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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역 7017 인포가든 미리 만나는 서울역 고가, 2016. 6. ~ 11.
    서울도서관 모퉁이의 보행 통로에 흰색 원통들이 등장했다. 원통 위에는 푸른 식물이 자라고 있고, 바닥은 회색 블록이 깔린 주변 보도와는 다르게 흰색 시멘트로 포장됐다. 주변과 확연히 구분되는 이 공간은 2017년 완공될 서울역 고가 보행길을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조성된 ‘서울역 7017 인포가든(이하 인포가든)’이다. 인포메이션과 가든의 합성어인 인포가든은 서울역 고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서울시가 조성한 작은 정원이다. 지난 6월 23일 서울시는 인포가든을 개방했고, 이를 기념하며 같은 달 26일까지 다양한 전시와 공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인포가든의 설계는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의 당선 작가인 비니 마스(MVRDV)가 맡아 진행했다. 218m2의 작은 보행 공간 위에 원통형의 전시 시설과 안내 시설, 식재 화분tree pot 열 개, 가로등 세 개가 설치됐는데, 이는 비니 마스의 서울역 고가 설계안 ‘서울수목원The Seoul Arboretum’의 핵심 요소들이다. 실제 서울역 고가에는 20개의 편의 시설과 684개의 식재 화분이 설치되어, 서울 곳곳을 연결하는 거대한 수목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직경 5m, 높이 3.5m의 원통형 전시 시설의 지붕에는 사계장미가 식재됐다. 벽면에는 커다란 유리창이 설치되어 있어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특히 내부의 벽면이 붉은색으로 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이 시설에서는 서울역 고가의 역사와 미래를 체험할 수 있다. 중앙에 설치된 스마트 미디어 테이블에서는 서울역 일대의 변화와 서울역 고가가 완공된 모습을 3D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전시관 상부에 마련된 5개의 모니터에서는 서울역 고가를 공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과 서울역 고가 시민 개방 행사, 서울역 일대 스케치투어 영상 등이 상영된다. 이 밖에도 전시 시설 대각선 방향에 있는 안내 시설에서 프로젝트 관련 정보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 10개의 식재 화분에는 반송, 백송, 소나무, 잣나무, 사계장미, 팥배나무, 산사나무가 식재됐다. 이 화분은 일반형과 벤치형으로 나뉘는데, 지름이 1.7m 정도 되는 식재 화분에는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목재 벤치가 설치됐다. 여러 나무와 서울도서관이 만들어내는 그늘이 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작은 피난처를 제공한다. 인포가든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주말, 공휴일에는 오전 10시 ~ 오후 7시)까지 운영되며, 월요일은 휴무다. 11월 말까지 운영한 후에는 실제 서울역 고가로 옮겨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역 고가는 지난 5월 기존의 바닥판을 걷어낸 데에 이어 새로운 바닥 판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10월 말이면 새로운 상판 포장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4월 시민에게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남은 공사를 진행할 것이다. 새롭게 태어날 서울역 고가는 어떤 모습일까? 인포가든 외에도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모으기 위해 트리팟 기부 캠페인, 고가 만화 전시, 서울 드로잉 전시회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11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추후 서울역 7017 홈페이지(www.ss7017.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 2016 쇼몽 국제 정원 페스티벌 2016 Chaumont International Garden Festival
    고려에 망국의 빛이 드리워지고 조선 건국의 조짐이 보이던 혼란스러운 시기인 14세기 말 15세기 초, 유럽에서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핏빛이 가득한 전쟁이 한창이었다. 바로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전쟁이다.프랑스에서 가장 긴 루아르Loire 강변의 건물들이 요새 역할을 해준 덕분에 프랑스는 영국의 공격에도 버틸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이후 요새는 아름다운 루아르 강변을 바라보며 오랜 전쟁의 피로를 푸는 오락과 휴양의 장소로 거듭나게 되었다. 프랑스 서남쪽, 길이 200km의 강변을 따라 위치한 인구 2,000명의 작은 마을 쇼몽에는 매년 30만 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간다. 세계 3대 정원 축제인 쇼몽 국제정원 페스티벌Chaumont International Garden Festival이 열리기 때문이다.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19개의 루아르 고성The Loire Valley between Sully-sur-Loire and Chalonnes 중 쇼몽 성Château-Chaumont에서는 1992년부터 쇼몽 국제 정원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이 축제에서는 작가의 개성이 담긴 정원뿐만 아니라 고성 곳곳에 전시된 예술 사진, 설치 예술 작품을 즐길 수 있다. 축제는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열리며 올해는 한국 설치미술가 이배의 작품과 한국과 프랑스 작가의 합작품인 ‘대단원을 위한 정원Le Jardin du Dernier Acte’, 2015년 조성된 ‘한국 정원Le Jardin Coréen’등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라도 하는 듯 한국의 색채를 축제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다가올 세기의 정원 쇼몽 국제 정원 페스티벌은 매년 독특한 주제로 진행된다. 올해의 주제는 ‘다가올 세기의 정원Gardens from the coming century’으로 미래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프랑스에서 개최한 축제이니만큼 프랑스 작가의 참여율이 높지만, 국제 정원 페스티벌의 명성에 걸맞게 러시아, 이탈리아, 영국, 스위스, 미국, 벨기에, 캐나다, 한국 등 다양한 나라의 작가가 출전했다. 매년 300~400개의 출품작이 등록되고 그 중 25개 내외의 작품만이 실제 정원으로 구현된다. 이 축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특별한 자부심을 갖는 데, 축제를 준비하는 조직 그리고 작가가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관람객의 분위기가 여느 정원박람회와 다르기 때문이다. 진행위원회는 산업의 진흥을 위해 여러 물품을 모아 놓고 판매·선전하는 박람회와 구별되도록 작품 조성 의도를 부각시키고 관람객의 집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정원을 하나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이 관람하는 방문객의 모습은 쇼몽 국제 정원 페스티벌을 세계 조경가가 참여하고 싶은 3대 정원 축제로 만든 힘이다. 다가올 세기, 미래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2016 쇼몽 국제 정원 페스티벌에서 각기 다른관점으로 표현된 24개의 작품을 통해 미래의 정원을 만나볼 수 있다. 케 비에네 라 플뤼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는 지구의 환경을 걱정하는 관점에서 표현한 ‘케 비에네 라 플뤼Que Vienne la Pluie’는 미얀마의 인레Inlé 강에서 영감을 얻어조성됐다. 마치 거대한 맹그로브mangrove 아래에 생긴 터널에 휴식 공간이 마련된 것처럼 보인다. 이 정원은 하나의 실험장으로, 자연이 인간의 통제 아래에 있지 않으며 인간이 자연 안에서 자유로이 서로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표현했다. 이 작품은 올해 쇼몽 국제 정원페스티벌에서 창작상Le prix de la Création을 수상하였다. 익스플로시브 네이처 미래의 환경이 아무리 척박해져도 자연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을 찾아 적응해나갈 것이다. ‘익스플로시브네이처Explosive Nature’의 거대한 구조물 틈새 사이사이에는 씨앗 폭탄Seed Bombs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식물이 자라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환경을 스스로 찾아내고, 그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요소로 표현됐다. 인간의 힘이 아닌 자연 스스로의 힘으로 정원이 조성되는 모습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정원으로 디자인 및 혁신적인 아이디어상Design et idées novatrices을 수상하였다. 대단원을 위한 정원 안지성 작가가 참가한 한-프 합작팀의 ‘대단원을 위한 정원’은 트랑스포자블상Le prix du Jardin transposable을 수상하였다. 이 작품은 자연이 거의 남지 않은 2250년에 고가로 소비되는 제품이 된 자연을 느끼기 위해 극장을 찾아야만 하는 미래를 보여준다. 이밖에도 같은 트랑스포자블상을 수상한 ‘누 아이언스 투 오 자르댕Nous Irons tous au Jardin’과 식물의 색채 및 조화상 Palette et harmonie végétales을 수상한 ‘르 자르댕 데 에멜장스Le Jardin des Emergences’를 선보였다. 몇 백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정원박람회가 세계 곳곳에서 열리지만, 3.5헥타르의 공간에 24개의 정원이 조성된 쇼몽 국제 정원 페스티벌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정원 축제가 된 이유는 정원을 조성하는 작가의 철학과 개념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원을 단순히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공간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다룬다. 또한 작가의 철학과 주제에 대한 개념이 한정된 공간 안에서 어떻게 물리적으로 표현되는지에 주목한다. 매년 사회적인 이슈 혹은 즐거움, 원죄와 같이 철학적인 주제를 선정해 정원으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생각하고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에 전 세계 조경가의 꿈의 무대가 될 수 있었다. 올 여름 프랑스 파리 혹은 유럽으로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쇼몽 국제 정원 페스티벌에 한번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왕이면 쇼몽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도록 여유롭게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매년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빛의 정원’이라는 이름의 저녁 축제가 열리는 데, 올해도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 난민과 홈리스의 시대, 도시와 건축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New Shelters: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 & ‘홈리스의 도시’ 전
    전 세계는 지금 난민과 홈리스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프랑스 니스의 트럭 테러, 브렉시트, 반이민 정책을 구호로 외치는 정치인의 지지율 상승 등 최근 화제가 된 이슈들은 난민이나 이주민을 둘러싼 갈등과 관계가 깊다. 비단 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누적 난민 신청자는 1만 5천여 명이지만, 난민 자격을 인정받은 사람은 580여 명 정도로 단 4%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편 모국에서 일명 ‘난민’이 된 사람들도 있다. ‘전세난민’, ‘취업 난민’, 심지어는 ‘연애 난민’까지. 타국에서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주민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이제 ‘난민’이란 단어는 평범한 지위와 경제적 안정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일반 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과 경제 불황은 평범한 사람들을 홈리스로, 난민으로 내몰고 있다. 난민과 홈리스의 시대, 도시와 건축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지난 7월 8일부터 8월 7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두 개의 전시, ‘New Shelters: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과 ‘홈리스의 도시’는 우리 앞에 던져진 질문에 도전한다. 물리적인 보호를 넘어 인식의 전환으로 아르코미술관 1층에서 선보이는 ‘New Shelters: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은 국내 난민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고 이러한 현실이 일부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돌보아야 할 공통의 문제임을 환기한다. 정림건축문화재단이 기획하고 주관한 이번 전시는 ‘건축적 제안들’이란 부제를 달고 있지만, 난민을 위한 물리적인 보호소나 쉘터를 단순히 디자인하는 작업보다는 영상, 아카이브, 사진, 일러스트 등 난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는 폭넓은 작업을 선보인다. 한 예로, 건축팀 에스오에이는 문화인류학자 김현미 교수(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와 협업해 농촌 지역 여성 이주자들의 주거 실상에 대해 연구하고 새로운 거주 형태를 제시하는 ‘다시-정착’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제대로 된 거주 공간이 아니라 농장 옆에 가설 구조로 지어놓은 비닐하우스에서 공동으로 생활하는 이주자들의 거주 환경을 사진과 맵핑으로 소개하고 이들을 위한 새로운 공동 주택 유형으로 농산물 간이 집하장을 변형시키는 안을 제시했다. 건축가 인터뷰 영상에서 강예린 공동 소장은 “이주자는 새로운 삶과 기회를 찾아서 이주를 실행할 만큼 모험심이 강한 사람들”이라며 이주민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들을 동정하거나 불쌍한 시선으로 대하는 것은 또 하나의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건축가 집단 레어 콜렉티브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함께 ‘마음 한쪽 마당 한쪽 내어주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참여 의사가 있는 지역 주민의 집 마당 한 구석에 설치할 수 있는 유기 동물 임시 대피소를 프로토타입의 설치물로 선보였다. 우리 사회에서 난민 문제는 무관심 속에 버려지고 사람들이 혐오하기까지 하는 유기 동물의 상황과 유사할 지도 모른다는 은유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레어 콜렉티브는 일상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유기 동물의 문제를 다루면서 내 삶과는 동떨어진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는 난민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도록 했다. 이번 전시의 디렉터를 맡은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이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해 우리 사회의 ‘난민’을 새롭게 해석하고 그들을 우리 사회로 아우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홈리스의 삶 ‘New Shelters: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이 난민문제에 대한 공론화와 대안을 건축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면, 아르코 미술관 2층에서 선보이는 ‘홈리스의 도시’는 현대 도시의 주거 문제와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할 기본적인 생활 조건 등의 문제를 파고든다. 10여 개국 16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아시아 대도시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21세기형 난민의 삶과 그 배경에 대해 영상, 사진, 설치 등의 작업으로 풀어냈다. 전시를 기획한 목홍균 독립큐레이터는 홈리스의 시선에서 도시의 거주 문제를 주목했다. 그는 “UN은 홈리스를 집이 없거나 옥외 또는 여인숙에서 잠을 자는 사람, 집이 있지만 UN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집에서 사는 사람, 안정된 거주권과 직업, 교육, 건강관리가 충족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홈home’의 첫 번째 사전적 의미는 ‘(특히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이다. 집은 물리적인 공간일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공간이며 고향이다. 따라서 ‘홈리스’는 ‘노숙자’만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며 현대 도시에서 살아가는 누구나 다양한 이유로 홈리스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편에게 구타당해 집을 떠난 여자(조영주, ‘가정상실’, 혼합매체, 2016),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의 개발이 중단된 고층 빌딩에 슬럼을 이룬 빈민들(U-TT, ‘토레 다비드’, 영상, 20분, 2013), 1950년대에 지어진 베이징 아파트의 지하 벙커에 거주하는 도시인들(심치인, ‘쥐종족’, 영상설치, 10분, 2010~2015), 일제강점기, 한국 전쟁 등 일련의 비극을 겪으며 고향을 떠나게 된 사람(김혜민, ‘옛날 옛적에 판문점’, 싱글채널 비디오, 47분, 2013) 등 전시에서는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홈리스가 등장한다.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현대 도시의 홈리스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의 도시는 홈리스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도시의 홈리스에게 과연 희망이 있는가’란 질문이 떠오른다. “도시는 지구에서 가장 무정하고 인공적인 장소다. 그 궁극의 해법은 도시를 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도시를 떠남으로서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도살장의 고기 운송 방식에 착안해 획기적인 대량 생산 시스템을 도입한 헨리 포드의 말이다. 그의 절망적인 인식처럼 도시를 버리고 떠나는 것만이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일까? 어떤 작가는 풍자적으로, 어떤 작가는 시니컬하게 ‘홈리스의 도시’를 해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6명의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현대의 도시가 잃어버린 ‘홈’의 인간적인 정서를 그리워한다. 레고 블록을 이용해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진행형 설치 작품인 ‘함께 만드는집’(문재원, 레고 설치, 2016)이 어두운 분위기의 전시물로 구성된 ‘홈리스의 도시’ 전에서 유일하게 화려하고 유쾌한 작품이었다는 점은 무정하고 인공적인 홈리스의 도시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공동체’와 ‘공감’의 가치를 믿고 기대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난민과 홈리스의 시대, 우리에게 던져진 거대한 도전에 이번 두 전시는 소박한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 소박한 답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지난 7월 15일, ‘New Shelters: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 전시와 연계한 난민 포럼에서 인권학자 조효제 교수(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는 “난민에 대한 배척과 혐오가 점점 심해지는 오늘날, 사회운동가나 인권단체가 아닌 건축계와 예술계에서 난민의 인권에 대한 전시를 기획한 시도 자체가 새롭고 의미 있는 것”이라며 이번 전시의 의의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