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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21×129×298
  • 박승진
  • 환경과조경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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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진

디자인 스튜디오 loci

(박승진, 최상민, 장수연, 오지훈, 고희선)

 

숲은 생명의 근원이다. 나무와 풀을 기반으로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숲에 모여 산다. 우리는 숲에서 왔고 결국 숲으로 돌아간다. 숲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해진다. 숲에 머무는 행위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 활동이다. 하지만 우리는 숲의 위기를 실감하며 살아가는 세대다. 지금의 도시들은 숲을 베어낸 자리에 들어섰다. 도시가 확장되었고 숲은 사라졌다. 우리 삶의 기반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도시는 성장했으나 삶의 질은 쇠퇴했다. 위기의 도시에 해법을 제시한 것은 조경이었다. 조

경가는 정원에서 배운 자연의 기술을 도시로 가져왔다. 공원은 이식된 자연이며 재생된 숲이기도 하다. 만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은 조경가의 책무이며 지금도 유효한 과제다. IFLA 기념정원은 이 같은 조경가의 사회적 책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실용적 쓰임새와 가치를 갖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기념 정원의 장소, 앉는다는 행위

정원의 면적은 활동 프로그램과 경관적 효과와 연관된다. 약 2천m2의 대상지는 수목원의 중심 시설인 사계절 온실에 접한다. 관람객 대부분은 이 기념정원을 지나 이동하게 된다. 축구장 65개 면적에 달하는 수목원은 바쁘게 걸어도 한 시간, 여유 있게 둘러보려면 세 시간이 걸린다. 봐야 할 것은 많고 다리는 아프고 그늘도 부족하다. 기념 외에 정원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인간에게 앉는다는 행위는 가장 기본적이며 보편적인 인권이다. 휴식에는 앉는 행위가 동반되며, 의자 등 앉을 수 있는 장치는 휴식의 질을 좌우한다. 노동자에게 앉는 권리는 지금도 싸워 쟁취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러므로 의자는 디자인 이전에 인권이며, 보편적 복지의 출발점이다. 의자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시대가 있었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공원의 의자는 다르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따로 상석이 없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의자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원에 놓음으로써 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찾을 수 있다.

 

환경과조경 406(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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