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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가 최영준
    이웃을 향한,이웃을 위한 조경_최영준 열두 가지 해시태그_최영준 낙관주의 경관_남기준 허들을 뛰어 넘는 젊음_이치훈 상하이 믹시몰 설계의 낮과 밤_타이하오 “고정되는 순간 살아있다는 감각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특집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 첫 문장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를 최영준의 말에서 찾았다. 제3회 젊은 조경가로 선정된 그의 작업은 특정 단어나 스타일로 규정하기 어렵다. 그는 미술관 중정에 선 파빌리온부터 상업 광장, 기업 휴게 공간, 한강변을 따라 흐르는 긴 보행로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설계 철학이 무엇이냐 물으면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하고 싶어 한다. 열두 가지 해시태그는 종잡을 수 없는 그의 설계 태도를 엿볼 수 있는 키워드다. 독특한 성정으로 얻은 별명, 일종의 다짐, 우연히 발견하게 된 조경의 특성 등에 얽힌 경쾌한 에피소드를 통해 그의 기호와 설계 경향을 살필 수 있다. 남기준의 인터뷰는 조경가로 성장해가는 그의 발자취를 좇는다. 함께 걸어가다 보면 설계사무소의 새로운 운영 방식을 고민하는 혁신적인 리더의 면모를 목격할 수 있다. 특집을 여닫는 에세이는 틀에 갇히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가 유일하게 지키려 하는 원칙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진부한 표현이지만 또 그보다 순수한 말이 없는 것 같다는 그의 이야기가, 조경가를 꿈꾸는 이들의 마음 한구석을 따스하게 밝히기를 기대한다. 진행 남기준, 김모아, 윤정훈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최영준
  • 이웃을 향한, 이웃을 위한 조경 [email protected]
    설계 철학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펜을 들었는데, 솔직한 마음으로는 “철학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쓰고 싶다. 어떠한 특성으로 규정되지 않고, 스스로도 규정할 수 없는 새로움을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선언적 목표를 의도적으로 피하며 아직은 열린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것이 지금의 내 생각이자 젊은 조경가로서의 오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헤드라인을 적어야 한다면, “조경은 작가도 설계도 이론도 아닌 작품으로 말하는 것.” 조경은 단독 작업이 될 수 없다. 팀원과 협력해 빛나야 하는 작업이고, 설계만이 아닌 여러 전문가와 발주처 그리고 책임감 있는 시공이 있어야 완성도 높은 장소가 지어진다. 실천력 없는 조경 이론은 감흥과 영향력을 줄 수 없음이 드러난 지 이미 오래다. 미디어가 활성화되고 장소의 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대하면서, 하나의 완성도 있는 조경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주장할 수 있으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울림이 되는 “작업이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본다. 질문은 이렇게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하나의 작품으로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2018년 초, 3개월간의 “그들이 설계하는 법” 연재를 마무리한 말이 기억난다. “다음에 이렇게 (내 작업을) 돌아볼 기회가 있을 때는 (설계가 이렇다 저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의 이웃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 이야기를 담을 수 있기를 바라보며 연재를 마친다”(『환경과조경』 2018년 3월호, p.103 참조). 내가 조경 작품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웃들을 향한, 이웃들을 위한 이야기이고 싶다. … (중략) *환경과조경393호(2021년 1월호)수록본 일부 최영준은 서울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을 졸업하고 오피스박김, PWP, SWA 그룹 로스앤젤레스 오피스 등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2014년 디자인을 통한 희망적 가치와 사회적 책무 구현을 목표로 랩디에이치(Lab D+H) 조경설계사무소를 공동 설립했으며, 2018년 서울 오피스를 세워 국내외 다양한 조경 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상하이 믹시몰과 공원, 삼성 반도체 실리콘밸리 본사 캠퍼스, 광저우 반케 클라우드 시티 등이 있다. 2019 한강변 보행네트워크 조성 설계공모에 당선되었고, 용칭 지구로 2020 미국조경가협회상(ASLA Awards) 도시설계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 최영준 / 2021년01월 / 393
  • 열두 가지 해시태그
    열두 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조경가 최영준의 작품을 새롭게 돌아본다. 각 해시태그에는 그의 설계 경향, 조경에 대한 믿음과 기호가 담겨 있다. #맥시멀리스트 #서자도내자식 #강박적쾌감 #레퍼런스매칭게임 #홀로서기 #센터본능 #팀플레이네버루즈 #함께걷는파트너십 #파빌리온심기 #편식은금물 #짜증유발자 #완공카타르시스 #맥시멀리스트 설계할 때 직관적인 답이 초반에 떠오르기도 하지만,그것을 완전히 신뢰하진 않는다. 하나의생각에 갇혀 있으면 발전이 어렵다. 그야말로 갇히게 된다. 적어도 세 가지의 다른 생각이필요하고 때론 무리해서라도 더 많은 대안을 만든다. 학생 시절부터 불렸던 맥시멀리스트라는별명은 우회 경로를 반복적으로 탐색하는 내 설계 전략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좋은 대안이 나오기도 하고, 각 대안을 평가하고 발전시키면서 프로젝트의 내러티브와 상상의폭이 확장된다. 설계안을 발표할 때 모든 대안이 드러나지 않아도 하나하나의 시도에서 펼쳐진이야기가 최종안에 담겨 풍부한 결과로 전달되는 것을 경험했다. 하나의 아이디어는 도면이나 모형에 담겨 대상지에 놓이기 전까지 무형의 상상에 그친다. 아이디어는 아주 간단한 형식으로라도 표현, 평가, 수정되는 경로를 거쳐야 한다. 가보지 않은 길은 알 수가 없으며 여러 갈래의 길을 걸어가 본 사람만이 무엇이 가장 좋은지 안다. 가장 성공적인 조경 작업의 열쇠는 넓게 확장된 가능성의 그림을 그려보고 이를 가장 적절한 강도의 제안으로 좁히는 데 있다. 발주처의 요청으로 여러 대안을 모색하기도 하지만,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작업을 자청하는 편이다. 초기 계획뿐만 아니라 상세 디자인에도 적용하는 원칙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버려지지않는다. 다른 프로젝트에서 비슷한 조건이 주어지면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팀의 ‘어휘’가 된다. 경험적으로 축적된 교훈과 어휘는 다음 논의에서 더욱 성숙한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한다. 아이디어는 죽지 않는다. 잠시 바깥세상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일 뿐, 언제든 빛을 볼 수 있다. 대안은 서로 다를수록 좋다. 형태만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다를수록 좋다. 팀원들이 저마다 다른 안을 발전시킬 때 다름이 만드는 풍부함을 강력하게 경험할 수 있다. 오늘도 각자 다른 안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비평과 질타 섞인 피드백을 교환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안을 다듬어 가장 빛나는 안을 1번 타자에, 그 녀석과 가장 다른 대안을 2번에 세운다. 그리고 그들에게 외친다. 굿럭!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결정된 안이 결국 좋은 선택이었음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도 아쉬움이 남는 디자인이 있다. 선택받지 못해 빛을 발하지 못한 아이디어들, 왕위를 물려받지 못한 서자와도 같은 제안이 몇 가지 있다.픽셀 콘셉트로 조성된 ‘광저우 반케 클라우드 시티 2단계Vanke Cloud City Phase 2 Mi Cool Display Area’(『환경과조경』 2016년 7월호, pp.44~55 참조) 중정에 디자인을 강조하는 요소이자 이용객의 상호 작용을 돕는 다목적 시설물을 제안했다. 해가 잘 들지 않아 식물이 자라기 힘든 대상지에 수목의 그늘과 공간감을 대신하는 수직적 요소다. 소방도로를 피하면서도 각 중정의 공간감을 강조하며 프로젝트의 정체성을 살리는 제안이었다. 발주처의 긍정적인지지를 받았지만 공사비가 삭감되어 실현하지 못하고 소극적 제안으로 변경되었다. #서자도내자식 ‘치바오 믹시파크(Qibao MixC Park)’는 압도적인 크기의 대형 오피스 건물을 녹지 체계 안에 녹여내는 프로젝트였다. 유난히 날 선 건물 입면의 루버를 조경과 조화를 이루게 하면서도 남북에 위치한 녹지와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였다. 루버의 평행선이 만드는 선형의 질서와 유선형의 녹지를 혼합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대안이 있었는데, 최종안보다 온화하면서도 과감하게 대지를 감싸는 제안이자 상이한 두 가지 형태를 잘 조화시킨 안으로 기억한다. 최근 제안서를 냈지만 건축적 제안이 중심이 되어 기회를 놓친 ‘상하이 타임스퀘어(Shanghai Times Square)’가 완공된 것을 보았다. 치바오 믹시파크에서 실현하지 못했던 이중적 형태 전략이 건물의 외피부터 인테리어, 조경에까지 적용되어 있었다. 아쉬웠지만 미움받던 서자가 입신양명한 것처럼 뿌듯했다. … (중략) *환경과조경393호(2021년 1월호)수록본 일부
    • 최영준 / 2021년01월 / 393
  • 낙관주의 경관
    문화적 지평을 확장하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지원서를 천천히 다시 읽어봤습니다. 청소년기에 조경 분야를 접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수능 성적에 맞춰 학과를 정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청소년기라고 했지만, 조경을 알게 된 시점은 수능을 본 후예요. 본래는 건축학과에 가고 싶었어요.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프랭크 게리가 만든 건물을 봤죠. ‘LA 월트디즈니 콘서트홀’로 기억합니다. 이런 건물이 있다니 하며 놀랐어요. 건축의 멋에 취한 거죠. 여담이지만 미국에서 일할 시절 그 건물 건너편에서 2년 정도 살기도 했습니다.” -그럼 조경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간혹 고등학교 선생님이 추천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하던데요. “친구의 아버님이 임승빈 명예교수님(서울대학교)과 지인이었어요. 그때 조경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는데 건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어요.” -오래전부터 공간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던 거군요. “네. 어려서부터 미술과 발명, 창작이 접목되는 분야를 좋아했어요. 17살 무렵에는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분명한 목표도 설정했고요.” -그래서인지 학부생 시절부터 다양한 공모전에 참여했어요. “군대에서 제대한 후 복학하기 전에 처음으로 학생 공모전에 도전했어요. 공모전 참여가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조경가로서 역량을 배양할 수 있는 유용한 경험 도구라는 걸 깨달았죠. 선배들의 도움으로 조경설계사무소 소속으로 공모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세종문화회관 주차장 공원화 설계공모’,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사업 국제 설계공모’,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녹지공간 국제설계공모’, ‘마곡 워터프런트 설계공모’ 등에 참여했죠. 프로젝트 성격에 따른 특성도 배우고, 건축과 토목 등 다른 분야 전문가와 교류하는 방식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제2회 젊은 조경가 수상자인 박경탁 소장(동심원조경)이 ‘제1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대상 수상자였는데, 최영준 소장은 ‘제4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하셨네요. “제 나름대로 의미가 커요. 환경조경대전은 하나의 관문이었어요. 설계를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장래를 걸 법한 재능이 있는지 판단하고 싶었어요. 그때가 2007년인데 의학전문대학원, 약학전문대학원이 생겨나던 때였거든요. 마침 제가 수학을 좋아하고 잘해서 옆에서 바람을 넣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학원 가서 조금 공부하면 인생이 바뀐다는 식의 얘기였죠. 솔직히 순간 흔들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만약 이 공모에서 상을 받으면 평생 조경을 해야지, 밑거름을 다질 겸 유학도 가야지 하고 다짐했죠.” -객관적 평가를 받아보려던 시기였네요. 각오가 대단했으니 굉장히 열심히 했겠어요. 어떤 작품이었나요? “졸업반 여름 내내 학교에서 살았어요. 서울에 막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해서 녹지 시스템을 구상했는데, 교통 인프라와 오픈스페이스를 결합한 창의적 시도를 했다는 평을 받았죠. 이후로도 모의고사를 본다는 마음으로 6개월에 한 번씩은 공모에 도전해보려고 했어요.” -유학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당시 설계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유학을 가기도 했죠? “저 역시 그래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최영준 소장 세대의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본격적 2세대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요. “21세기의 첫 학번인데, 당시 활발히 일어난 도시 개발과 함께 진행된 수많은 프로젝트를 직접적으로 또 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죠. 아날로그 작업에서 디지털 작업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던 시기이기도 하고요. 전통적 조경과 차별되는, 도시에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조경의 이론적, 실천적 전이가 일어나기도 했죠. 이런 변화를 지켜본 덕분에 폭넓은 시야를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런 만큼 좋은 설계가 무엇인지 더 궁금해졌고요. 폭넓은 경험과 배움을 기대하며 유학길에 올랐다고 볼 수 있겠네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유펜, Upenn)에서 좋은 설계가 무엇인지 답을 구했나요? “답까지는 구하지 못했지만, 조경 설계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었어요. 대형 신도시를 계획하고, 미시적 생태계의 구성 원리를 이용해 도쿄 만 기반 시설의 미래를 계획하기도 했죠. 순수 기하의 집적을 통해 조직되어 작동하는 옥외 공간의 표면을 만드는 실험적인 설계를 하 기도 했고요. 개념적, 규모적 한계나 문화의 국경 없이 조경 진화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적용해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특히 다양한 배경의 친구들과 교류하다 보니 문화적 지평을 확장할 수 있었어요. 졸업 무렵, 친한 동료들, 또 강사들과 팀을 이뤄 뉴욕의 재개발지를 대상지로 2년마다 신진 건축가를 선정하는 공모전에 참가했어요. 기능을 상실해 방치됐던 뉴욕 브롱크스(Bronx)의 송수교를 생태와 문화의 인프라로 재생시키는 안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대상을 수상하여 신진 건축가의 타이틀도 얻었죠.” -표정에서 당시의 즐거움이 느껴집니다. 유학 중 힘든 점은 없었나요? “물론 고생도 했죠. 특히 첫 학기에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전투력은 최고였던 시기라 포기할 줄을 몰랐죠. 첫 학기가 끝난 뒤 두세 달 혼자 작업을 더 하기도 했으니까요. 노력한 게 아까워서 당시 수업 교수였던 제임스 코너에게 결과물을 메일로 보내기도 했어요. 답장은 안 왔는데, 6개월 뒤에 뜻하지 않은 연락이 왔죠. 전 세계 건축, 도시, 조경 관련 대학의 졸업 작품 중 학교의 추천을 받은 작품을 2년마다 경쟁시키는 ‘아키프릭스 인터내셔널(Archiprix International)’이라는 공모가 있어요. 그 공모에 유펜 디자인 대학원 대표로 참가하라는 소식이었죠. 본선 최종 결선작으로 선정되어서 캠브리지 MIT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 전시되기도 했고, ‘바르셀로나 유럽 조경 비엔날레(European Barcelona Biennial of Landscape Architecture)’에 출품되기도 했습니다.” -어떤 작품인지 궁금해지네요. “코펜하겐 북항을 대상지로 한 프로젝트였어요. 녹지와 도시 공간의 관계를 실험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는데, 도시의 구조와 정체성을 녹지 공간이 주도적으로 끌어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상을 받아서 기뻤다기보다, 설계 과정에서 무척 헤맸던 프로젝트인데 노력하면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고 누군가가 그걸 알아봐 줬다는 게 감사했어요.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오기로 끝까지 파고 파다보면 뭐가 되는구나 생각하게 됐죠. 당시 맥시멀리스트라고 불릴 정도로 여러 가지 작업을 많이 했거든요. 뭐든 적당히 하는 데서 멈추지 못했죠.” -한계에 그렇게 대처했군요. 파고 파다 보면 결국 물이 나온다는 마음으로, 물이 나올 때까지 팔 각오로. “요즘엔 몸이 안 따라줘서 못 하고 있지만요.”(웃음) … (중략) *환경과조경393호(2021년 1월호)수록본 일부
    • 남기준 / 2021년01월 / 393
  • 허들을 뛰어 넘는 젊음
    최영준과의 첫 협업은 SoA(Society of Architecture)가 설립된 2011년 세종시 ‘대통령 기록관 건립 설계공모’였다. 사업비 1,1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로 대형 건축사무소들의 리그나 다름없었다. 우리뿐 아니라 국내 상위 5개의 건축사무소가 최종 계획안을 제출했다. 결과는 낙선. 10년이 지나 그는 ‘젊은’ 조경가상을 수상했지만, 그때의 SoA와 최영준은 진짜 젊었다. 당시 최영준은 미국 SWA에서 근무하며 업무 외 시간을 협업에 투자했다. 미국과 한국의 시차를 활용한 강도 높은 작업이었다. 지금까지도 그와의 협업에서 늘 프로젝트에 대한 높은 수준의 헌신과 집중력을 느낀다. 2014년 그는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랩디에이치Lab D+H 조경설계사무소를 창업했고 지금까지 SoA와 17개의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건축이 닫아서 만드는 공간이라면 조경은 열어서 만드는 공간이다. 최영준은 늘 닫힌 공간인 건축을 열어내는 대지의 전략을 제안한다. 건축과 건축이 아닌 것 사이를 열고, 대지와 대지 외부를 열어낸다. 신촌 파랑고래, 내포-해미 세계 청년문화센터, 인천 서구 커뮤니티센터, 춘천반다비 국민체육센터 모두 건축을 대지 내외부로 열어내는 조경 전략의 승리로 거둔 프로젝트다. 그의 전략은 설계 과정에서 건축에 과감히 개입한다. 신촌 파랑고래의 경우 건축 설계 공정이 약 60% 진행된 시점에서 건축의 배치를 남북으로 뒤집자는 제안을 했다. 동서 방향으로 좁고 긴 도시공원 한가운데 북쪽으로 배부른 형태의 건축을 남쪽으로 배부르도록 바꾸자는 것이었다. 배치를 변경하자 대지 내외부의 관계 설정이 한층 논리적으로 읽혔다. 최영준은 건축에서 보지 못하는 대지의 가능성을 치열하게 읽어내고 관철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원예나 식재 계획과 구분되는, 공간의 구조를 계획하는 조경가의 면모다. … (중략) 이치훈은 2011년 강예린, 정영준과 SoA(Society of Architecture)를 설립했다. 건축의 특수한 상황을 만드는 역사, 기술, 환경, 사회적 관계와 그 배경에 호기심을 갖고 개인적, 공적 범위에서 삶의 양식에 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2015년 현대카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에 당선됐고, 문체부가 주최하는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다. 2016년에는 제주 생각이섬으로 김수근 프리뷰 어워드를 수상했다. 대표작으로 신촌 파랑고래, 서울로 7017의 윤슬이 있으며, 통의동 브릭웰로 2020년 서울시 건축상,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 상하이 믹시몰 설계의 낮과 밤
    랩디에이치(Lab D+H)는 내가 입사할 무렵 설립된 신생 설계사무소였다. 수평적인 조직 구조는 나와 같은 신입 사원에게 큰 도움이 됐다. 입사 첫날부터 최영준과 함께 일하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그는 미국에서 일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의사소통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래지 않아 그런 상황에 익숙해졌다. 그와 초기 단계부터 함께하게 된 첫 대형 프로젝트가 상하이 믹시몰(MixC Mall)과 공원(이하 믹시몰)이었다. 믹시몰은 건물 길이만 580m에 달하는 초대형 쇼핑몰로 부지의 80% 이상을 공공녹지로 조성해야 했다. 거대한 규모뿐 아니라 기본설계, 실시설계, 공사 진행, 쇼핑몰 개장까지 단 7개월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클라이언트와의 첫 만남 후 최영준과 신속히 설계 작업에 돌입했다. 수많은 스케치를 그리고 토론했으며, 여러 가지 전략과 스타일을 실험하고 평가했다. 클라이언트인 CR LandChina Resource Land가 상하이 도심에 조성하는 첫 번째 쇼핑몰이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 측의 담당 팀 역시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설계의 진척을 위해 클라이언트는 거의 2주마다 워크숍과 발표회를 요구했다. 최영준은 수십 번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지난한 여정에도 매번 완벽한 결과물을 발표했다. 워크숍을 너무 자주 해 호텔 직원들이 체크인하기도 전에 우리를 알아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 (중략) *환경과조경393호(2021년 1월호)수록본 일부 타이하오(Tai Hao)는 비판적 사고가 디자인 프로세스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끊임없는 탐구와 시도를 거듭해야만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개념설계에서 시공까지 프로젝트 관리, 조정 및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중국 시난 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호주 멜버른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 타이하오 / 2021년01월 / 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