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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공원, 가장 작은 조경가
  • 환경과조경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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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청오

 

한국 최초의 공원설계 국제공모

세종시에서 가장 큰 공원1이 문을 열었다. 이 공원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광대한 규모뿐만 아니라 도시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 한국에서 처음 진행된 공원설계 국제공모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2


공원을 구분하는 것은 일상적인 관례처럼 익숙한 일이지만 대형 공원이 주는 무게감은 일상의 공원이 주는 느낌과는 다르다. 대형 공원에 대한 논의는 200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간헐적으로 진행되었다. 줄리아 처니악, 조지 하그리브스, 제임스 코너는 라지 파크(Large Parks)에서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도외시된 대형 공원이 갖는 복합 문화, 사회·역사적 의미, 도시와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장소에 대해 논의했다.3 이 책은 동시대의 설계공모인 토론토의 다운스뷰 공원과 뉴욕의 프레시 킬스도 다루고 있다. 같은 시기에 국내에서도 대형 공원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었다. 박선희는 한국 공원의 대형화와 대형 공원 설계를 검토했고,4 이지현은 대형 공원의 회복탄력성에 대해 논의했다.5 이외에도 많은 조경가가 공원의 대형화와 대형 공원의 의미를 연구했다. 이러한 시기에 진행된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녹지공간 국제 설계공모’(2007)는 대규모의 설계 부지, 국내외 대형 공원에 대한 관심 고조, 국제 설계공모라는 점에서 많은 조경가의 가슴을 뛰게 했다.6 175개 팀이 참가 의향을 보이고 92개 팀이 설계안을 제출했다. 그중 10개 팀이 2단계에 진출했고 노선주의 설계안이 당선되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세종중앙공원에 서서 조경가를 생각한다.

 

설계공모 기획에서 당선안의 구현까지

설계공모는 대상지에 대한 조경가의 이념과 철학을 디자인이라는 매체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단계이다. 공원을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공원을 구상하는 단계이자 미래를 그리는 단계에 해당한다. 어떤 조경가는 설계공모를 기획하고 다른 조경가는 설계공모에 참여하는 형태로 응답한다. 설계공모 기획 단계에서 중요한 점은 어떻게 대상지가 갖는 잠재적 가치를 실현하는가에 관한 것으로, 설계공모 지침은 대상지를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고민한 조경가의 노력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어떻게 보면 공모 참여자를 위해 흰 도화지를 가지런히 정렬하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정돈된 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다음 조경가의 역할이다. 대부분 설계공모는 대상지에 대한 이념과 철학을 이상적으로 그려낸 결과물 정도를 요구한다. 이를 더 정교하고 날카롭게 다듬는 일은 실제 설계 단계에서 진행된다. 어쩌면 한 설계공모를 치르는 것은 한 조경가에서 다음 조경가로, 그리고 또 다른 조경가에게 이어지는 공동의 프로젝트라고도 할 수 있겠다. ...(중략)

 

각주 정리

1. 이번에 개장한 세종중앙공원 1단계의 부지는 약 52만m2다.

2. 배정한, “대형공원, 생산, 프로세스”, 『봄, 디자인 경쟁시대의 조경』, 도서출판 조경, 2008.

3. Julia Czerniak, George Hargreaves, John Beardsley, Large parks , Princeton

Architectural Press, 2007. 2010년 배정한과 서울대학교 통합설계·미학연구실(idla)이 번역서를 발간했다. 줄리아 처니악, 조지 하그리브스 편, 배정한+idla 역, 『라지 파크』, 도서출판 조경, 2010.

4. 박선희, 배정한, “대형 공원에 나타나는 현대 공원 설계의 쟁점”, 『한국조경학회 2011년도 추계학술대회 논문집』, pp. 55~58; 박선희, “한국 대형 공원 설계의 비판적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13.

5. 이지현, 배정한, “대형 공원의 회복탄력성 향상을 위한 관리 체계”, 『한국조경학회 2013년도 추계학술대회 논문집』, pp.25~26.

6. 2단계로 진행된 공모의 1단계 제출작이 92점이라는 점에서 이 설계공모에 대한 국내외 관심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환경과조경 392(2020년 12월호수록본 일부

 

심지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 시각화 매체로서 빅데이터의 활용을 연구하고 있다. 박사 논문에서는 소셜 미디어와 설문 조사를 통해 공원의 이용을 추적했다. 데이터와 시각화, 조경 설계와 공원의 이용에 대해 자유로이 사유하고, 현재는 국토연구원의 법과 제도라는 틀 안에서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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