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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리버스드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 리뉴얼 아이디어 공모
  • 김영민 + 송민원
  • 환경과조경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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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적 풍경

19세기 말 20세기 초, 근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리던 무렵, 그 변화의 증거는 도시적 풍경이었다. 그리고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의 감각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도래하지 않은 지점들을 도시에 곳곳에 만들어냈다.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이 바로 그러한 지점이다. 이 지점의 도시적 풍경은 너무나 명백했지만 역설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규정되지 않은 회색의 공간은 오로지 속도를 위한 회색의 공간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광장은 단지 지나가는 장소였고 움직임을 분절하기 위한 도구였다. 사람에게 돌아갔지만 단 한 번도 사람을 위한 장소가 되지 못했던 이곳은 여전히 움츠린 회색의 닫힌 섬이다. 그 두터운 껍질을 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단 하나, 반전反轉이다.

 

남근적 상징에서 내재된 상징으로

반전은 전복顚覆과는 다르다. 반전은 파괴를 수반하지 않으며 오히려 기성旣成을 간직한다. 거울의 뒤집힌 상을 통해서 실상이 파악되듯 반전은 다른 면을 드러냄으로써 그 본질을 열어준다. 새로운 광장을 위해 세 개의 반전을 계획했다. 먼저 광장에 군림하는 유일한 기호인 분수대를 반전시킨다. 시각화된 남근으로서 기념비, 그것이 광장의 전부가 되었다. 1970년대의 가치를 긍정하더라도 유신의 표상에서 섬뜩한 망령을 목도한다. 유효한 과거의 가치는 내재되어야 한다. 그래서 상징은 뒤집어져 자궁과도 같은 공간으로 내화되고 그 자리를 모두에게 내어준다. 숨겨진 역동적 지하의 세계에 마련된 신전은 과거를 새로운 상징으로 치환하고, 지상은 살아있는 잠재성을 위한 표면이 된다. ...(중략)...

 

환경과조경 344(2016년 12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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