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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감각] 풍경의 이름
  • 환경과조경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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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은 붙였어? 오래도록 갖고 싶었던 카메라를 들고 나선 날, 친구가 물었다. 소중한 카메라이니 이름을 붙여야 한단다.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게 이상하고 부끄러운 일 같았지만, 친구의 진지한

얼굴을 보니 놀리고 싶어졌다. 그럼 메라라고 할까? 그 이후로 ‘메라’를 볼 때마다 사뭇 진지했던 친구의 표정이 떠올라 웃음 짓는다.

 

#2 오랜만에 ‘메라’로 기록한 사진들을 살피니, 강아지가 뛰노는 풀밭이 보인다. 까만 눈, 분홍색 코가 박힌 하얀 진돗개. 뭐라고 부르든 달려오는 모습이 귀엽고 또 괜히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곰탱이’라고 이름 지은, 나의 첫 강아지.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 좀 더 고운 이름으로 부를 걸 하고 후회했지만, 덕분에 나는 곰탱이라는 말을 하얗고 보송하게 기억한다.

 

#3 설계 회사에서 지었던 공간 이름 몇 개를 떠올려 본다. 커피 앤 티 가든, 느티나무 쉼터, 매화나무 언덕, 어울림 마당, 다함께 정원, 진입 광장. 일정에 쫓겨 급하게 정한 이름이 많다. 머리를 싸맸지만 마땅한 이름을 떠올리지 못해 택한 차선책도 많다. 설계 도서에 적지 못하더라도 메라나 곰탱이 같은 이름으로 불러 볼 걸. 미소가 떠오르는 이름, 하얗고 보송한 이름을 소중한 풍경에 붙여 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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