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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고쳐 쓰기] 공원의 리노베이션
목동 중심축 5대 공원의 사례
  • 온수진
  • 환경과조경 2022년 6월

원고 청탁서에 고쳐 쓰기, 수선, 리모델링이란 단어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리모델링보다 리노베이션이라는 단어가 끌린다. 변화에 대응하는 공원의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상상하기에 더 적합해 보인다. 같은 범주로 행정에서 쓰는 용어는 ‘정비’와 ‘재조성’이다. 둘 다 기존 공원을 상정한다. 공원 재조성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례는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1990)이다. ‘어린이대공원 환경공원 계획’(1996)이나 ‘보라매공원 재정비 사업’(2002)도 있지만, 인상적 사례가 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정비 대상으로 거론된다. 여건이 상이하지만 낡은 놀이공원이었던 드림랜드가 북서울꿈의숲으로 변신(2009)한 것이 제법 선명한 사례에 속할 수도.

 

공원은 오래될수록 좋다. 처음 심은 작은 나무가 자라 거목이 되고 서로 어울려 숲을 이루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나무는 크지만 시설은 쇠한다. 주기적으로 포장을 교체하고, 벤치도 수리를 거듭하다 바꾸고, 설비도 개조한다. 하지만 공원의 변신이 필요한 이유는 ‘시설’이 낙후해서가 아니라 ‘이용’이 낡아서다. 고착된 시설로 인해 몸과 생각이 고정되어 새로운 이용을 상상하기 어려워 이용도 낡아간다. 목동 중심축 5대 공원이 준공된 지 35년이 지났다. 도시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소득 수준, 주민 구성, 건축물과 상업 시설 증가, 지역의 기능 변화 등 공원 주변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도시가 달라진 만큼 도시가 공원을 대하는 태도도 변했다.

 

목동 중심축 5대 공원 리모델링의 시작

목동 중심축 5대 공원 리모델링을 촉발한 계기는 ‘양천공원 베이비존’(2017)과 ‘통합놀이터 조성 사업’(2018)이었다. 나무는 훌쩍 컸지만 시설과 이용이 뜸했던 양천 공원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녹지대에 400m2 잔디밭과 영유아 시설을 설치한 베이비존을 조성했다. 베이비존은 예산 1억 원에 준공까지 40일을 들인 작은 변화였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아빠 혼자 아이를 데리고 가서도 잠시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소개되어 ‘아빠 공원’이란 닉네임이 붙었다. 베이비존에 탄력 받아 곧바로 기획한 통합놀이터 조성 사업은 노후한 놀이터를 연접한 야외무대까지 확대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는 자연형 놀이터로 재조성하는 것이었다. ‘쿵쾅쿵쾅 꿈마루 놀이터’라는 이름으로 2018년 5월 개장해 주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각종 수상과 보도도 이어졌다.

 

이러한 공원의 작은 변화가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2018년 6월에 진행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목동 중심축 5대 공원 리모델링’의 공약으로 구체화되고, 같은 해 11월 5개 공원에 대한 기본계획이 총 83억 원의 예산으로 수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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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이 뜸했던 녹지대에 잔디밭과 영유아 시설을 설치한 베이비존 ©양천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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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놀이터를 연접한 야외무대까지 확대해 재조성한 쿵쾅쿵쾅 꿈마루 놀이터 ©양천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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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공원의 책쉼터 ©양천구청

 

 

환경과조경 410(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온수진은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원예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1999년 서울시청에 임용되어 푸른도시국에서 월드컵공원, 선유도, 남산, 관악산, 노들섬, 서울로 7017 등에 참여하면서 도시의 모든 문제에 공원과 녹지를 대입하는 공원주의자가 되었다. 2020년에 『2050년 공원을 상상하다』(한숲)를 출판했고, 현재 양천구청에서 공원녹지과장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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