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베란다 창문을 연다. 식물들이 햇빛과 바람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도록 방충망까지. 그런데 열린 문으로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도 찾아온다. 가장 단골은 파리. 근처 텃밭 퇴비 더미에서 날아왔으리라. 위생이 나빠 보이지만 밝은 쪽 다른 창을 열어두면 금방 날아가기에 내쫓기 수월하다. 드론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는 손님은 말벌이다. 위험하다고 하니 스스로 나갈 때까지 안전한 방에서 지켜봐야 한다. 나방은 더럽거나 무서울 게 없어 방심했는데, 종종 나타나 입맛에 맞는 화초를 골라 몽땅 먹어 치우던 애벌레가 이 녀석의 유생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꽤 근사한 손님들도 있다. 작업실 옆의 숲에서 온갖 나비가 날아와 꽃 꿀을 더듬고 있으면 날개 표면에서 산란하는 오색 빛을 구경할 수 있다. 꽃잎에 우아하게 앉는 나비와 달리 꿀벌은 꽃에 얼굴을 쑤셔 박은 채 꿀과 꽃가루에 열중한다. 투명한 날개 아래로 씰룩거리는, 노랗고 귀여운 엉덩이들. 언젠가 다홍색 무당벌레가 찾아와 며칠 동안 화분의 진딧물을 싹 청소해 준 적도 있다.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잡아먹는다. 그리고 ‘깡충거미’라는 거미 하나가 별 일 없이 찾아와 지내며 몬스테라 잎사귀 사이를 깡충거리며 놀았다. 다가가면 고개를 갸웃거리며 쭈뼛대던 그 친구 덕분에, 징그럽게만 여겼던 거미가 이제는 어깨에 내려앉아도 아무렇지 않다.
이 글을 끝으로 ‘풍경 감각’을 마무리한다. 처음엔 그림에 글을 붙이는 것도, 잡지의 가장 앞쪽에 자리잡은 것도 어쩐지 부끄러워서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 유난히 작업이 어려웠던 몇 달간 휴재를 고민하기도 했다. 그래도 매일 아침 창문을 여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아니길 바라지만, ‘풍경 감각’의 몇 편은 누군가의 베란다에서 파리나 나방 같을지도 모르겠다. 나비나 무당벌레는 욕심인 듯 하고. 그래도 바라건대 깡충거미쯤 되었으면 좋겠다. 귀한 지면을 내어주신 편집부와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