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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영선 업고 튀어
비가 많이 자주 오는 요즘이다. 비를 보면 생각나는 노래들이 있다.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 아이유의 ‘레인 드롭(Rain drop)’, 태연의 ‘레인(Rain)’. 최근엔 이 노래들을 제치고 이클립스의 ‘소나기’가 비 오는 날 플레이리스트 꼭대기를 차지했다. 정작 노래 가사엔 ‘비’란 단어가 다섯 번밖에 등장하지 않지만, 나의 애착 곡들을 제칠 수 있던 이유는 이 노래의 배경 때문이다. 최근 선풍적 인기를 이끈 ‘선재 업고 튀어’의 ost다. 드라마 애청자로서 소나기를 듣고 있으면 비를 맞고 있는 류선재에게 노란 우산을 씌어주는 임솔이 생각나며, (나의 추억인 마냥) 그들의 이야기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류선재 역할을 맡은 변우석의 피지컬, 서로만 바라보는 두 주인공의 서사, 과거와 미래가 이어지는 섬세한 연출 등 다양하지만, 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한 가장 큰 이유는 타임 슬립이다.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 팬 임솔이 최애인 류선재를 살리기 위해 15년의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간다. 타임슬립 연도가 2008년인 점이 드라마를 보게 했다. 나에겐 2008년은 이마를 뒤덮은 풀뱅 앞머리와 머리카락 끝이 귀와 닿을 정도의 C컬로 말린 풍성한 버섯 머리가 유행하던 학창시절이다. 그네 의자에 앉아 무제한으로 제공되었던 생크림을 바른 식빵을 먹기 위해 갔던 캔모아 카페, 캠코더나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화려한 자막과 효과로 편집한 UCC 등. 그 당시 내가 직접 가던 장소와 했던 것들이 드라마에 나오니 반갑기 짝이 없었다. 시대 배경이 흥미를 불러 일으켰고 두 주인공의 반전 같은 사랑 이야기가 드라마에 과몰입하게 만들었다(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하는 바람에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다. 이 이야기는 2회 엔딩부터가 진짜다).
선재 업고 튀어를 보면서 타임 슬립이란 장르를 언제 알게 된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나의 처음은 2012년에 방영한 ‘옥탑방 왕세자’다. 이 드라마는 조선시대의 왕세자 이각과 신하 3인방이 세자빈 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중 현대로 타임 슬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조선시대 사람이 현대 신문물에 적응하는 과정이 재미있고, 과거의 관계가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드라마를 통해 타임 슬립이란 단어를 처음 접하고 어떤 의미인지도 알게 됐다. 그러면서 나 혼자만의 타임 슬립 붐이 일었고 타임 슬립 드라마와 영화는 다 챙겨 봤다.
타임 슬립 영화, 드라마를 보면 타임 슬립으로 과거와 미래 중 어디로 갈지 고민하곤 한다. 둘 다 가고 싶어 고르기 어렵지만 과거에 마음이 더 기운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개발되지 않은 땅을 사 한탕 크게 누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최근 어느 할머니의 말로 인해 속물적 이유 말고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의 주인공인 조경가 정영선이다. 전시 연계 학술행사인 ‘정영선이 만든 땅을 읽다’에서 진행된 ‘정영선과의 대화’는 정영선이 날것의 대상지를 마주한 그때 그 당시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특히 포스터 한가운데를 차지한 바위가 상상력을 키웠다. 이 바위는 남해 사우스케이프의 암각 동산으로, 정영선은 암각 동산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이 바위를 없애보려고 했지만, 깨다 지쳤는지 그대로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가서 보니 이 바위가 너무 좋더라고요. 보자마자 이 바위를 없애지 않고 다듬어, 주변을 두른 건축물의 다른 고유 기능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물과 꽃을 더”(44쪽)해 만들었다고 했다. 이를 들으면서 정영선이 마주했던 다듬지 않은 바위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이때로 타임 슬립해 정영선 옆에 서서 그와 똑같은 시선으로 바위를 보며 그의 고민의 소리를 듣고 싶어졌다.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을 뿐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대상지를 처음 마주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
이런 마음이 생긴 게 정영선의 말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독 더 오락가락하는 비 때문에 기후가 정말 위기구나를 실감하는 요즘이라서 날것의 자연을 만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솔이가 선재를 살리기 위해 선재를 업고 튄 것처럼, 자연을 구하기 위해 (정)영선을 업고 튀어야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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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낭만은 그런 것이다 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
기대만큼이나 걱정되는 마음도 컸다는 걸 고백한다. 어떤 변명을 해봐도 자격지심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지만 말이다. 조경이 나무 심는 일로 인식되지 않길, 당연히 예쁠 수밖에 없는 식물을 무기로 공간을 치장하는 일로 여겨지기를 않길,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로 보이길. 정영선이 식물을 손수 심고 작은 정원을 가꾸며 기뻐하는 소박한 할머니처럼 비춰지기보다 그의 작업 영역이 전 국토 곳곳에 퍼져 있는 모든 공공 공간이라는 점이 드러나기를 바랐다.
그래서 자꾸 표제를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땅에 쓰는 시’. 이 낭만적인 수사들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꾸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너무 감성에 치우친 표현이 아닐까 하고 들여다봤더니 마냥 틀린 말은 아니었다. 조경학과에 입학한 뒤 들은 첫 수업에서 조경의 정의를 배웠었다. “자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름답고 유용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한 종합 예술 과학.” 아름답고 유용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형성하는 일은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한 일일 것이다. 시는 운율, 울림 같은 음악적 요소와 언어의 특성을 이용해 문학 작품 중에서도 회화적 특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장르이니 종합 예술이라 말해도 어색하지 않다.
이제 해결되지 않은 건 ‘과학’이다. 깨닫고 나니 생명, 자연, 식물, 지구, 기후 위기 같이 사람들에게 더 닿기 쉬운 어휘에 밀려 설계, 계획, 마스터플랜, 도면 등 과정을 담은 단어들이 저 먼 곳으로 밀려나면 어떡하나 시키지 않은 우려가 시작됐다. 늘 그렇듯 사서하는 걱정을 떨치기가 더 어렵기 마련이다.
조경의 목표와 결과는 잘 설명된 셈이다. 결국 조경의 작업 과정을 이야기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 배정한은 “많은 언론 기사와 인터뷰는 정영선의 조경을 ‘땅에 쓰는 시’로 비유하곤 한다. …… 그러나 ‘시’라는 어휘가 연상시키는 감상적인 의미가 그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작업을 낭만적인 영역에 가둬버릴 위험도 있다”고 말한다. 이어 정영선의 여러 말을 인용하며 “그가 말하는 시는 지사, 즉 땅의 시공간적 맥락을 섬세하게 이해하는 태도의 다른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정리하며 “정영선의 작업을 정영선 고유의 경관으로 만드는 것은 부지의 조건과 맥락을 세심하게 독해하고 섬세하게 연결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땅에 쓰는 시’로 비유되기도 하는 그의 태도는 ‘관계’ 혹은 ‘관계 맺기’에서 가장 명확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22쪽) 이를 통해, 시라는 단어가 조경의 결과물이 아닌 그 과정에 집중했기에 선택된 단어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우리는 정영선의 작업을 시라 일컫기보다 작업 태도와 그 과정을 더 많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김아연은 정영선 조경 속 “식물 하나하나가 시의 언어”이며, 그의 “손을 거친 장소는 특유의 미적 감성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25쪽) 정영선의 작품은 단순한 형식을 다루는 것을 넘어 서식처에 기반을 둔 생태계를 품은 생태 미학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그의 작품에서 본래 자연이었던 것과 설계한 것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김아연의 말처럼 “정영선의 작품은 예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 대경관이 주는 숭고미에 가깝기 때문이다.” 즉, 정영선 조경의 아름다움은 자연의 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영선은 “조경은 땅에 쓰는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고,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 깊은 울림이 뜻하는 바는 김아연이 말한 대경관이 주는 숭고미와 결이 같을 것이다. 스스로자自, 그러할 연(然)이라는 한자에서 볼 수 있듯 자연스러움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아모레퍼시픽사옥과 같이 ‘보이는 정원’(각주 1)도 있다. 하지만 대상지의 규모가 커질수록, 생태계의 원리를 더 깊이 따르고 그 흐름이 진짜 자연을 향해 흐를수록, 정영선의 작업처럼 자연과의 경계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면 조경은 더욱 보이지 않게 될 확률이 높다.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방법은 조경을 잘해서 사람들이 절로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 아무도 묻지 않아도 또 듣고 보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조경 작업 이야기를 하는 것. 피곤하고 고되지만 그 방법뿐이다. “낭만은 그런 것이다”. 조경을 떠나지 않는 이상 “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이다.(각주 2)
**각주 정리
1. 이명준, “비평: 정원섬, 보이는 정원”, 『환경과조경』 2018년 8월호, p.30. “조경이 ‘보이지 않는다(invisible)’고 할 때,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담는다. 하나는 설계한 경관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하여 대중에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간 예술로 인식되면서 동시에 생태적 성능을 지닌 경관을 만들기 위한 조경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 랜드폼을 디자인하는 실험이 빈번하지 않은 국내에서 아직 조경은 시각적으로, 그리고 인식적으로 충분히 보이지 않았다. 조경은 좀 더 보일(visible)필요가 있다.”
2. 김경주의 시 ‘드라이아이스’의 한 구절. 문득 어머니의 필체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그리고 나는 고향과 나 사이의 시간이 위독함을 12월의 창문으로부터 느낀다/낭만은 그런 것이다/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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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삼원색처럼 다채로운 쉼터, 써클 트리오 퍼걸러
이용자의 다양한 행태를 수용하는 다목적 쉼터
하나의 퍼걸러 안에서 다양한 공간적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예건의 휴게 시설 전문 브랜드 ‘푸르너스(Prunus)’는 다양한 이용자의 행태를 고려하며 자연을 비롯한 외부 공간과의 조화를 꾀하는 휴게 시설을 제작한다.
써클 트리오(Circle Trio) 퍼걸러(이하 써클 트리오)는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 단지 내 오작공원에 조성한 대형 조합 퍼걸러다. 학생 기숙사인 직녀관과 견우관 사이 오작공원 중심부에 위치한 써클 트리오는 학생과 교직원의 창의적 활동과 휴식, 친목 도모를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조성됐다.
써클 트리오는 주변을 감싸고 있는 박스 형태 건축물의 단조로운 경관을 상쇄할 수 있는 원형의 셸터로 디자인됐다. 크기가 다른 3개(대, 중, 소)의 원형 퍼걸러를 삼원색 다이어그램처럼 배치했다. 각 공간에는 학생과 교직원의 다양한 휴식과 학습 행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든 테이블, 평상, 바 테이블 등 다양한 휴게 시설물을 설치했다. 또한 퍼걸러 지붕의 높낮이를 다르게 해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봤을 때 지붕 선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했다.
TEL. 031-943-6114 E-MAIL.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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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쓰는 농부사전
블루메미술관, 5월 18일부터 11월 17일까지
좋아하는 대상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탐구하다 보면, 그 대상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까지 관심이 확대되기 마련이다. 개관 이후 줄곧 정원을 좇던 블루메미술관의 눈길이 농부에 닿게 된 까닭도 같았다. 땅을 기반으로 한 노동을 펼친다는 점이 닮아서인지 많은 정원가가 농부의 일과 삶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정원사가 왜 그들을 관찰하는지 궁금했던 블루메미술관도 농부에게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는 ‘같이 쓰는 농부 사전’ 전시 기획에까지 이르게 했다.
5월 18일, 블루메미술관에서 개최된 ‘같이 쓰는 농부 사전’ 전시는 농부를 단순한 식량 생산자를 넘어 가치 생산자로서 바라보며, 농부의 일과 생각에 담긴 무형의 가치를 조명한다. 농업의 산업화를 위해 대량 생산에 몰두하는 대농 대신, 작은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소농 네 팀을 초대했다. 소농의 목소리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추구하고 있는 가치를 작품으로 보여줄 네 명의 작가를 매칭해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선보였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농사를 짓지 않아도 누구나 ‘농부적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그 삶의 방식이 아직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기에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던진다. 이번 전시의 제목에 ‘같이 쓰는’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농부사 전을 관객과 함께 써가는 여정은 농업 안에만 갇혀 있던 여러 농부의 삶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환경과조경435호(2024년 7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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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공원 풍경놀이터
서울시 2호 거점형 어린이 놀이터
지난 6월 6일 보라매공원 풍경놀이터(이하 풍경놀이터)가 개장했다. 서울시의 제2호 거점형 어린이 놀이터인 풍경놀이터는 서남권 보라매공원 테마놀이터 조성 설계공모(2022)의 당선작 ‘놀이풍경: 어린이 스스로 만드는 무한의 놀이 세상’(바이런+지엘에이디자인)을 기반으로 2년 여의 설계와 시공을 거쳐 탄생했다. 5,000m2가 넘는 대규모 어린이 모험 놀이터는 잔디마당과 놀이탑, 낙서 벽 등 다양한 놀이 시설과 정원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거점형 어린이 놀이터는 보통 주거 단지 내에 소규모로 조성되는 단편적 놀이 시설을 벗어나 대규모 공간에 어린이의 창의성 향상과 폭넓은 활동을 유도한다. 미끄럼틀, 그네, 시소 등 획일적인 시설보다는 자유로운 신체 활동이 가능한 공간을 확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조성된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시내 5개 권역에 1개소씩 거점형 놀이터를 조성할 계획으로, 지난 2022년 광나루한강공원(동남권)에 제1호를 조성한 데 이어 현재 북서울꿈의숲(동북권), 용산가족공원(도심권) 놀이터를 설계 중이다.
*환경과조경435호(2024년 7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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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느린 걸음의 풍경
아버지의 골방 서재는 일종의 분더카머(wunderkammer)였다. 그 방에는 집안 조상의 내력이 적힌 족보를 읽는 게 취미였던 아버지가 신줏단지 모시듯이 보관했던 족보부터 역사, 풍수지리학, 자서전 등 아버지의 취향이 담긴 헌책이 장르와 연도별로 구분돼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매해 쓰셨던 일기 노트들도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었는데, 아버지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적으셨다. 방학 숙제였던 일기와 독후감을 벼락치기로 쓰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그 모습은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방대한 책을 관리하는 성실한 사서처럼 보였다.
아버지는 분더카머의 장인이었지만, 나는 중도 포기의 달인이었다. 절세 무공을 가진 고수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실력에 미치지 못해 좌절하는 무협지 주인공들처럼 나도 분더카머를 만들기 위해서 부단히 무언가를 수집하고, 기록하며 나만의 취향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했지만 늘 실패했다. 해마다 문구 편집숍에서 새로 나온 노트와 필기구를 사며 필사 노트를 만들고, 일기도 꾸준하게 적어보려고 노력했지만, 세상에 큰 뜻을 펼치지 못한 채 초야에 묻힌 유배지의 선비처럼 모두들 쓰이지 못한 채 서랍 속에 고이 보관됐다. 읽는 책보다 읽지 않는 책이 너무 많아서 가스 검침하듯이 주기적으로 중고 서점에 책을 팔기 바빴다.
그래서 성실한 수집가의 기록에 괜히 한 번 더 눈길이 갔다. 잡문집 『무라카미 T』(2021)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티셔츠 수집 무용담이다. 자신의 이름과 동명인 시에서 주최하는 마라톤에서 받은 티셔츠, 하루키의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은 팬이 디자인한 티셔츠 등 티셔츠에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내며 자신의 티셔츠 취향을 소개한다. 이러한 티셔츠 수집은 하루키에게 영감을 제공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마우이 섬에서 1달러 주고 산 토니 타키타니(Tony Takitani)라는 영문이 적힌 티셔츠에서 모티브를 얻어 동명의 단편 소설을 쓰기도 했다.
하루키처럼 이야기를 국수 가락 뽑듯이 솜씨 좋게 술술 풀어낼 수 있는 대단한 문학적 재능이나 통찰, 아름다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특별한 미감은 없지만 소소하더라도 나의 일상과 삶에 조금이나 영감을 제공할 수 있는 수집은 없을지 궁리하다가 공간 일기를 써보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이러한 다짐을 하게 된 건 『건축가의 공간 일기』(2024) 덕분이다.
이 책은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공간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가 30여 년간 공간을 둘러보며 일기처럼 남긴 글과 그림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그는 지난 세월 동안 펜을 바지런히 움직이며 손으로 그날의 감정을 기록하고 공간을 더 정확하게 묘사하고 그리기 위해서 유심히 관찰하는 행위를 꾸준히 해왔다. 또한 유명한 공간보다 제철 음식을 사러 가는 망원시장 등 자신의 일상과 생활에 스며들어 있는 공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활 속 공간이 주는 위로와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들려주며 생활 속에서 좋은 공간을 발견하고, 일기로 남기는 일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좋은 공간에 나를 두고, 공간이 건네는 목소리를 들으면 우리의 삶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 어쩌면 좋은 공간을 찾아가는 것도 수단에 불과할지 모른다. 인생 공간을 발견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바쁜 시대에 무언가를 경험하며 우리의 감정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다.”
결국 공간 일기란 삶이라는 사건을 이해하는 배경에 대한 기록인지도 모르겠다. 오롯이 그 사건 자체로만 바라보면 오해나 왜곡이 있을 수 있지만, 사건을 둘러싼 배경을 이해하고 바라보면 그 사건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처럼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게 이해하려면 어쩌면 잠시 시간을 내 삶을 둘러싼 배경에 대해서 찬찬히 바라볼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나의 생활 반경 속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아름다운 장면과 공간을 소소하게 기록하고 싶다. 먼 훗날 이 기록들이 모여 하나의 분더카머가 될 수 있다면 그 방 앞에 ‘느린 걸음의 풍경’ 이라는 명패를 가지런히 놓고 싶다. 중도 포기 달인의 소박한 소망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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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지금 우리의 관심 영역은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극을 배제하고 있지 않은가
또 정원 생각을 하게 된 건 한 영화 때문이었다. 스포일러를 좋아하지 않아, 미리 어떤 정보도 눈과 귀에 들이지 않으려 한 탓이다. 물론 영화 소개글 한가운데 정원이라는 단어가 떡하니 있기는 했다. “독일 장교 루돌프 회스의 가족이 사는 그들만의 꿈의 왕국 아우슈비츠. 아내 헤트비히가 정성스럽게 가꾼 꽃이 만발한 정원에는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집. 과연 악마는 다른 세상을 사는가?” (각주 1)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조나단 글 래이저, 2024).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거다. 제목을 한국어로 번역할 때 ‘존’을 영역(지역, 구역, 지대 등)으로 바꾼다면, ‘인터레스트’에 대응하는 단어로는 무엇을 고를 것인가. 우선 제목이 지칭하는 땅의 정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격리한 땅이다. 수용소 주변 지역의 농지를 폴란드 지주에게서 몰수하고 그 빈 땅에 수용소의 포로들을 노역시켜 이득을 취득했다. 따라서 인터레스트를 나치 독일이 취한 금전적 ‘이익’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러닝 타임 내내 귓가를 울리는 굉음, 하늘로 솟는 연기, 늦은 밤에도 폭력적으로 이글거리는 시뻘건 불길을 없는 것처럼 여기며 관심 밖에 두(려)는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인터레스트 위로 ‘관심’이라는 단어가 겹쳐진다.
회스는 실존 인물로, 4년간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소장으로 일했다. 그의 가족은 수용소 인근 사택에서 삶을 꾸렸는데, 이 사택은 수용소와 담 하나를 두고 맞붙어 있었다. 영화는 수용소 내부의 모습을 한번도 보여주지 않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상상하게 한다. 이는 헤트비히가 그 지옥의 땅 옆에서 낙원 같은 삶을 일구어 나가는 모습과 병치되며, 악이 얼마나 평범하고 그래서 더 끔찍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헤트비히는 이 사택에서 유토피아 같은 정원을 가꾼다. 고요에 빠질 수 있는 온실, 아이들은 물론 인근 이웃을 초청해 파티를 즐길 수 있을 만큼 넉넉한 수영장, 고즈넉한 분위기의 퍼걸러와 의자가 있다. 파스텔 톤과 원색의 식물이 넘실거리는 잔디를 배경으로 자란다. 그는 친정 엄마에게 이 정원을 완성하기까지의 여정을 무용담처럼 풀어놓으며, 담벼락 너머가 보이지 않도록 넝쿨 식물을 기르겠다고 말한다. 결국 이 정원은 자신의 관심 영역에서 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밀어내기 위한 도구인 셈이다. 회스 역시 자연을 일종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수용소의 미관이 훼손되니 라일락 관목을 과도하게 꺾지 말라는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그의 얼굴이 지극히 차분해서 끔찍했다.
하지만 정원은 결코 모든 참극을 가리지 못한다. 치솟는 연기와 불길을 틈 없이 가리고, 비명 소리를 완벽히 차단할 담과 넝쿨이 있을 리 없다. 강에서 자녀와 함께 물놀이를 즐기던 회스는 위쪽에서 잿빛 물이 내려오는 걸 발견하고는 기함한다. 강은 수영장 속 물과 달리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보트에 아이를 태우고 돌아오는 회스의 표정은 드물게 초조하다. 비가 내려 분 강물이 거세게 그 보트를 떠밀며 묻는 것 같았다. “지금 우리의 관심 영역은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극을 배제하고 있지 않은가?” (각주 2)
정원은 생활 영역에 자연을 들이려는 시도에서 출발한 공간이다. 자연을 닮았지만 아주 개인적인 공간이며, 대부분 외부로부터의 시선이나 간섭을 차단하고 아늑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드는 데 집중 한다. 지난 2월, 김동훈과의 인터뷰(각주 3) 녹취록에서 삭제된 내용 중 하나는 ‘정원법’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정원은 사적 녹지로 다루어지기에 경관법은 있지만 정원법이 따로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파트로 점점 빼곡해지는 도시가 내세우는 정원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꾸 궁금해진다. 단순히 정원이 많은 도시를 말하는 것일까. 많은 시민이 개인 소유의 땅 중 일부를 정원으로 만들도록 독려하는 도시, 혹은 공공이 조성한 정원이 많은 도시를 추구하는 것일까. 만약 공공이 조성한 정원을 공공 정원이라 명명하려 한다면, 그 관리의 주체는 누가되어야 하며 공원과는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각주 4)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싶어 덧붙이자면,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정원의 의미와 가치를 들여다보는 영화는 아니다.
**각주 정리
1. 존 오브 인터레스트 시놉시스
2. 김혜리, “[김혜리의 두 영화 이야기] 관심영역”, 위버스매거진 2023년 7월 11일.
3. 김모아, “어제의 대화, 오늘의 재구성: 정원을 탐구하는 천착의 깊이 김동훈”, 『환경과조경』 2024년 2월호.
4. 이미 박희성 교수가 연재를 통해 공공의 정원을 다룬 적이 있다. “근대 초기, 공원은 파크와 퍼블릭 가든의 구분없이 모두를 아우르는 용어로 자리 잡게 되면서 퍼블릭 가든은 파크와 혼성되고 사라져버렸다.” 박희성, “모던스케이프: 공공의 정원”, 『환경과조경』 202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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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그늘 쉼터, 스마트 루프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그늘 쉼터
야외에서도 실내 같은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면 어떨까. 예부터 건축물은 비바람과 외부의 위험 요소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그에 따라 외부 공간은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는 곳, 내부 공간은 안락한 휴식을 할 수 있는 곳 등으로 쓰임새를 구분해왔다. 하지만 생활 수준 향상과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그 경계가 흐릿해지고 실내 같은 외부 공간, 외부 공간의 기능을 수용하는 실내 공간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있다. 외부 공간 디자인 브랜드 ‘차양과 공간(Shade&Space)’은 이러한 복합적 요구를 반영해 다양한 외부 공간을 디자인한다.
차양과 공간의 스마트 루프(smart roof)는 안정성과 다양한 기능성을 갖춘 그늘 쉼터다. 지붕 루버 패널은 폴리우레탄 충진를 통해 결로 방지와 열 차단 기능을 갖게 되어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 날씨에 적합하다. 유로(Euro)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크기와 두께의 구조용 알루미늄을 재료로 사용해 풍압 등 외부 충격에 강하다.
스마트 루프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완전한 지붕 개폐가 가능한 셀렉트(select), 힌지 틸팅 방식으로 개폐되는 프라임(prime) 등 용도나 취향에 따라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실내와 같은 아늑함을 제공하는 외부 공간이나 외부 공간의 느낌을 적절히 들여온 내부 공간을 위한 연출이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다.
TEL. 1533-0919 WEB. shadensp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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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서울, 그린 바이브 뚝섬한강공원에서, 5월 16일부터 10월 8일까지
여름의 싱그러움과 예술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지난 5월 16일 뚝섬한강공원에서 개최됐다. 이번 정원박람회는 5월 16일부터 26일까지 학술대회, 산업전, 문화 행사 등이 열리는 본행사와 5월 27일부터 10월 8일까지 상설 전시로 진행된다. 2015년부터 열린 서울정원박람회는 올해 9회를 맞았다. 역대 박람회 중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가장 큰 규모이자 최장 기간의 박람회다.
서울시와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환경과조경이 주관한 올해 정원박람회의 주제는 ‘서울, 그린 바이브Seoul, Green Vibe(서울에서의 정원의 삶)’, 부제는 ‘컬러풀 한강Colorful Hangang(색색가지 한강)’이다. 한강을 배경으로 강과 정원이 어우러진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정원으로 다채로워질 한강 경관을 강조하며, 정원이 가지는 힘과 역할에 주목했다.
뚝섬한강공원을 다채롭게 만든 정원
뚝섬한강공원에 다양한 정원 전시가 펼쳐졌다. 초청정원(1개소), 작가정원(10개소), 학생동행정원(10개소), 시민동행정원(15개소), 기업동행정원(17개소), 기관참여정원(4개소), 글로벌정원과 시민 참여로 조성한 정원(19개소) 등 76개의 정원이 뚝섬한강공원 곳곳에 조성됐다.
초청정원 ‘앉는 정원’은 지난해 서울시 조경대상을 수상한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와 김영찬 소장(바이런)이 조성했다(34쪽).
작가정원 국제공모는 ‘정원이 가진 회복력(resilience with garden)(작가정원 A)’과 ‘정원과의 동행(garden for all)(작가정원 B)’의 두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작가정원 A는 ‘섹션 가든(Section Garden)’이, 작가정원 B는 ‘기억과의 동행’이 금상작으로 선정됐다. ‘회복의 시간’이 작가정원 A은상을, ‘바이오로지컬 셀프 오거나이징 가든(Biological Self-Organizing Garden)’과 ‘겸재선생님 한강공원에서 뵈어요’가 작가정원 B 은상을 수상했다. 작가정원 A 동상에는 ‘더 버터플라이 이펙트(The Butterfly Effect)’가, 작가정원 B 동상에는 ‘호미 정원’, ‘정원의 삶: 토룡은 큰 물에도 스러지지 않는다’, ‘뚝둑, 걸어보길’, ‘심심해지다 I 명상하다 I 고마워하다(Be Bored I Meditate I Appreciate)’가 선정됐다(36~81쪽 참고).
학생동행정원은 학생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공모에는 국내외 조경, 원예, 정원, 건축, 도시계획, 산업 디자인 등 관련 학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42팀 중 1차 심사를 통과한 10팀이 정원을 조성했다. 현장 심사 결과 금상에는 하늘(상명대학교)의 ‘영원한 순간들(Etermal Moments)’이 선정됐다. 노을 지는 한강의 찰나의 순간을 정원에 담은 이 작품은 노을의 색과 부드러운 분위기를 섬백리향, 톱풀, 하설초, 그라스류 등의 식물을 통해 표현했다. 시간에 따라 폴리카보네이트 가벽에 반사되는 노을빛이 달라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린보배의 ‘계절이 꽃피우는 마음’과 네잎클로버의 ‘평화 가든(A Plece Garden)’이 은상을, 시즈닝의 ‘기억의 색이 물들어 철이 들 때’, 연화의 ‘함께, 뚝섬’, 옥윤의 ‘타버린 시간: 변화에도 웃을 수 있길’, 이삭의 ‘스물 네 조각: 불완전한 너’, 조경은의 ‘스타 플러워 인 유(Star Flowers in You)’, 사람과 자연의 ‘언제나 나, 너, 하늘을 봐요’, 그러태의 ‘나의 옛날 나루터 이야기’가 동상을 수상했다.
서울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민동행정원 공모에는 46팀이 참가했다. 1차 심사를 거쳐 15팀이 정원을 선보였다. 어반그림의 ‘감각을 품다, 사계매력정원’이 금상을 수상했다. 금상작은 멸종 위기에 처한 벌의 이야기를 정원으로 표현했다. 벌과 더불어 곤충, 새 등 다양한 생명체가 정원에서 식물과 함께 공존하는 모습을 담았다. 꽃 벼리다의 ‘내 마음속의 매력정원’, 꽃피우는 한강의 ‘도랑이 있는 논시밭 풍경’이 은상을 수상했다. 행복한 가드너의 ‘삼삼한 매력정원’, 행복한 정원사의 ‘바람길로 소요하는 매력정원’, 놀자방의 ‘보물찾기’, 가든 앤 가드너스의 ‘정원의 시간은 섬세하다’, 맘스터치의 ‘아이와, 함께, 바라는 정원’, 오인오색의 ‘잃어버린 감각을 되살리는 매력정원’, 나 그리고 우리의 ‘싱그러운 힐링 정원’, MZ니의 ‘윤스르르 매력정원’이 동상을 수상했다.
자치구 동행가든은 각 자치구의 도시 매력을 부각할 수 있는 장소에 조성되어 일상 가까이에서 정원과 정원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25개소가 조성됐고, 강동구, 광진구, 금천구, 노원구, 도봉구, 동대문구, 영등포구, 성동구, 성북구, 용산구, 은평구, 종로구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환경과조경434호(2024년 6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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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
문화의 다리, 잠수교 설계공모 당선작
잠수교가 서울 최초의 차 없는 보행 전용 다리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잠수교를 차량 중심의 이동 공간에서 보행 중심 시민 여가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왔다. 2023년 3월부터 잠수교 사업을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한강 르네상스 2.0)’ 선도사업으로 지정해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잠수교 전면 보행화를 위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설계안을 모집하고자 2023년 7월 7일 ‘잠수교 전면 보행화 기획 디자인 공모’를 진행해 다섯 개의 당선작을 선정했다. 이때 선정된 다섯 팀을 대상으로 2024년 2월 29일, ‘문화의 다리, 잠수교 (디자인 설계 및 콘텐츠 기획) 설계공모’를 공고했다. 지명초청을 받은 다섯 팀 중 아치 미스트(Arch Mist) 팀―왕 닝주(Wang Ningzhu, 아치 미스트 대표)+박철호(씨피에이구조기술사사무소)+김동욱(마티엠지티종합건축사사무소)―의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The Longest Gallery)’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당선작은 잠수교를 평소에는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상황에 따라 패션쇼 런웨이, 야간 야외 영화관, 결혼식, 축제 등이 펼쳐질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반포대교 아래와 잠수교 상부에 800m 길이의 핑크색 공중 보행 다리를 제안했는데, 이 위를 거닐며 한강의 풍경과 잠수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화·전시 프로그램을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환경과조경434호(2024년 6월호)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