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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토리얼] 새로운 발견, 쉬운 전달
    빅토리아 시대의 의사 존 스노우John Snow가 만든 ‘런던 콜레라 지도’, 지금도 설계 스튜디오에서 꼭 소개되곤 하는 맵핑mapping의 고전이다. 빅데이터와 각종 첨단 기법으로 무장한 현대 역학epidemiology의 토대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19세기 런던의 상하수도 시스템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정화되지 않은 생활 하수가 상수도로 유입되기 일쑤였고, 콜레라를 비롯한 여러 수인성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창궐했다. 1854년, 소호를 중심으로 콜레라가 다시 유행한다. 스노우는 발병자와 사망자가 나온 집, 인근의 수도 펌프를 면밀히 조사해 지도에 일일이 표시했다. 이 단순한 맵핑을 통해 놀라운 규칙성이 발견됐다. 브로드 가의 특정한 펌프를 중심으로 콜레라가 돌고 있었던 것이다. 멀리 떨어진 곳의 발병자는 브로드 가의 펌프에서 물을 공수해 먹은 사람이라는 사실도 밝혀내게 된다. 데이터 공간 맵핑을 통한 새로운 발견을 바탕으로 그는 지역 이사회를 설득해 문제의 펌프를 폐쇄하는 성과를 거둔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16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2013년,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 앤디 커크Andy Kirk는 스노우의 맵핑 작업에서 다시 새로운 발견을 한다. 이 지도를 보면 유독 맥주 공장 인근에만 사망자가 없는데, 그는 아무런 데이터가 없는 이곳의 의문을 푼다. 물 대신 직접 만든 맥주를 마셨기 때문에 콜레라에 감염되지 않은 것이다. 스노우가 자신이 수집하고 구축한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발견을 했다면, 커크는 오히려 지도 위의 데이터 공백 지대에서 새로운 발견을 한 셈이다. 이번 호 특집 ‘빅데이터와 도시’를 편집하며 데이터 맵핑의 고전격인 이 런던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빅’데이터이든 ‘스몰’데이터이든, 빅데이터의 시각화visualization이든 빅데이터를 이용한 도시 리서치와 디자인이든, 가장 중요한 잠재력은 결국 ‘새로운 발견’이다. 데이터 시각화나 맵핑의 또 다른 가능성은 복잡한 정보를 쉽게 이해하게 해 주는 데 있다. ‘복잡한 정보의 쉬운 전달’을 대표하는 고전적 사례는 이번 호 본문(38쪽)에도 실린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지도’다. 역사상 최고의 인포그래픽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이 맵핑은 프랑스 도시공학자 샤를 미나르Charles Joseph Minard의 1869년 작업이다. 나폴레옹 군대가 러시아로 진격했다 퇴각한 과정을 재현한 이 지도를 보면, 42만 명 넘는 규모로 출발한 병력이 러시아에 도착했을 때 이미 25% 이하인 10만 명으로 줄어들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후퇴는 더 어두운 색으로 나타냈고, 퇴각에 영향을 준 기온과 주요 날짜가 하단에 추가로 맵핑됐다. 나폴레옹 군대는 결국 만 명 정도만 귀환했다. 만 명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완전히 망했다는 느낌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지도는 원정군의 경로, 규모, 위치, 이동 방향, 기온, 날짜, 전투명 등 다층적 정보와 그 양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이 복잡한 정보를 글로 쓰고 표로 정리했다면 아마 대부분은 읽고 이해하기를 포기할 것이다. 미나르 맵핑의 강점은 직관적 표현 방식에 있다. 선의 굵기와 방향으로 복합적 데이터를 전환해 아주 쉽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5월호의 ‘빅데이터와 도시’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최근의 다양한 시도가 도시의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어떤 통찰을 줄 수 있는가, 또 더 나은 도시 환경을 설계하는 데 어떤 방법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비롯됐다. 필자 김승범 박사가 말하듯, “도시 빅데이터의 매력은 바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남긴 흔적이라는 점”이며 그것의 “시각화는…직관적 탐색의 훌륭한 도구”다. 복잡하게 얽힌 데이터를 ‘아름답게’ 변환해 전달하는 그의 최근 작업들은 그야말로 아름답다. 황용하 박사는 딥러닝과 환경 계획의 연계 지점에서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시도를 소개하며, 앞날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활용보다 기본에 초점을 둔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디자이너 소원영은 도시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도시 데이터를 이용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방법을 다루고, 또 디자이너가 경계해야 할 데이터 시각화의 왜곡, 누락, 편향성 등의 문제를 짚는다. 김충호 박사는 환경 설계 분야에서 빅데이터가 지니는 가능성과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빅데이터에 대한 시대적 강요가 아니라, 빅데이터에 대한 비판적이고 자발적인 탐색”이며 “빅데이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시각과 창의성”이라는 그의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네 필자가 전하고 있는 빅데이터 기반 도시 리서치와 시각화의 현재와 그 의미를 가늠하는 데 있어서 고전의 교훈, 즉 새로운 발견과 쉬운 전달은 여전히 유효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연하게도, 서영애 소장은 호주로 입양된 인도의 미아가 구글 어스로 25년 만에 고향 집을 찾은 실화 ‘라이언’을 이달의 ‘시네마 스케이프’에서 다룬다. “집을 찾은 건 다행이지만, 가만히 앉아서 세상 어디든 볼 수 있게 된 우리가 얼마나 더 행복해졌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는 마지막 문장이 계속 머릿속을 떠다닌다. 5월 19일 ‘공원의 재발견’부터 11월 18일 ‘용산공원이라 쓰고, 서울이라 읽는다’까지 총 여덟 차례의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이 열린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한국조경학회와 플레이스온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 본지는 후원 역할을 맡았다. 열린 소통과 공론화에방점을 두고 있는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도시학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김세훈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책 『도시에서 도시를 찾다: 좋은 도시를 바라보는 아홉 개의렌즈』가 본지의 자매 출판사 ‘도서출판 한숲’에서 출간됐다. 2015년 1월호부터 12월호까지 『환경과조경』에 연재한 “그들이 꿈꾼 도시, 우리가 사는 도시”를 대폭 수정하고 보완한 책이다. 영광스럽게도 이 책의 추천사를 부탁받아, 뒤표지에 짧은 글을 보탰다. “도시는 복잡한 곳, 도시의 삶은 고단한 과업, 도시의 설계와 경영은 난제. 그래서 우리는 역으로 좋은 도시를 꿈꾸고 찾는다. 『도시에서도시를 찾다』는 많은 도시설계가와 도시학자들이 답을 구하는 데실패한 질문에 다시 도전한다. 좋은 도시란 무엇인가? 그러나 해법을 구하는 방법이 새롭고 다르다. 이상이나 규범에 매달리지 않는다. 도시라는 변화무쌍한 세계를 읽는 아홉 개의 열린 프레임을 제시한다. 어느 창으로 세계를 볼지,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 배정한[email protected] / 편집주간,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 2017년05월 / 349
  • [칼럼] 인구통계 생산과 빅데이터
    우리나라는 5년에 한 번씩 인구주택총조사라고 불리는 센서스 조사를 실시한다. 가장 최근에 실시한 센서스는 2015년에 있었는데, 이때 조사된 인구의 크기와 특징은 우리나라 통계의 기본이 되는 기준통계를 만들어내는 데 사용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우리나라의 총인구수 혹은 가구원 수 그리고 각 시도와 시군구의 모든 인구 관련 통계들이 바로 이 센서스를 통해 조사된 인구를 기반으로 추정된 것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 지역 인구의 수를 측정할 수 있는 두 가지의 통계가 존재한다. 하나는 이 센서스 인구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등록 인구다. 센서스는 실제로 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를 나타내는 통계이고, 주민등록은 말 그대로 그 지역에 주민등록을 둔 사람들의 수를 나타내는 통계다. 농촌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이 두 가지 통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젊은 인구의 이주가 많고 분가하여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도시 지역에서는 두 통계의 차이가 작지 않다. 그런데 최근 센서스를 조사하는 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한 집에 실제로 몇 명의 사람이 사는지, 나이는 어떤지, 성별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특성을 함께 조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가호호 방문 조사가 필요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가가호호 방문 조사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난 2015년부터 통계청은 ‘등록센서스’라는 방법을 도입하여 센서스를 실시했다(사실 이 사실을 아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가가호호 방문을 통한 사회 조사 방법 대신 사용한 등록센서스는 가구대장, 주민등록, 출생신고, 사망신고, 혼인신고, 이주신고 등 다양한 신고와 등록 통계들을 조합해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수와 특성을 추정해낸 통계다. 우리가 현재 통계청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2015년의 우리나라 전체 인구뿐만 아니라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의 인구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은 실제 조사된 통계가 아니라 등록센서스를 통해 추정된 통계인 것이다. 실측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등록센서스 결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가가호호 방문 조사의 어려움이 실존하는 상황에서 등록센서스는 최선의 대안임에 틀림없다. 뿐만 아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등록센서스는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지니고 있는 주민등록 자료에 그야말로 링크가 가능한 모든 자료를 통합하여 생성된 통계로서 우리나라 정부가 만들어낸 가장 대표적인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로서 등록센서스는 정부가 분절적이고 독립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통계와 정보들이 함께 엮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단순하게 서로 다른 통계들을 기계적으로 연계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생성되고 있던 대규모 국가 통계를 대체할 수 있는 정보도 함께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빅데이터의 활용도를 보여준 좋은 사례다. 아직까지는 기존 센서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들만 산출하여 공개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법이 적용되어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무궁무진한 정보를 제공하는 명실상부한 빅데이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구를 측정해낼 수 있는 또 다른 빅데이터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통신사의 통신망 정보다. 통신사의 기지국에 접속된 통신망의 수를 활용하여 소규모 지역의 인구 수를 추정할 수 있다. 특히 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수보다는 한 시점에 그 지역에 실제로 머물고 있는 사람의 수를 헤아릴 때 이 데이터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등록센서스는 그 지역에 실제 살고 있는 사람의 수를 나타낸다. 하지만 이는 정주 인구일 뿐 실제로 어떤 시점에 경제 활동을 위해 혹은 그냥 지나가기 위해 그곳에 있는 사람의 수가 아니다. 비즈니스에 활용 가치가 더 큰 것은 아마도 정주 인구의 크기보다 낮에 그 지역을 오가는 사람의 크기일 것이다. 빅데이터로서 통신사의 통신망 정보는 이 유동 인구를 파악하는 매우 유용한 빅데이터다. 아직까지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2016년 『한국인구학회지』에 발표된 연구 “스마트센서스의 가능성 모색”은 모든 사람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각종 센서를 활용하여 센서스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가가호호 방문하여 사람들을 조사하는 대신에 사람들이 스마트센서스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깔기만 하면 애플리케이션이 알아서 스마트폰의 센서를 통해 얻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용자의 거주지와 직장 등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인구수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한 지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지, 그들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혹은 낮에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일은 도시를 설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정보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빅데이터가 인구를 ‘측정’하는 데 활용될 것이다. 이 측정은 단순한 ‘카운트’를 넘어서 인구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포함할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빅데이터가 인구통계 생산에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조영태는 2004년부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인구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이며, ‘BK21 플러스 모바일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융합형 보건인재양성사업단장’을 맡고 있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에서 인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유타 주립대학교에서 2년간 조교수 생활을 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인구학적 관점에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과, 빅데이터 혹은 모바일 환경이인구 및 보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최근인구학적 관점에서 미래 사회를 조망한 책 『정해진 미래』(북스톤,2016)를 출간했다.
    • 조영태[email protected]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 2017년05월 / 349
  • [이미지 스케이프] 자작나무와 이야기하기
    자작나무 좋아하시나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인상적인 흰색 수피를 가져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나무입니다. 좀 오래되긴 했지만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오던 끝없이 펼쳐진 자작나무 숲, 정말 멋있었습니다. 드라마나 광고 배경으로 종종 등장하는 강원도 원대리의 아름다운 숲도 바로 자작나무 숲입니다. 최근에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인기가 많아서 아기자기한 카페 한쪽 구석을 차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작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새하얀 수피입니다. 얇게 벗겨지는 껍질에 연애편지를 썼다는 전설(?)로도 유명합니다. 실제 신라의 천마도도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것이고 팔만대장경의 일부 재료도 자작나무라고 하니 전설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벌레도 잘 먹지 않고 단단하고 결이 고와 가구나 조각용으로도 사용한다고 하니 쓸모가 참 많은 나무네요. ...(중략)...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9호(2017년 5월호) 수록본 일부
    • 주신하[email protected] /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 / 2017년05월 / 349
  • [그들이 설계하는 법] 자연과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균형 2
    상상하기 ‘상상想像’,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봄. 상상imagination은 디자인 또는 설계의 핵심 요소다. 상상이 디자인이나 설계 프로세스에 필연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현 시점에 존재하지 않는 유무형의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를 그리는 상상은 현재의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관여하는 매우 중요한 기작mechanism이 된다. 비단 디자인뿐 아니라 인간의 상상은 인류가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되기까지 삶의 형태에 알게 모르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마치 실재하는 사실처럼 믿어지고 따르게 된 사회적 가치 기준과 체계”를 ‘상상의 질서’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기독교와 같은 종교,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 사상, 자본주의와 같은 경제 체제가 대표적인 예다. 하라리는 상상의 질서는 인류 초기에 유연하며 효과적인 협동을 가능하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고, 그로 인해 인류는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지배자가 되어 현재의 모습에이르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에 말에 따르면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다양하게 변화하고 진화해 온 상상의 질서는 현재 더욱 강력하게 우리의 삶을 조작하고 욕망의 형태를 결정하고 있다. ...(중략)... 백종현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미국 하버드 대학교 GSD에서 조경 설계와 도시설계를 공부했다. 다목적 조경 모듈 셀라(CELLA)를 개발하여 2014년 레드닷 디자인에 선정됐고, 한국인 최초로 캐나다 국제정원박람회(The International Garden Festival, 2013)에 초청됐다. 2016년 조경 스타트업 세계수프로젝트를 창업하여 자연과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9호(2017년 5월호) 수록본 일부
  •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 절제하면서도 다양하게
    프로젝트 또는 공간의 성격에 따라 최대한 절제되고 미니멀한 디자인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다. 절제된 틀이나 표현 안에서 최소한의 변이를 통해 어떻게 단조로움을 탈피할 것인가가 이러한 경우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사진의 공간은 이러한 고민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사례다. 어두운 색상의 화강석 포장재를 간결하게 배치했는데, 두 가지 규격(30 × 150cm, 7.5 × 37.5cm)의 화강석을 활용해 미묘한 띠를 형성했다. 포장석은 틈새를 접합하지 않은 오픈 조인트open joint로, 포장석끼리 최대한 밀착하도록 손으로 배치한hand tight 디테일이다. 30cm 너비 모듈의 화강석 띠 중 중앙의 한 개 열은 줄무늬 패턴의 스테인리스 스틸 그레이팅을 배수로의 덮개로 설치했다. 7.5cm 너비 모듈의 화강석 띠 중심을따라서 교목을 일정한 간격으로 식재했는데, 수목 보호대tree grating에는 배수 그레이팅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재료와 디자인을 적용했다. 재료와 디자인 언어를 최소한으로 제한해 의도적으로 간결하고 조용한 공간을 조성했다. ...(중략)... 안동혁은 뉴욕에 위치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활동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현재 회사에 8년째 근무하면서 Philadelphia Race Street Pier, 부산시민공원, London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Hong Kong Tsim Sha Tsui Waterfront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9호(2017년 5월호) 수록본 일부
    • 안동혁[email protected] /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 / 2017년05월 / 349
  •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조덕순 풀꽃갤러리 아소 관장 풀꽃의 문화
    간간이 비가 흩뿌리는 날 아소갤러리를 찾았다. 대구의 강남인 수성구 한복판. 풀꽃과 야생화를 위한 전용 갤러리, 아소는 전혀 전원적이지 않은 도심 한가운데 있다. 그날 갤러리 내부에는 일곱 점의 풀꽃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크지 않은 건물임에도 각자에게 주어진 공간이 상당히 넉넉하다. 야생화라니, 우리 산야 어디선가 피어나고 있을 너무도 흔한 미물이건만. 여느 수목원의 꽉 찬 온실을 짐작하던 나에게 아소는 반전이었다. 철과 금, 콘크리트와 같이 변치 않는 것들을 경외하던 때가 있었다. 아니, 그리 먼 예전도 아니다. 아무리 조경에 연을 둔 젊은이라 할지라도 이삼십대에 풀과 나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느끼는 건 사실 무리다. 변명이지만,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글쎄, 인생의 반이라는 불혹을 넘겨서인지 혹은 그다지 매혹될 대상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언젠가부터 이제껏 아무 감흥 없이 지나치던 당연한 것들이 눈물 나게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길거리 전봇대 밑에 오밀조밀 돋아난 풀이라든가 깜박하는 사이에 사라져버리는 노을빛이라든가…. 아끼는 사람에게, 그리고 초대를 받았을 때 꽃을 선물하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인 것 같다. 불과 얼마 후면 사라져버릴 그 꽃의 아무 것도 아니게 찬란한 순간을, 그 덧없음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중략)...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 및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에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49호(2017년 5월호) 수록본 일부
    • 최이규[email protected] / 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 / 2017년05월 / 349
  • [정원 탐독] 정신과 육체를 치유한 안달루시아의 정원
    안달루시아에서 정원을 묻다 한 시간 넘게 차창으로 낯선 풍경이 흐른다. 여행자의 낯선 시각이 더해진 탓이겠지만, 덮어주는 나무도 없이 맨흙이 드러난 채 눈앞에서 벌떡 일어선 산맥이 심장을 쿵 소리 날 정도로 떨어뜨린다. 이 마음의 서늘함에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함께 척박함으로 인해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무서움이 공존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이 돌산에 줄 맞춰 심어 놓은 올리브나무가 끝도 없다. 가까이 할 수 없게 막아서는 자연을 향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때론 달래며 공존을 지속해 오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 자연만큼이나 경이롭다. ...(중략)...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리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시골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환경과조경 349호(2017년 5월호) 수록본 일부
    • 오경아[email protected] / 오경아가든디자인연구소 대표 / 2017년05월 / 349
  • [시네마 스케이프] 라이언 집으로 가는 길
    구글 어스로 고향 집을 찾은 실화를 그린 ‘라이언’을 보고나면 새삼 어릴 적 동네가 궁금해진다. 로드뷰로 찾아보니 초등학교 때 살던 동네가 아파트 단지로 변해 있다. 작은 마당이 있던 우리 집은 큰 대문 집 옆으로 난 골목의 네 번째 집이었다. 눈이 오면 눈싸움을 하거나 연탄재를 눈에 굴려 이글루를 만들며 놀았다. 술래잡기, 배드민턴, 고무공으로 하는 미니 야구, 골목에서 놀 거리는 늘 풍성했다. 셔틀콕이나 고무공이 큰 대문 집 담장을 넘어가면 가슴 졸이며 벨을 눌렀다. 커다란 개가 컹컹 짖어댔다. 중학생이던 어느 날, 나와 남동생은 늘 함께 놀던 두 번째, 세 번째 집 남매들과 술래잡기를 했다. 캄캄할 때까지 놀다가 우리 집 남매가 서로 충돌해 동생 이마가 찢어지고 내 앞니 두 개가 부러진 참사가 일어났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옆집 오빠는 훗날 공군 사관생도가 되었는데, 어른이 된 한참 후까지 내 가짜 앞니를 놀렸다. 그 모든 추억이 ‘래미안’이라는 새 이름표를 달고 봉인되어 있었다. 영화 ‘라이언’의 주인공은 들판과 골목과 집이 25년 후에도 예전 그대로 남아있어서 고향을 찾을 수 있었다. 구글어스로 주인공이 예전 기억을 확인하는 장면은, 이제는 사라져버린 나의 작은 골목을 떠오르게 만든다. ...(중략)...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또 다른 실화 ‘스노든’은 미 국가안보국의 불법 개인 정보 수집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의 이야기다. 이메일이나 문자뿐 아니라 SNS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고 노출되는 사생활이 정보 수집의 유용한 소스가 된다는 사실, 공포 영화보다 더 오싹하다. 스노든을 보고나면 당신은 반드 시 노트북 카메라에 테이프를 붙이게 될 것이다. * 환경과조경 349호(2017년 5월호) 수록본 일부
  •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 '시화: 시가되다' 인류학적 현장 연구와 예술
    ‘작가’ 또는 ‘예술가’를 모집하거나 초대하는 일은 주로 전시나 예술 프로젝트를 위한 경우가 많았지만, 주지하다시피 ‘도시재생’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프로젝트를 위해 작가 또는 예술가를 모으는 사례가 최근 몇 년 들어 늘어났다. 주로 지역 미화와 활성화, 또는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예술가를 동원하는 경우다. 여기서 작가/예술가는 일종의 사회복지사/사회적 노동자social worker로서 활동하게 된다. 그런데 스스로의 정체성을 예술가‑사회적 노동자로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이들이 ‘예술가’로 초대받아 ‘사회복지사’의 일을 하게 되는 경우 예술가는 심각한 정체성의 갈등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런 갈등이 예술가를 ‘예술가’로서 초대해 ‘사회복지사’로서 일해주기 바라는 주체와 만날 경우, 예술가와 초대 주체 간에 불편한 관계가 생겨나기도 한다. 이러한 긴장 관계가 일어나는 또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종종 ‘도시재생’ 또는 ‘문화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것들이다. 때로는 실질적인 ‘재생’을 위해, 때로는 가시적인 재생은 포기했으나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하기 위한 전국 방방곡곡의 지역 리서치 사업에서 예술가들이 일종의 예술가‑연구자로 활동하게 되는 경우다. ...(중략)... 진나래는 미술과 사회학의 겉을 핥으며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게으르게 활동하고 있다. 진실과 허구, 기억과 상상, 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흐리고 편집과 쓰기를 통해 실재와 허상 사이 ‘이야기-네트워크-존재’를 형성하는 일을 하고자 하며, 사회와 예술, 도시와 판타지 등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기술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지점에 매료되어 엿보기를 하고 있다. 2012년 ‘일시 합의 기업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를 공동 설립해 활동했으며, 2015년 ‘잠복자들’로 인천 동구의 공폐가 밀집 지역을 조사한 바 있다. www.jinnarae.com *환경과조경349호(2017년 5월호)수록본 일부
    • 진나래 [email protected] / ‘일시합의기업 ETC’, ‘잠복자들’ 공동대표 / 2017년05월 / 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