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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원, 고쳐 쓰기] 오목공원 고쳐 쓰기 혹은 업그레이드하기
    공원의 나이가 30살쯤 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파트 재건축은 대략 30~40년 정도의 시간을 요구한다. 제법 쓸 만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부수고 다시 짓는다. 서른을 갓 넘은 공원은 아직 건재하다. 나무는 크고 푸르며, 공놀이 금지라는 안내문에도 아이들 노는 소리는 여전히 우렁차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회사원들의 발걸음은 언제나 경쾌하다. 어르신들은 오늘도 진땀을 흘려가며 운동 기구에 매달려 있다. 사방 150m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공원의 형태는 주어진 운명이었을 것이다. 격자형 도로망에 의해 규정지어졌으니 더욱 그렇다. 30년 전 공원 설계자의 생각을 되짚어본다. 중심 상업 지구에 놓여 있고 주변이 높은 건물로 채워질 테니 바깥쪽으로 키 큰나무를 심어야겠다. 가운데는 ‘오목’하게 비워서 일종의 중앙광장을 만든다. 지평면보다 살짝 낮은 이 선큰 광장에 시선을 끌 장치가 필요했고, 벽천이라는 꽤 매력적인 아이템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 유명한 맨해튼의 페일리 파크(Paley Park)부터 조경가 로렌스 핼프린의 걸작 러브조이 플라자(Lovejoy Plaza)까지 여러 공원이 유용한 레퍼런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공원의 기본 틀이 정방형 구조이니 뭔가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고, 원형의 농구장이나 포켓 쉼터가 등장한다. 비교적 단순한 형태인 오목공원의 매력은 높게 자란 나무들이다. 벽천은 멈췄고 도로의 차량 소음은 더욱 심해졌지만, 건물 3~4층 높이까지 훌쩍 자란 나무들의 녹음은 오래된 공원의 큰 자산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없애도 좋을지, 결론은 쉽게 내려졌다.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나무 아래로 숨어든다. 큰 나무 아래 작은 나무들이 자랄 틈이 없는 이유다. 나무 그늘 속 벤치는 운이 좋아야 차지할 수 있다. 조금 오래 앉아 있으려니 눈치가 보인다. 긴 의자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또 눈치가 보인다. 광장의 크기를 줄이고 편안히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늘리기로 했다. 비를 피하고 안정적인 그늘을 만들 수 있는 커다란 구조물이 필요하지 않을까. 맛있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정원을 바라보며 산뜻한 수다를 떨 수 있다면 좋겠다. 무겁고 딱딱한 공원 벤치가 아니라 원하는 곳으로 옮겨 삼삼오오 앉을 수 있는 ‘힙’한 의자가 필요하겠다. 피곤한 몸을 기대어 잠시 꿈나라에 다녀올 만한 편안한 소파도 생각해 보자. 작고 예쁜 꽃집이 있으면 어떨까. 미니 책방이 있어도 좋겠다. 이런 걸 공공 라운지라고 부르면 어떨까. 오목공원 리모델링의 핵심은 공공 라운지라는 프로그램 공간을 공원에 삽입하는 것이다. 30년간 잘 자라 준 나무들은 그 자체로 공원의 녹색 자산으로 유지되고, 동시에 공공 라운지의 두터운 경계로 기능한다. 나무 아래 하층 식생을 강화하면 숲의 볼륨이 두 배 이상 커질 수 있다. 도시는 성장한다. 목동 일대는 머지않은 시기에 용적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다. 도시공원의 기능도 변화한다. 소극적 도시숲의 기능에 더해 적극적으로 주민들의 도시 활동에 대응하는 공공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낡아서 고쳐 써야 하는 리모델링이 아니라, 좋은 것은 안고 가면서 더 필요한 프로그램을 더하는 업그레이드라고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박승진은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설계를 공부했다. 조경설계사무소 서안에서 오랫동안 설계 실무를 했고, 2007년에 디자인 스튜디오 loci를 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겸임 교수로 조경학 관련 수업을 맡고 있다.
  • [공원, 고쳐쓰기] 목마공원 모두를 위한 공원
    공원 리모델링 설계의 시작 신도시의 공원은 주변 주거 단지가 자리 잡기 전에 조성되므로 주민의 의견과 요구를 반영하기 힘들다. 근린공원은 주민의 보건, 휴양 및 정서 생활의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조성하는 공원으로, 해당 공원만의 특수성을 담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으며 본래의 기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변 단지에 주민들이 입주하고 공원은 도시의 변화와 주민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개성을 지닌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렇기에 신도시 공원 리모델링은 공원이 변화하는 과정과 원인을 해석하고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행태와 요구를 읽어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목마공원은 다른 목동 중심축 5대 공원과 같이 도로의 소음과 분진을 막기 위해 만든 언덕과 완충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주거 단지와 인접해 조성된 다른 공원과 달리 서측은 도로 램프, 북측은 열병합발전소, 남측은 이대목동병원, 동측은 폭 30m의 안양천로에 에워싸여 있어 도시로부터 고립된 형태다. 특히 서측 양평교와 연결된 도로 램프는 1980년 후반 공원이 조성되고 2~3년 뒤에 설치된 도로 구조물로, 당초 목동 도시계획의 목표 중 하나인 중심축의 보행 연결을 막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목마공원은 지난 30년간 주민들이 접근하기 힘든 공원이었다. 내부에 추가로 조성된 게이트볼장은 고립된 공원의 이용성을 높이는 앵커 시설의 역할을 하지만, 동호회 등 특정 주민이 공원을 사유화하는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목마공원을 둘러싼 완충 녹지는 작지만 울창한 숲으로 자라났고, 단절의 문제는 한적하고 고즈넉한 목마공원만의 개성이 되었으며, 동측에 연접한 안양천의 변화는 목마공원이 수변 공원과 연결되는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또 다른 잠재력이 되었다. 신도시 공원 읽기: 공동체 회복의 가능성 신도시를 조성하며 여러 건축가가 시도했던 소셜 믹스, 세대 간 통합 등 공동체 회복을 위한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도시 공간 내에서 다양한 계층이 공유하는 물리적 공간은 대형 마트와 공원 두 곳뿐이며, 공동체 회복을 위한 논의의 중심이 아니었던 공원이 오히려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은퇴 후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과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잠시 휴식하는 청소년들, 어린 아이와 산책하는 젊은 부부 등 아파트로 둘러싸인 목동의 공원에서는 잃어버린 공동체 마을의 모습을 보여준다. 도시 속 공원은 단순히 휴양의 기능을 넘어 세대 간, 계층 간 차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공동체 회복의 장이 될 수 있다. 숲과 정원이 만드는 공원의 매력과 공통의 관심을 담은 프로그램은 공원 본래 기능을 넘어 도시 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또 다른 해결법이 될 수 있다. 어린이 놀이터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함께 섞여 뛰어놀 수 있는 장소이자 젊은 부부와 어르신이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공통의 관심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체험정원은 청소년, 환자, 성인, 어르신 등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꽃과 식물이라는 관심사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책쉼터는 은퇴한 어르신이 아이에게 삶의 지혜를 이야기로 전해주는 장소이자 맞벌이부부의 아이를 위한 방과후 데이케어 센터가 될 수 있다. 도시민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책임지는 기능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체 회복의 장으로서 공원의 가능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이상수는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조경학을 복수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조경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신화컨설팅과 씨토포스를 거쳐 스튜디오101을 공동으로 창립했으며, 2016년에 스튜디오201을 설립했다. 서남권 국회대로 상부공원 설계공모, 구 진주역 복합문화공원, 목마·신트리 공원 리모델링에 공동 당선되며 조경가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공원, 고쳐 쓰기] 신트리공원 다음 세대의 공동체 정원
    2021년 7월의 어느 늦은 오후, 처음 방문한 신트리공원에서 동네 주민들이 저마다의 루틴에 따라 공원을 알차게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은퇴 후 주로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잠시 휴식 시간을 즐기는 청소년들, 퇴근 후 아이들과 산책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은 가장 동시대적인 목동의 풍경이다. 도시계획을 통해 조성된 공원을 가장 일찍 경험한 목동 주민들은 도시의 일상 속 공원 녹지가 여가 공간으로서 얼마나 큰 행복과 위로를 주는지 지난 30년 동안 경험해왔다. 그래서인지 낡은 신트리공원을 고쳐 쓰기 위한 새로운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것은 아주 부담스러운 작업이었다. 오래돼서 낡은 가죽 신발이지만 그 어떤 신발보다 편안하고 나름의 멋이 있어서 그대로 신고 싶은 주인의 마음이 바로 목동 주민들의 마음일 것이다. 비전문가인 그들에게는 지금의 공원이 최선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새로 고친 공원이 새 가죽 신발을 신은 것 마냥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이 공원에 얼마나 많은 불편과 위험 요소가 있는지. 지금 보이는 풍경이 결코 최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잠깐의 상상을 통해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신트리공원 리모델링 계획의 첫 번째 전략으로 ‘리스펙트respect_지금을 받아들이다’ 를 세웠다. 거창하고 새로운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유치하기보다는 현재의 공원 골격과 프로그램을 존중해 활용하는 것이 우리가 제시한 가장 중요한 방향성이다. 지난 30년간 이곳에 누적된 공동체 문화는 신트리공원의 가장 큰 정체성이며 다음 세대를 통해 이어져야 할 문화유산이다. 따라서 지역의 삶과 문화, 자연이 그대로 담길 수 있는 넉넉한 그릇으로서 공원이 계속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전략은 ‘리–어레인지먼트re–arrangement_다시 구성하다’다. 현재의 틀을 유지하되, 그동안 임기응변식 시설 추가로 무질서하게 널려 있는 프로그램을 재배치해 새로운 변화가 유입될 수 있는 여백을 만들고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텃밭과 장미정원, 장기판 전용 퍼걸러, 지압 보도, 생활 체육 시설, 논습지 등은 언뜻 보면 공존하기 어려운 프로그램 같지만 이미 주민들에게 검증된 프로그램이다. 설계자에게만 어색해 보이고 공원을 사용하는 이들은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더 나은 구성을 제시하고 현재의 조합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새로운 공간의 유입을 위한 틈을 만들고자 했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이남진은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심원조경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조경기술사사무소 바이런(VIRON)을 이끌고 있다. 좋은 설계는 좋은 회사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스카이 공원 Sky Park 스카이 공원
    기반 시설, 건축, 도심 경관의 결합 중국 선전(Shenzhen)의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스카이 공원(Sky Park)은 사용되지 않았던 건물 옥상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여가 공간이다. 지난 40년간 선전은 작은 어촌 마을에서 혁신적이고 현대적인 도시로 성장했다. 인구 규모 역시 수천 명에서 1,700만 명으로 급격히 증가하며 선전은 번영하는 초거대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평균 연령 30세 이하의 젊은 부부가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여가와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공간과 도시공원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1년 내내 쾌적한 기후 덕분에 야외 여가 공간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선전 난산(Nanshan) 지방 정부가 제안한 대상지는 선전남부터미널과 선전 지하철 1호선 건물 옥상에 있는 1.2km 길이의 부지였다. 이곳은 페리, 버스, 자동차, 기차를 타고 이웃한 홍콩으로 갈 수 있는 서커우(Shekou)와 연결되는 교통 요충지다. 스카이 공원의 목표는 쓰임새 없이 방치된 옥상을 최대한 활용하고 건물을 촘촘히 짜인 주변 환경과 잘 통합시키는 것이었다. 설계 전 과정에서 21세기 도시 디자인이 갖는 시민 친화적 기능을 끊임없이 재고했다. 다양한 해결 과제 중 하나가 여러 사용자 집단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었다. 인근 학교의 체육 교육 질을 높이고, 지역 주민이 여가 스포츠를 즐길 장소를 제공해야 하며, 프로 스포츠 행사와 많은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야 했다. 더불어 건물 내부의 선전 지하철 2호선 차고지를 재정비하고자 했다. 공원을 완성하는 세 가지 요소 도시 기반 시설의 일부를 토대로 레크리에이션 공원을 조성하고, 이와 결합된 다수의 스포츠 시설을 연속적으로 배치했다. 스카이 공원은 파편화된 도시 환경을 하나로 잇는, 다양한 사람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 공간으로 역할하고 있다. 공원을 완성하기 위해 세 가지 요소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맥락의 일관성: 대규모, 중규모, 소규모 층위에서 전반적 도시의 맥락(대규모)을 검토하는 데서 설계를 시작했다. 이후 인근의 교육, 상업, 주거 시설을 강변 및 해변 지역과의 접근 및 연계의 관점(중규모)에서 검토했다. 마지막으로 주차장을 포함한 기존 터미널 건물에 대한 재평가(소규모)를 실시했다. 대상지는 1.2km 길이의 길게 뻗은 건물 단지의 옥상이다. 높이 15m, 너비 50~70m의 건물 단지는 인근지역에서 해변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는데, 심미적 가치가 없을 뿐 아니라 어떤 기능도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옥상에 조성될 스포츠 레저 공간을 주변 환경과 결합하고 이를 인근의 주거 및 교육 시설과 연결할 방안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고가 횡단 도로, 교량, 회랑 등 초기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시설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옥상과 함께 개방된 구역, 실내 구역을 함께 다뤄 레크리에이션, 자연 감상 등 정적이고 차분한 활동과 스포츠, 경기 등 역동적 활동이 함께 일어나도록 계획했다. 크로스바운더리즈의 공동 창립자이자 파트너인 둥하오(Dong Hao)는 “중국의 기반 시설과 교통과 관련된 부지는 정부의 소유다. 따라서 공공을 위한 활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곳의 기다란 지붕은 쓸모 있는 공원으로 변신할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이 사용함으로써 주변의 도시 환경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잘 짜인 프로그램: 지역 주민, 테니스와 배구 등 지역 내 스포츠 클럽, 선전난산 외국어학교, 선전베이 학교(Shenzhen Bay School)가 스카이 공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상지를 이 사용자 그룹을 위한 3개의 프로그램 영역으로 세분화했다. 지역 주민이 사회적·문화적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 인근 학교를 위한 교육 공간, 훈련과 더불어 관중 참여가 가능한 경기가 열리는 스포츠 공간을 계획했다. 이 세 가지 활용 시나리오가 동시에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였다. 별도 공간을 설정해 제한된 관중만이 입장할 수 있게 하거나, 특정 시기에는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개방될 수 있는 공간을 고민했다. 스포츠, 여가, 부대시설 및 서비스 공간(탈의실, 코치 및 심판 대기실)과 녹지 공간을 다채롭고 균형 있게 어우러지도록 배치해 일체감 있는 스포츠·놀이 공간을 탄생시켰다. 길쭉하게 구획된 스포츠 공원 형태는 인접한 교육 기관의 영향을 받았다. 옥상은 총 5개 구역으로 분할했는데, 북쪽부터 차례대로 선전난산 외국어학교 시설, 스포츠 경기 및 훈련 구역, 선전베이 학교의 북쪽 캠퍼스와 남쪽 캠퍼스 시설, 시민을 위한 레저, 운동 및 녹지 공간을 배치했다. 이 공간들은 다양한 사용자 그룹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인근 지역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선형 레크리에이션 허브로 자리 잡게된다. 학교 체육 활동을 위해 두 곳의 파이브 어사이드(five-aside) 구장, 다섯 면의 테니스장, 육 면의 농구장을 조성했다. 460m, 160m, 200m 길이의 육상 트랙도 곳곳에 마련했다. 프로 스포츠 선수를 위한 공간은 두 곳의 잔디 구장, 여섯 면의 테니스장(연습장 및 클레이 코트), 두 곳의 배구장으로 구성된다. 커뮤니티 구역에는 축구장을 비롯한 녹지가 자리 잡고 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경험: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선택지를 제공하는 스포츠 공간은 도시의 매력 요소가 된다. 다양한 배경과 연령의 다채로운 이용객들이 공원을 오가며 활기를 더할 것이다. 또한 기다란 공원은 선전의 스카이라인, 베이 지역 등 주변 도시 경관을 즐기는 전망대가 되고, 인근 주거 단지 주민이 내려다볼 수 있는 하나의 풍경이 된다. 교육 기관과 지역 사회를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 경관을 통해 결합하는 것이 공원의 주요 콘셉트 중 하나였다. 바다를 향해 열린 지역 경관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을 경험하게 했다. 높이가 달라지는 레크리에이션 산책로는 다양한 시설을 하나로 통합할 뿐 아니라 대회와 훈련 장면을 관람하거나 베이 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사람다움과 다양성 추구: 커뮤니티를 연결하고 다양한 활용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기능적인 틀, 소재의 선택,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원칙 등 인간적인 설계 요소를 통해 독창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공원 전체에 목재, 녹지, 빛, 건물과 교량 및 난간을 위한 투과성 건축 구조 등을 적절히 활용했다. 산책로를 따라 놓인 녹지는 그늘을 제공하고 배수를 도우며 미기후 형성에 기여한다. 이러한 설계 접근법은 활기차고 역동적인 선전에 적합한 도시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녹색공간을 만들어낸다. 옥상 공원은 도시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으며, 기반 시설과 밀접하게 연결된 동시에 주위 고층 건물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경관으로 여겨지고 있다. 크로스바운더리즈의 공동 설립자인 빙케 렌하르트(Binke Lenhardt)는 “이 직선형 공원은 이웃한 커뮤니티를 서로 연결해줄, 사라졌던 퍼즐 조각과 같다”고 설명했다. “공원은 도시의 복잡한 조직과 해변 사이에 필요한 물리적·시각적 상호작용을 촉진할 만남의 장소가 선전에 만들어졌다. 공원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공간에서 교육 효과를 높이고 스포츠 및 복지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접근성과 연결 옥상 공원으로 이어지는 6개의 출입구는 기능이 각기 다른 구역에 배치되어 불필요한 번잡함을 예방한다. 북쪽과 남쪽 건물 끝 지상에 설치된 수직 연결로를 통해 공원에 오를 수 있다. 옥상에 설치된 다리를 건너면 인근 학교의 옥상에 다다른다. 지상과 연결되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은 세 곳의 보조 출입구와 연결되어 사람들의 유입을 돕는다. 옥상 공원의 동선은 때때로 교차되고, 연결되고, 다른 기능을 발전시키는 레저 경로, 보행자 경로, 스포츠 경로(달리기·스케이팅)로 구성된다. 세 경로는 소재를 통해 구분되는데 보행로 대부분은 돌로 포장된 반면, 레저 탐방로는 목재로 덮여 있으며 스포츠 트랙은 고무로 마감됐다. 인간 스케일의 방향성 제공 스카이 공원과 같이 긴 부지에는 경로 탐색을 용이하게 하고, 엇비슷해 보이는 풍경의 반복을 극복할 수 있는 길 찾기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규모, 중규모, 소규모로 나누어 표지 시스템을 설계했다. 입구에 설치되는 대규모 표지판은 입구성을 강조할 뿐 아니라 먼 곳에서도 사람들이 공원을 쉽게 알아보게 한다. 중규모 표지판은 기다란 부지를 따라 배치되어, 사람들이 긴 선형 플랫폼에서 자신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100m마다 설치되는 이 중규모 표지판에는 지도와 함께 인근에 위치한 시설이 표시되어 있어, 사람들은 자신이 북쪽 및 남쪽 출입구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상단에는 100, 200, 300 등의 숫자가 있는데, 이를 통해 방문객 자신이 얼마나 걸어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소규모 표지판에는 장소의 이름이 쓰여 있는데, 벤치, 조명 큐브, 쓰레기통으로 쓰이는 동시에 만남의 장소가 되어준다. 글 Crossboundaries Landscape/Architecture/Interior/Signage Design Crossboundaries Partners in Charge Binke Lenhardt, Dong Hao Team Design Phase Alan Chou, TAN Kebin, Fang Ruo, Hao Hongyi, Yang Gao, David Eng, Xiao Ewan, Wang Xudong Team Competition Phase Tracey Loontjens, Yang Gao, Libny Pacheco, Aniruddha Mukherjee, Tan Kebin, Yu Chloris, Alan Chou, Kim Dahyun, Wang Xudong Cooperative Designer Beijing Architectural Design and Research Institute Shenzhen Branch, Shenzhen Boliyang Landscape and Architectural Design Client Shenzhen Nanshan District Government Investment Project Preliminary Work Office Location Nanshan District, Shenzhen, China Roof Total Length 1.2km Roof Width 50~70m Planned Total Area 77,000m2 Design 2016. 5. ~ 2017. 7. Construction 2018. 3. ~ 2021. 6. Completion 2021. 7. Photography and Video Footage Yu Bai, Shenzhen Luohan Photography Studio 크로스바운더리즈(Crossboundaries)는 도시계획, 건축, 인테리어부터 그래픽 디자인, 프로그래밍, 교육, 이벤트 기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다학제 디자인 사무소다. 영역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대화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천함으로써 참여하고, 진화하고, 적응하는 것이 목표다. 주요 관심사는 사람이며, 창의적 해결책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Crossboundaries / 2022년06월 / 410
  • 테크니온 이스라엘 공과대학 입구 The Technion-Israel Institute of Technology’s Entrance Gate
    이스라엘 하이파(Haifa)에 위치한 테크니온 공과대학(The Technion-Israel Institute of Technology)(이하 테크니온)의 입구를 새롭게 기획했다. 이 출입문은 탁월함과 혁신의 상징인 테크니온의 가치를 표현하고, 동시에 안전하고 통제된 진입 과정을 보장하는 관문이 될 것이다. 새롭게 조성한 출입문을 통해 서로 단절됐던 두 개의 산책로를 연결했다. 하나는 도시에서부터 테크니온 입구 앞까지 이어지는 길이며, 다른 하나는 캠퍼스 입구에서 캠퍼스 역사 센터로 향하는 산책로다. 흔히 출입문을 장벽이나 분리대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녹색 산책로를 통해 도시와 캠퍼스를 잇는 교량의 역할을 하는 출입문을 보여주고자 했다. 테크니온은 건물과 자연환경에 대한 인식 및 감수성과 함께 학생, 교수진 및 졸업생 등 인적 자산을 소중히 여겼다. 탁월함과 차별성은 이들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테크니온의 오래된 입구는 테크니온의 가치관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다 기능적으로도 유용하지 못했다. 학생과 방문객들은 햇볕이 내리쬐는 번잡한 보도를 통해 학교로 진입했는데, 이러한 등교길은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제공했으며 안전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됐다. 공간의 잠재력 이 공간의 잠재력을 다섯 개로 정리했다. 첫째, 테크니온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기존의 캠퍼스 산책로는 그늘이 많으며 캠퍼스 중앙에서 끝난다. 둘째, 캠퍼스 입구 앞에서 도시 산책로가 끝난다. 셋째, 교차로와 경사로가 함께 있는 독특한 지형을 이용해 기존 도로에 사람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선적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넷째, 근거리 및 원거리 전망이 가능하다. 다섯째, 녹색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학생과 방문객을 위한 새로운 공공 공간을 조성해 도시와 캠퍼스를 연결했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글 Schwartz Besnosoff Architects Landscape Architect Raviv Tal Architects Schwartz Besnosoff Architects Partner in charge Gaby Schwartz Project Architects Omri Schwartz, Nir Ovadya, Tomer Kopel Competition Team Schwartz Besnosoff Architects, Studio Rolka Structure Rokach Ashkenazi Engineers & Consultants Traffic Yehuda Eshed Lighting Design Orly Avron Elkabetz Parametric Modeling Paragroup Electricity Liebu Shtadlan Project Management Nitzan Inbar Construction Rolider Steel Manufactory Isaa Houry Client The Technion-Israel Institute of Technology Location Haifa, Israel Area 1,500m2 Completion 2020 Photographs Amit Geron, Guy Mador 슈워츠 베스노소프 아키텍츠(Schwartz Besnosoff Architects)는 건축과 도시설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스라엘 소재의 건축사무소다. 1994년 이스라엘 하이파(Haifa)에 사무실을 열었고, 건축가를 비롯한 32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수년 동안 다양한 규모의 국제적인 작업을 진행했으며, 이스라엘 건축상인 레히터 상(Rechter Prize)과 이스라엘 디자인 대상(Israeli Design Awards), 디진 상(Dezeen Awards) 등을 수상했다.
    • Schwartz Besnosoff Architects / 2022년06월 / 410
  • 리비에라 해변 공원 Riviera Beach Park
    리비에라 해변 공원(Riviera Beach Park)은 러시아 소치(Sochi)에 들어선 현대적 공공 공간이다. 소비에트(Soviet) 시절 리비에라 해변은 소치의 인기 해변 중 하나였다. 하지만 곶까지 연결되는 산책로가 부족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기반 시설이 황폐해졌다. 인근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과 이곳에서 훈련을 하는 소수의 운동선수만 해변에 찾아오곤 했다. 소치 강을 가로지르는 보행자용 다리를 건설하고 산책로를 만들려는 시 정부의 개발 계획에 따라 리비에라 해변 지역에 대한 재개발 필요성이 대두됐다. 2022년 소치 강의 제방을 포함한 리비에라 해안 전 지역의 재개발이 완료되어 새로운 원형 산책로가 탄생하게 된다. 1단계 프로젝트 재건축 프로젝트는 두 단계로 나눠 진행됐다. 2020년 1단계 프로젝트를 통해 해안 지역 중 저지대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공원 핵심 요소는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목재 야외무대다. 폭포수를 닮은 좌석을 24m 높이의 계단과 결합했다. 야외무대 인근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곳곳에 소규모 건축물들을 배치했다. 조명이 설치된 다층 목재 패널로 구성된 야외무대는 공개 토론과 공연이 열릴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명상을 하거나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장소다. 일몰이 보이는 구조물은 태양의 이동 궤적이 건축 전체의 기하학을 미리 결정지었던 고대 그리스 콜로세움의 공간 논리를 따른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좌석 사이에 조화롭게 더해 따뜻한 계절에 인기가 있는 장소로 만들었다.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갖춘 이 공원은 해안에 현대적 공공 공간이 얼마나 많이 필요했는지를 증명했다. 재개발 후 리비에라 해변은 다양한 연령의 사람은 물론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아오는 장소가 되었고, 크라스노다르(Krasnodar) 지역의 인기 있는 해변 1위로 선정됐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글 ab2.0 Landscape Architect and Supervision Architectural Bureau ab2.0 Design and Construction Management Metropolis Company Landscape and Construction Design Architectural Bureau ab2.0 Engineering Architectural Bureau ab2.0 Client Metropolis Company Location Sochi, Russia Area 2.5ha Completion 2020(1st Phase), 2021(2nd Phase) Photograph Dmitry Chebanenko 아키텍추럴 뷰로 ab2.0(Architectural Bureau ab2.0)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해 있으며 10년 동안 공공 조경 프로젝트, 관광 기반 시설, 재건축 및 재개발 프로젝트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오그니 소치(Ogni Sochi) 기업이 추진한 주택 개발 사업인 캐스케이드 주거 단지 건설, PIK 크라스나야 폴야나(Krasnaya Polyana) 아파트 호텔 건축 등에 참여했다. 독창적인 인테리어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으며, 러시아 전략 구상청(Agency for Strategic Initiatives)이 개최한 러시아 지역 레크리에이션 클러스터 공모전 멘토로 활동했다.
    • ab2.0 / 2022년06월 / 410
  • 광명 철산 롯데캐슬 &ampampamp SK VIEW 클래스티지 Gwangmyeong Cheolsan Lotte Castle &ampampamp SK VIEW Classtige
    광명 철산 롯데캐슬 & SK VIEW 클래스티지는 광명철산주공7단지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으로 롯데건설과 SK건설이 공동 계획한 단지다. 부지 남서측은 어린이 공원과 완충 녹지가 접해 있고, 남측에 위치한 교회와 단지의 큰 레벨 차로 인해 생긴 경사면을 자연스럽게 풀어낼 설계가 필요했다. 주 진입구 및 부 진입구 3개소와 보행자 진입구 4개소 등 7개 입구 각각의 특성을 고려하고 두 건설사의 아이덴티티를 적절히 살리면서 통합되고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하고자 했다. 단지 한 가운데 위치한 오픈스페이스는 중심 공간으로서 상징성을 가진 사회적 커뮤니티 장소로 계획했다. 단지 전체를 순환하는 동선 체계를 구축하고 산책로와 만나는 공간을 특화했다. 더불어 옥상 정원을 적극 활용해 특색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흐르는 풍경 광명시를 대표하는 세 가지 요소인 안양천의 물과 도시를 에워싼 숲, 광명의 빛을 디자인 요소로 차용했다. 단지 내에서 이 세 가지 요소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흐르는 풍경’을 디자인 콘셉트로 삼았다. 단순한 재료와 완성도 높은 디테일, 수려한 곡선 형태의 차용, 선형의 조명으로 디자인 개념을 구현했다. 클래스티지 파크 중심 공간은 단지를 상징하는 동시에 입주민의 사회적 커뮤니티와 옥외 활동 장소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곳이다. 중심 공간을 크게 커뮤니티 공간, 놀이 공간, 잔디 공간, 물의 공간으로 구분한다. 네 공간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주변 어린이 공원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클래스티지 파크는 물을 이용한 생동감 있는 곳이며 공간과 공간을 연결한다. 석가산을 축조해 공간을 입체화하고 떨어지는 물소리로 주변의 소음을 자연의 소리로 바꾼다. 다양한 높이의 잔디밭은 다채로운 풍경을 연출해 경관성을 높이고 주민들을 위한 옥외 활동 장소를 제공한다. 잔디를 따라 형성된 공간에는 하절기에 물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수로와 물길을 디자인하고 동절기의 모습을 고려한 디테일 적용했다. 이 물길을 따라 가면 자연스럽게 주변 어린이 공원과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를 만나게 된다. 다양한 곡선으로 디자인된 클래스티지 파크는 밤이 되면 선형을 따라 설치된 조명에 의해 펼쳐지는 야경으로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2개 층으로 조성된 티하우스는 입주민들의 커뮤니티를 담는 시설이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클래스티지 파크의 테마인 물이 물놀이터까지 이어지도록 해 공간에 활기를 더했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글 홍성재 아텍플러스 부소장 사진 유청오 조경 기본 설계 디담 조경 특화 설계 기술사사무소 아텍플러스 시공 롯데건설, SK건설 롯데캐슬 조경 시공 아세아종합건설 놀이 시설 원앤티에스 휴게 시설 데오스웍스 SK VIEW 클래스티지 식재 SK임업 시설 현디자인 놀이 시설 아르디온, 청우펀스테이션 휴게 시설 원앤티에스 위치 경기도 광명시 시청로 50 대지 면적 48,999.7m2 조경 면적 19,242.81m2 완공 2022. 3.
    • 아텍플러스 + 롯데건설 + SK건설 / 2022년06월 / 410
  • [어떤 디자인 오피스] 엘피스케이프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엘피스케이프(이하 LP)는 디자이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워라밸을 중요하게 여긴다. 연장 근무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완성도 높은 설계를 지향하기에 공모전이나 프로젝트 마감 때의 연장 근무는 피할 수 없다. 2018년 11월 20일 LP를 열기 전 박경의·이윤주 대표는 해외 저명 조경가가 운영하는 회사(Rainer Schmidt, Martha Schwartz)에서 수년간의 실무 경험을 쌓았다.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으로 연장 근무를 참 많이 했었다. 사실 비자에 발목이 잡혀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이유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아웃을 겪지 않았던 것은 보장된 휴식(주말, 공휴일, 연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특히 설계 관련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주말을 100% 보장하는 데는 운영상의 위험이 따른다. 관행이란 게 참 무섭다. 자칫 열심히 일하지 않거나 대응이 잘 되지 않는 회사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디자이너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함께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차별화된 설계사무소를 지향하며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우수한 설계 능력을 갖추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아울러 꿈과 열정을 가진 인재들의 열정이 소진되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이야기를 소속 디자이너들의 시선으로 담아봤다. LP의 정체성은? SHR 무심한 듯 보이지만 서로를 잘 챙기고 소통이 원활하다. 자율적이지만 모두 책임감이 강하다. SHP 공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적극적인 제스처를 갖는 디자인을 지향하며 설계 방법과 아이디어에서도 제약이 없고 자유로운 방식을 추구한다. DHL 각 프로젝트에 ‘모두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모토가 스며들어 있다. HYK 시설물 디자인부터 정원, 공원, 도시재생, 도시계획 등 조경의 경계를 넘는 다양한 시도를 통한 확장을 보여준다. DCJ 해외 사례의 국내 도입이라 생각한다. 외국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은 대표를 필두로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디자인을 과감하게 이용한다. YSC 모두가 자유롭게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이다. HSK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다채로운 시점으로 조경 공간을 구성한다. 다른 설계 사무소와 차별화된 LP만의 작업 방식은? HSK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 디자인을 제안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SHR 다 함께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며,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나의 결과물을 발전시킨다. SHP 유연한 인력 활용이 장점이다. 프로젝트의 성격, 일정, 개인의 역량에 따라 프로젝트와 팀에 고정된 직원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고 순발력 있게 직원들의 역량을 활용한다.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과 함께하는 작업 방식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디자인 철학,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하거나 가장 흥미롭게 진행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위례 근린공원 1호(수변) SHR 부분 특화로 시작됐지만 결국 대부분의 공원을 다시 디자인하게 됐다. 공사 중에 진행한 프로젝트의 특수성 때문에 현장과 계속 소통하며 설계를 진행했고, 덕분에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범일동 주상복합아파트 HKN 계획 초기에 결정한 콘셉트를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도 유지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점이 좋았다. YSC 자유로운 디자인을 할 수 있었고, 입사 이후 처음 참여한 프로젝트이기에 의미가 더욱 크다. DJK 일반 판상형 아파트와는 다른 주상복합아파트 설계라 더 흥미가 생겼고, 주변 분석을 통한 콘셉트와 디자인이 제일 잘 녹아 있는 프로젝트였다. DHL 손 스케치로 시작되었고 현재 라이노를 이용해 3D 베이스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자연과 비정형을 설계에 적용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용산공원 기본설계 및 조성계획안 변경 HYK 대한민국 1호 국가 공원 조성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HKN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대규모 공원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최초 공모 당선안의 콘셉트를 놓치지 않고 끌고 가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운다. 모두가 사랑하는 공원으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금천 폭포공원 명소화 사업 SHP 조형미를 강조해야 했던 프로젝트라 여러 가지 디자인을 시도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나의 아이템으로 단편적인 활용도를 갖던 폭포 공원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계획하고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DCJ 프로젝트에 많은 디자이너가 참여했고,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특이한 디자인이 많이 적용됐다. 구미 공동주택 기본 및 실시설계 DHL 처음으로 프로젝트 전반부터 참여할 기회를 가지게 됐고, 심의에도 참여했는데 건축 심의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 반포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대안설계 DCJ 학생 때부터 꿈꿔왔던 아파트 설계 프로젝트였고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특화 설계라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오목공원 맞춤형 리모델링 지명 설계공모 YSC 합리적인 공간 구성과 LP만의 자유로운 선으로 디자인한 공모전이었다. HSK LP만의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여러 디자인과 시도가 담긴 공간이다. HYK 설계 전 과정에 걸쳐 LP가 추구하는 논리적 접근 방식을 통한 콘셉트 도출, 전략에 기반한 공간 구상과 예술적 형태의 조형물 및 공간 등이 가장 잘 드러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조경을 시작하면서 나만의 추억이 쌓여 있는 익숙한 공간을 설계해보는게 막연한 꿈이었는데, 비록 당선은 안됐지만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의 익숙한 공원을 설계해보며 꿈에 한 걸음 다가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치동 복합시설 기본설계 SHR 작은 규모지만 재미있는 요소들을 밀도 있게 담아 LP의 색깔을 잘 드러냈다. 넓은들어린이공원 리모델링 사업 DCJ 주민과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서 뿌듯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시 창의놀이터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고 본다. 2021 서울국제정원박람회 YJL 적은 예산 내에서 작가의 의도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느라 고생을 많이 했지만 해외 설계사무소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대가의 작품을 서울시민들이 경험할 기회를 만드는 데 일조해 감회가 새로웠다. 해외 프로젝트 SRM 한국과 다른 기후, 자연, 문화를 가진 나라를 이해하고 국내에서는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과정이 새롭고 흥미로웠다. YSC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었다. 국내 프로젝트와 달리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접하며 공간을 디자인한 뜻깊은 경험이었다. HSK 조경의 역할과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현재의 나는 정해진 틀에서만 생각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 프로젝트였다. SHP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스케일의 공간과 콘셉트의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미래의 조경설계 분야를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와 그 이유는? HKN 가상 세계 혹은 우주 어딘가의 조경. 언젠가 일반적으로 상상하지 않는 새로운 공간 계획에 참여해 보고 싶다. SHR 광역 스케일의 도시설계. 내가 생각하는 도시를 만든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것 같다. DCJ 서울시가 주최하는 다양한 공모 사업. 과거 한강변 공모전 등 아픈 경험도 있고 이를 딛고 일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울시 공모 프로젝트에 당선되는 것이 필요하다. HSK 해외 프로젝트. 국내와 다른 생태 환경, 역사 등을 해석해보고,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접근 방식으로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 HYK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등 대형 미술관 프로젝트. 평소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미술관 내부의 경험이 외부 공간까지 이어지는 공간을 설계해보고 싶다. DJK 꽃이 가득한 주택 정원. 클라이언트와 직접 긴밀하게 소통해 더 큰 만족감을 전하고 싶다. 큰 프로젝트와는 다른 접근 방법을 시도해 정원 공간을 조성해보고 싶다. 조경가로서 추구하는 방향과 LP의 지향점을 디자인 관점에서 비교할 때, 같은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HKN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추구한다는 점이 같다. 개인적으로는 정적이고 미니멀한 공간 디자인도 좋아하는 편이다. SHR 같고 다른 점은 잘 모르겠다. 항상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SHP 분야 구분 없이 적극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조경가로서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다만 공간의 디테일에 있어 선호하는 색깔, 재료, 질감 등은 개인적인 취향과 일부 차이가 있다. DHL 자연의 요소들을 활용하는 점은 같다. 다른 점으로, 형태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설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을 보면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아이디어 제안이나 기본, 실시설계 단계를 거쳐 가며 디자인 접근과 풀이 방법이 다양해질 수 있었다. YJL 대상지의 특성을 반영해 맥락을 이어오는 공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지향점이 같다. YSC 사람들 사이에서 조화롭게 녹아들 수 있는 자연을 조성하는 일이 곧 조경이라고 줄곧 생각해왔고, 우리는 최대한 주변 환경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디자인을 지향한다. HYK 자연과 예술적 형태의 인공 요소들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지향점이 같다. DJK 창의적인 생각과 새로운 시각으로 시대와 함께 변화하는 조경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점에서 같다. 엘피스케이프(LPSCAPE)는 맥락 분석과 이해를 근거로 한 해석을 통해 부지의 고유성을 찾아내고, 재해석을 통해 고유성을 극대화하여 그 장소만의 상징적 가치와 특별함을 만들어낸다. 차별성을 가지되 주변 환경과 균형을 이루며 조화될 수 있는 디자인을 강조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조경 디자인의 경계를 넘어 융복합 시대에 순응하며 확장된 조경 디자인과 함께 미래 사회에 대응하는 공간을 구현하고자 한다.
    • 박경의·이윤주 / 2022년06월 / 410
  • [모던스케이프] 제국시대의 경마
    인상파 회화의 감상 포인트는 빛을 고려한 화사한 색감과 생동감 있는 붓 터치에 있지만, 화폭에 담긴 사람들과 풍경을 보는 재미도 특별하다. 빛을 쫓는 데 진심이었던 인상파 화가들은 실내에서 그림을 그리는 대신 이젤을 들고 야외로 뛰쳐나갔고, 화폭에는 마치 사진을 찍듯 포착한 순간의 장면이 담겼다. 그들의 그림에는 일출과 일몰의 장관,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풍경 등 오묘하고도 역동적인 자연 경관의 모습도 있지만, 증기 기관차가 들어오는 기차역, 거대한 배들이 들어선 항구, 군중이 가득한 공원 등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도시의 풍경도 종종 등장한다.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 에드가 드가Edgar De Gas(1834~1917) 등이 즐겨 그린 파리 볼로뉴 숲의 롱샹 경마장l’hipodrome de longchamp도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낯선 근대의 풍경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경마가 더 이상 왕족과 귀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근대적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제국 시대부터 시작된 경마는 유럽에서 왕족이나 귀족 자신들이 소유한 마필(馬匹)의 능력을 견주는 데 주로 이용됐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 이후 경마가 하나의 오락으로 여겨지면서 경마장은 부르주아 시민 계급이 모이는 사교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제국주의 시대가 열린 나폴레옹 1세 때는 군사력에 직결되는 마종 개량이나 혈통 보전, 마필 산업 육성 등이 중요했기 때문에, 전쟁에 투입될 빠르고 힘 좋은 말을 선별하는 것이 경마의 최우선 목적이었다. 그러나 경마는 박진감 넘치는 속도감에 경쟁이라는 흥미진진함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것이어서 경마장은 유희 시설로 더할 나위가 없었다. 크고 중요한 경주가 열릴 때면, 사람들은 잔뜩 꾸민 화려한 모습에 부푼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경마장을 찾았고 이곳은 패션과 유행을 선도하는 문화 중심지가 됐다. 유럽에서 진화한 경마장의 이중적 기능, 즉 군마 개량과 위락 기능을 적절히 수용한 곳은 일본이다. 일본은 11세기부터 제전경마(祭典競馬)라고 하여, 궁중 의례나 종교 의식을 할 때 말과 함께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서구식 경마는 이런 전통과는 무관하게 오직 위락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경마를 도입한 주체가 거류지의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첫 서구식 경마는 1862년 봄 요코하마의 명승지 슈칸벤텐사(洲干弁天社) 뒤 서쪽 해안 매립지에 있던 무사의 마장에 환형의 트랙과 경주를 위한 정식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곳은 오직 거류 외국인이 즐기기 위한 곳이었다. 내국인을 위한 경마장은 1866년부터 1867년까지 요코하마 네기시(根岸)에 조성된 것이 시초다. 막부에 의해 계획·준공된 서구식 경마장인 ‘네기시경마장’을 시작으로, 관영 종묘 회사인 미타육종장(三田育種場)의 미타경마, 우에노공원의 시노바즈노이케(不忍池) 호안에서 실시된 공동 경마 등 전국의 마산지(馬産地)마다 다양한 경마장이 속속 생겨났다. 그러나 서양 경마를 도입한 직후만 하더라도 일본에서는 경마장을 단순한 위락 시설로 보았기 때문에, 마산지마다 다양한 경기를 개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인기는 많지 않아 대부분 흥행에 실패하여 경영난을 겪었다. 참고문헌 한국마사회, 『한국경마60년사』, 1984. 山崎有恒, “近代日本の植民地と競馬場”, 『第85回 學術大會 韓國日本硏究團體 第1回 國際學術大會』, 2012, pp.222~225. 박희성, “신설리경마장 건설과 1920-30년대 동대문 밖 도시개발”, 『서울학연구소 심포지엄 발표자료』, 2018. "대규모의, 8만 9천 평 되는, 경성에 大競馬場, 기본금은 60만 원으로, 경마장은 청량리나 의정부?”, 「매일신보」 1910년 6월 18일.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박희성은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중 문인정원과 자연미의 관계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역사 연구자들과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면서 근현대 조경으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했다. 대표 저서로 『원림, 경계없는 자연』이 있으며, 최근에는 도시 공원과 근대 정원 아카이빙, 세계유산 제도와 운영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 신의 눈으로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안드레아스 거스키’ 전
    어떤 현상을 마주할 때 우리는 선택을 한다. 전체적인 구조를 볼 것인가, 작은 디테일을 살필 것인가. 모두를 눈에 담기에 순간은 너무 짧다. 하지만 찰나를 포착하는 사진이라면 어떨까.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는 거시적 형태와 미시적인 디테일을 동시에 다루는 사진가로 불린다. 관객을 압도하는 그의 거대한 사진은 주로 현대 사회의 장대한 풍경과 인간의 눈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자연 현상을 담고 있는데, 사진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서면 사회와 자연의 구조 속에 가려진 미미한 인간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지난 3월 31일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국내 최초로 거스키의 개인전(‘안드레아스 거스키’ 전)이 열렸다. 인류와 문명에 대한 통찰을 담은 거스키의 대표작 40점과 처음 공개되는 두 점의 신작 ‘얼음 위를 걷는 사람(Eisläufer)’과 ‘스트레이프(Streif)’가 전시됐다. 안드레아스 거스키 거스키는 1955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다. 상업 사진 작가인 아버지와 초상 사진가로 활동한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다양한 사진 기법을 익혔다. 하지만 거스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상업 사진도, 초상 사진도 아니었다. 포토저널리스트를 꿈꾼 그는 1977년 에센에 있는 폴크방슐레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독일 주관주의 사진 작업의 대가인 오토 슈타이네르트(Otto Steinert)를 만난 그는 사물을 지각하는 법, 포토저널리즘의 시각과 다큐멘터리적 방법론을 배웠다. 1981년에는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 들어가 독일 현대 사진의 미학과 전통을 확립한 베른트 베허와 힐라 베허(Bernd and Hilla Becher) 부부에게 가르침을 받은 거스키는 ‘유형학적 사진’의 기초를 다졌다. 세상을 꼭 닮은, 세상에 없는 풍경 세상의 수많은 소재 중 거스키의 이목을 잡아끈 것은 산업화의 산물들이었다. 공장, 크루즈 선박, 아마존 물류 센터 내부, 미국 대형 소매점 같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대표하는 사물이나 장면을 유형학적 시선으로 포착해 사진에 담았다. 그의 사진은 세상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 담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풍경이다. 거스키는 완벽한 수직, 수평 구도를 원했다. 파리 최대 규모의 아파트 건물을 찍은 ‘파리, 몽파르나스’(1993)는 건물 건너편 두 군데 시점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조합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거스키는 소실점을 제거해 모든 창문의 크기가 같아 보이도록 연출했다. 그 결과 거시적이면서도 건물의 내부 디테일과 균일한 격자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개인의 삶을 살필 수 있는 이미지가 탄생했다. 미색과 검은색의 수평선이 반복되는 ‘벨리츠’(2007)는 독일 벨리츠의 유명한 아스파라거스 밭을 촬영한 것이다. 하늘에서 수직으로 땅을 내려다보는 시점은 직선 구조를 부각하고, 관람객의 머리에서 지평선의 존재를 휘발시켜 버린다. 하지만 수평선이 어긋나는 곳을 살피면 아스파라거스 수확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의 존재가 보인다. 그 순간 기하학적 패턴으로 보이던 이미지가 다시 사진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전체와 디테일을 한 번에 담아내는 그의 사진은 관람객과의 거리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매체가 된다. *환경과조경410호(2022년 6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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