관의 답변 역시, 현재의 시행령이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 건축, 토목 설계는 물론이고 조경설계 용역을 하기 위해서는 ‘토목·건축 또는 기계분야 특급기술자 1인’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엔지니어링활동주체로 등록하여 활동하고 있는 조경설계사무소와 조경기술사사무소가 받을 타격은, 업체의 사정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일부의 경우는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인 것이 사실이다.


3. 조경설계업과 관련하여 중차대한 문제로 보이는데, 왜 이렇게 늦게 알려지게 된 것인가?

법 개정에는 여러 단계의 절차가 선행되기 마련이다. 건진법 역시 여러 절차를 거쳐 국회 심의, 의결을 통과했다. 그 절차 중의 하나가 관련 단체 의견 청취인데, 조경 단체도 이 과정에 참여했다. 그런데 당시 “의견없음”이라는 회신을 보냈다. 왜 그랬을까? 한국조경사회 진승범 부회장(법제 담당, 이우환경디자인 대표)에게 자초지종을 확인해 보았다. 국토부에서 관련 단체에게 법 개정 내용의 공람과 의견을 요청한 것은 맞는데, 당시에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시행령과 시행규칙은 관련 법 개정 및 제정 이후 마련된다) 시행령별표5에 담겨 있던 문제의 조항을 법 개정 시에는 확인할 수 없었다. 또한 조경설계 용역은 건진법의 모태였던 ‘건설기술관리법’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기 때문에, 건설기술관리법의 개정에 신경을 덜 쓴 것도 사실이다(개정된 법에 따라 시행령이 마련된 올해 5월 이후 지금까지 확인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조경 단체에서 인지하지 못한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문제가 되고 있는 건설기술용역업과 관련된 사항은 경과 조치에 따라 2015년 5월 22일까지 시행이 유예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건설기술용역업 조항에 근거하여 설계 용역 발주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법 시행 여파를 체감할 수도 없었다.


4. 그렇다면 어떻게 뒤늦게라도 알려지게 되었나?

지난 10월 14일 차욱진 대표(두인디앤씨)가 조경사회 밴드에 관련 문제를 제기하면서, 조경인들이 이 사안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했다. 차욱진 대표에게 문의한 결과, 토목 분야 지인으로부터 건진법 관련 사항을 전해들은 후, 법 조항과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직접 확인했고, 그래도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국토부 담당자에게도 전화로 문의한 후,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는 판단이 들어 조경 단체 회장단에게 연락을 취했고, 관련 내용의 공유를 위해 조경사회 밴드에도 글을 올렸다. 또한 오랜 고심 끝에,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는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학생들에게도 관련 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했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조경학과 교수들도 이문제를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조경사회 회원과 조경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건진법 문제가 조경분야 내에서 광범위하게 퍼져나갔고, 라펜트와 한국조경신문에 관련 기사가 속속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한 대책 마련도 이 기간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5. 만약 현재의 시행령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그 여파는 어느 정도일까?

당장 조경기사나 조경기술사 자격증이 (최소한 조경설계업과 관련해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지금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비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또한 현 시행령의 개선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변화 없이 그대로 시행령이 유지될 경우의 여파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공공부문 발주처에서도, 아직 관련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정확히 어떻게 발주하겠다는 방침을 세우지 못한 상태다. 다만 ‘건설기술용역업’은 국토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어서, 만약 시행령이 현 상태대로 유지된다면 국토부와 관련 산하 단체에서 발주되는 공공부문 조경설계 용역은 조경설계 업체에서 수주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조경설계사무소 여건상, 토목·건축 또는 기계 분야 특급 기술자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공공 설계 용역의 경우는 기존의 관련법을 함께 적용하여 ①엔지니어링활동주체, ②기술사사무소, ③건설기술용역업체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발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국토부에서 건진법을 개정한 이유 중의 하나가 건설기술용역업의 통합에도 있기 때문에 점차 일원화될 가능성이 크다. 안일하게 대처하기보다, 대응 방안 강구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참고로 조경기술사사무소는 기술사 1인만 있으면 기술사법에 의거 기술사사무소를 설립할 수 있다. 2014년10월 20일 현재 조경기술사는 336명(출처: 기술사종합정보시스템)이다. 엔지니어링활동주체는 기계, 선박, 금속, 화학 등 그 기술부문이 다양하다. 조경은 토목구조, 철도, 상하수도, 건축구조 등과 함께 ‘건설부문’에 속한다. 규모에 따라 일정 기준 이상의 기술인력(기술사, 기사 등)을 확보해야 한다. 서비스업에 속하는 일반 조경설계사무소는 별도의 기술 인력 확보 없이, 사업자등록만 내면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공부문 설계 수주를 하기위해서는 최소한 엔지니어링활동주체나 기술사사무소등록을 해야 한다. 건진법은 민간부문 설계 발주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기 때문에, 조경설계 업체마다 그 여파가 천차만별이다. 민간부문 설계만 하는 업체는 당장에는 거의 영향이 없을 수 있고, 이미 토목이나 건축 특급기술자를 보유하고 있는 종합엔지니어링 업체는 오히려 수주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진승범 부회장과 최정민 교수(순천대학교 조경학과)는 한국 조경을 뒷받침하고 있는 조경설계 업체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관내 공공부문의 조경설계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규모가 작은 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 여파가 심각한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공통적으로 밝혔다. 어느 분야든 저변의 중요성은 따로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더구나 건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설기술용역업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내년 5월 이후, 건설기술용역 시장이 급변하게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6. 현재의 시행령이 개선될 가능성은?

국토부 담당 사무관에 따르면, 시행령 개정은 국회 의결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법 개정보다는 수월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토부에서 현 시행령의 문제점을 파악한 후 개정 절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어서, 본격적으로 건설기술용역업이 시행되는 내년 5월 23일 이전에 개선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진승범 부회장은 “시행령 별표1의 건설기술자의 직문분야에서는 기계, 전기·전자, 토목, 건축, 광업, 도시·교통, 조경, 안전관리, 환경, 건설지원 등으로 상세히 범주화해놓고, 별표5에서는 토목·건축 또는 기계분야 특급기술자가 모든 설계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 자체가 상충되는 사항이며, 각 건설기술 부문의 전문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점 또한 큰 문제”라며, 환경조경발전재단, 한국조경학회 등과 함께 국토부에 현 시행령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개선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번 건진법 문제와 관련하여, 최정민 교수는 “조경가들은 임승빈 교수의 저서 제목처럼 ‘조경이 만드는 도시’를 꿈꾸지만, 실제로는 택지분양부터 설계, 건설공사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법이 만드는 도시’인 것이 현실이라며,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법제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 교수들도 방관만할 것이 아니라, 조경 분야와 학생들의 미래가 걸린중대한 문제이니만큼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승범 부회장은 “이번 문제에 대한 반응을 보면, 업체마다 조금씩 온도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누군가에게는 건진법 시행령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닐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건설기술용역업과 무관해 보이는 조경공사업에도 그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주변에서 지나치게 문제를 심각하게 판단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느슨한 판단이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국토부에서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문서상으로 개정된 것이 아니기에, 확실히 개선되는 순간까지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함께 기울이자”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건설기술진흥법 관련 내용은 이번호 CODA에서도 일부다루었다. 본지 159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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