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엔 없는 게 없다. 자잘한 생활 상식부터 명사 강연에 이르기까지 15분 내외의 짧은 동영상이 내가 원하는 정보뿐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궁금해할지도 예측해 준다. 귀 얇기 대회가 있다면 대한민국 최고상을 받을 거라는 한 측근의 말대로 매번 구글의 친절한 권유를 뿌리치지 못한다. 그렇게 얻은 개인 정보를 활용해 도시를 건설하는 시대다. 영어 회화에 도움이 될까 싶어 유튜브에서 미드를 보다가 월드컵 시즌에 축구 영상을 몇 번 찾아 봤더니 영어와 축구가 결합된 영상까지 추천해 준다. 기성용과 손흥민의 영국식 영어 발음을 이렇게 진지하게 듣게 될 줄이야.
가까운 미래를 그린 영화 ‘그녀Her’(2014)에서 주인공은 인공 지능 운영 체계와 소통한다. 하드 드라이브 접근을 수락하자 0.02초 만에 메일을 포함한 온갖 정보를 분석해서 주인공의 상태와 주변 인물 탐색을 마친다. 몇 년 전 이 영화를 볼 때만 해도 신기하게 느껴졌는데 이젠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다. 은행 잔고와 쇼핑 품목과 일기장은 비밀 서랍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어느 서버를 떠돌고 있다. 그러고 보니 싸이월드에 차곡차곡 모아둔 기억들은 언제 복원될지 궁금하다.
영화 ‘서치’는 가만히 앉아서도 실종 사건을 파헤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노트북, 휴대폰, 뉴스, CCTV, 내비게이션, 개인 방송 등 동시대에 동원할 수 있는 온갖 디지털 기기의 화면을 통해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전개된다. 문자, 화상 통화, 소셜 미디어처럼 우리가 매일 접하는 장치를 이용해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은,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가 헬리콥터를 손수 운전하면서 벌이는 액션과는 또 다른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오히려 ‘파서블’한 현실감이 더 두렵게 느껴진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6호(2018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내가 아는 한 20대는 가상의 세계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매일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매장을 확장하며 최고급 인테리어와 비싼 화분으로 치장하느라 틈만 나면 태블릿 PC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렇게 노력한 덕분에 그녀가 속한 리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진짜 방이나 좀 치우면 더 바랄 게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