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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스케이프] 정원, 제3의 자연
  • 환경과조경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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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딕슨 헌트(John Dixon Hun)t그레이터 퍼펙션즈(Greater Perfections)의 앞부분에서 가장 심도 있게 다루는 내용은 정원이란 무엇인가. 모두가 아는 단어라도 일상과 학문에서의 쓰임이 다르니 그럴 때일수록 정의를 내리는 일이 중요하다. 정원에 대한 수많은 정의가 있으나 형태(둘러싸임)와 성격(즐거움 혹은 생산), 자연적 요소와 문화적 요소의 결합 등이 공통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원으로 보면 정원은 항상 위요되어 있거나 어떻게든 주변과 달라 보인다. 그렇다면 정원과 달리 보이는 주변은 어떤 곳이며, 어떤 이유로 정원은 다르게 보이는가? 르네상스 시대의 정원 연구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예술로서의 정원에 관한 논의는 르네상스 인문학자들에 의해 정교해졌다. 이들은 정원을 3의 자연(terza natura)’이라 칭했다. 헌트 등의 연구자들이 정원 이론 연구에 도입한 이 개념은 16세기 중엽의 르네상스 인문학자인 야코포 본파디오(Jacopo Bonfadio)와 바르톨로메오 타에조(Bartolomeo Taegio) 등이 사용한 신조어다. 그레이터 퍼펙션즈에서 헌트는 본파디오의 서간문을 주로 인용한다. 동료 인문학자 플리니오 토마첼로(Plinio Tomacello)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본파디오는 고향 가르다 호숫가에 있는 자신의 시골집을 설명한다. 고대 로마의 소 플리니우스(Pliny the Younger)의 레토릭을 모방한 이 서간에서 그는 우선 주변 경관을 보고, 호숫가와 비탈로 시선을 돌리고, 이어 정원을 묘사한다. 그의 정원은 신화 속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이나 알키노오스 왕의 정원처럼 과일이 풍성하며 행복하고 축복받은 곳이다. 이는 마을 사람들이 노력해 이룬 것으로, 자연이 예술과 결합되고 나아가 예술과 같은 성질을 띠게 됐다. 본파디오는 그 결과 3의 자연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용어를 따로 설명하진 않는다.1 타에조 또한 예술과 자연이 결합해 그 사이에 서 제3의 자연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만 한다. ...(중략)...


각주 1. Jacopo Bonfadio, Lettere famigliari di Jacopo Bonfadio, Brescia: Presso Jacopo Turlini, 1746, pp.12~20.

 

환경과조경 388(2020년 8월호수록본 일부 

 

황주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하고, 미술사학과에서 풍경화와 정원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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