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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 조한결
  • 환경과조경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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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72시간의 ‘리얼타임’ 프로젝트

‘72’에 맞추어져 있던 타이머가 0을 향해 빠르게 달려간다. 거친 나뭇결을 사포질하는 손놀림이 점점 빨라지고 철제 프레임을 이어 붙이는 용접기에서 불꽃이 튄다. ‘도시를 뒤흔들 에너지가 몰려온다’는 문구는 비장하기까지 하다.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소개 영상의 시퀀스는 마치 미드(미국 드라마) ‘24’를 연상시킨다. 최악의 테러를 24시간 안에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타임 드라마 ‘24’의 주인공 잭 바우어처럼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의 참가자들은 72시간

안에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종횡무진한다. 2010년 이스라엘의 바트얌Bat Yam에서 열린 비엔날레 오브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Biennale of Landscape Urbanism의 한 프로그램으로 처음 시행되었던 ‘72시간 어반 액션72Hour Urban Action’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한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는 짧은 시간 안에 한정된 예산으로 디자인에서부터 시공까지 마무리하는 ‘리얼타임’ 프로젝트다. 하지만 이 극한의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들의 표정에 지치고 피곤해 하는 기색은 없었다. ‘Street Furniture+’의 팀원 김다선 씨는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좀 더 소통할 수 있는 가구를 디자인해 보고자 친구들과 모이게 되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2012년에는 참가자로, 2013년에는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프로젝트에 애정을 쏟고 있는 최신현 씨토포스 대표는 올해에는 조직위원장을 맡아 참가자들과 72시간을 함께 했다. 그는 “72시간 동안 서울시 12곳에서 진행된 도시의 변신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며 “도시를 위한 시민들의 열정과 도시의 희망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프로젝트를 진행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3회를 맞이한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2012년 ‘Take Urban in 72 Hour’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는 올해로 3회를 맞이했다. 작년까지는 서울시에서 단독 주최했지만 금년에는 한화그룹과 공동 주최해 ‘한화와 서울시가 함께하는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2014년 10월 23일 오전 10시부터 26일 오전 10시까지 72시간 동안 진행했다. 한화그룹은 프로젝트의 활동 및 작업비를 제공하고 홍보를 담당해 시민 참여를 유도했으며 신진 건축가들과 2개의 연합팀을 꾸려 직접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올해는 ‘자투리 공간에 활력을 담아라’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 사건, 세월호 침몰 사고 등 연초부터 대형 사고들이 끊이지 않아 슬픔에 빠지고 지쳐있는 시민들을 위로하는 공간을 조성하기를 기대했다. 서울시의 각 구청에서 추천한 22곳의 자투리 공간과 조직위원회에서 발굴한 15개의 공간 중에서 최종적으로 18개의 장소를 프로젝트 대상지로 선정했다. 참가팀은 이 가운데 원하는 장소를 직접 선택했고 12곳에 작품이 설치되었다. 특히 12팀 중 4팀이 경의선숲길공원 1단계 완성 구간에 작품을 설치해 시민 참여형 녹지 조성 사업인 경의선숲길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작년에는 시민과 학생, 전문가로 구성된 5인 이상 17인 이하의 팀을 구성해야 했지만, 올해는 시민 1인, 관련 종사자 1인을 포함한 5인 이상 20인 이하의 팀을 구성하는 조건으로 바뀌어 팀 자격이 완화되었다. 또한 일반 시민 팀을 작년 8개 팀에서 올해 10개 팀으로 늘려 시민 참여를 유도했다. 지원 팀의 숫자도 작년 11개 팀에서 올해 34개 팀으로 크게 늘어 프로젝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보여주었다.


올해의 수상작

전체 12팀 중 전문가 초청팀을 제외한 10팀을 대상으로 설치 과정과 설치 완료 1주일 후에 이용되는 모습을 평가하고 작품 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RESCAPE’, ‘오다가다 놀다가는’, ‘Moku Design Lab.’ 등 3팀의 작품이 올해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우수상에는 1천만 원, 우수상과 한화상에는 각 5백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최우수상은 ‘간이역: 그리운 풍경이 있는 정원’을 설치한 ‘RESCAPE’ 팀이 수상했다. 작품은 마포구 대흥동 경의선숲길 1단계 구간 중 시민 참여를 위해 비워뒀던 공간에 조성됐다. ‘RESCAPE’ 팀은 이곳을 이웃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벤치와 아이들을 위한 그네가 설치된 소담한 간이역 형태의 쉼 공간으로 꾸며 기존 경의선의 장소성을 훌륭하게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우수상을 받은 ‘오다가다 하늘보다’ 역시 경의선숲길 1단계 구간에 조성됐다. 역동적이지만 불안한 근대화의 흔적을 상징하는 역 피라미드 형태의 조형물을 ‘2×2’ 배열로 설치하고 각 피라미드 안에는 하늘을 보면서 쉴 수 있도록 의자를 만들어 조형성이 훌륭하다는 평을 받았다. 3등상에 해당하는 한화상은 ‘Moku Design Lab.’ 팀이 종로3가 세운초록띠공원에 조성한 ‘모두를 위한 식탁’에 돌아갔다. 집 모양의 철제 프레임 안에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식탁과 의자를 배치했다. 설치 완료 후 전체 팀의 대상지를 방문했을 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어 실용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3회를 맞이한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는 참가 자격을 완화하고 일반 시민 팀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진행 과정과 방식이 예년과 비교해 유연해지고 매끄러워졌다. ‘오다가다 하늘보다’ 작품의 경우에는 인근 주민들이 작품 설치를 반대하는 돌발 상황도 있었지만 설치 장소를 100m가량 옮기는 것으로 의견을 잘 조율해 72시간 내에 작품을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다.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시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우수한 도시 조형물과 시민들의 쉼터를 마련한 것도 올해 크게 달라진 점이다. 하지만 작업의 전 과정을 SNS를 통해 생중계하여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소통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던 초기의 의도와는 달리 SNS를 통한 시민들의 반응이 미미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해 설치된 작품들은 일부만 존치했지만 올해는 시민 의견을 수렴해 12곳 모두 철거 없이 존치하기로 했으며, 이후 자치구 또는 공원녹지사업소에서 관리한다. ‘24’의 잭 바우어처럼 72시간을 종횡무진 했던 참가자들의 열정은 시민들의 삶의 일부로 고스란히 남게 되었다. 그들의 노력이 바꾼 일상의 풍경을 서울 곳곳에서 만나보길 기대한다.

 

 

초청작 썸타는 계단 / 꿈의 스테이지

한화 + AnLstudio

 

최우수상 간이역: 그리운 풍경이 있는 정원

RESCAPE

 

우수상 오다가다 하늘보다

오다가다 놀다가는

 

한화상 모두를 위한 식탁

Moku Design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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