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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디자인을 통한 무장애 도시공간 구현
무장애 도시 환경의 필요성무장애 도시 환경이란 일차적으로 장애를 지닌 거주민이나 방문자가 도시 환경을 향유하는데, 비장애인과 동등한 기회를 갖도록 모든 장애물을 방지하고 제거하는 노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환경을 의미한다. 인공적인 도시 환경이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장애물로 방해받지 않는 이용자 친화적인 환경이 됨을 의미한다.우리의 도시 환경은 집, 공공시설, 레크리에이션 시설 및 대중 교통 체계를 원활히 이어주는 물리적 환경이어야 한다. 접근성이 고양되면 사람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참여를 활발히 할 수 있다.아직까지 도시의 건물 및 내부 환경과 비교해서 외부 환경의 무장애 디자인에 대한 인식, 관심, 연구, 행정 및 시행 사업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본 글을 통해 무장애 도시 공간 만들기를 위한 개념, 원칙, 방향, 평가 및 계획 지침 등을 살펴본다.
무장애 설계와 유니버설 디자인도시 환경 이용자들에게 접근 및 이용이 가능한 공간을 조성함에 있어서 무장애 설계와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이 있다. 이 두 가지 개념 사이에는 상호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한다.먼저 무장애 설계(barrier-free design)는 이용자가 어떤 방해나 제한 없이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무장애 설계란 용어는 일반적으로 장애를 지닌 사람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물리적인 각종 장애물 혹은 태도와 관련된 다양한 유형의 장애물을 제거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무장애 설계는 이를 위한 법규, 기준, 조례, 규약 등과 관련된다.한편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모든 사람이 어떤 것을 개조하거나 특별히 변형할 필요 없이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연령이나 신체적인 차이에 상관없이 광범위하고 다양한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그 목표를 둔다.
무장애 설계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유니버설 디자인은 최대한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접근 가능한 설계 혹은 무장애 설계에서 한층 더 발전하여, 훨씬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디자인함을 말한다. 무장애 설계가 특정한 장애에 대해 특별한 해결책을 고려하는 반면, 유니버설 디자인은 다양한 크기, 힘,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무장애 도시 공간 조성 계획에 있어서, 장애인을 위해 특정 장애물을 제거하는 무장애 설계 개념으로부터 모든 이용자를 위해 장애물 없는 공간을 조성하는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거주민, 방문자, 여행객, 노약자, 어린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모든 이용자에게 유익이 되는 공간 조성을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은 필수적이다.유니버설 디자인은 고령 사회로 변해가는 추세에 직면한 우리에게 점점 더 중요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적으로 새로운 장애를 겪게 되는 우리에게, 쾌적하고 품위 있고 친절하고 인정 많은 도시 공간 만들기를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의 접근법이 필요하다.전형적인 장애물의 실례장애물이란 사람들이 해당 장애물로 인해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좌절하게 하는 어떤 것을 의미한다. 도시 환경을 향유함에 있어서 기반 시설 및 공공 공간, 예컨대 교차로, 공원, 레크리에이션 시설, 공공 회합 장소들은 사람들, 특히 장애를 지닌 이용자들에게 전적으로 접근 및 이용이 가능한 공간이어야 한다. 도시의 외부 공간에서 발견되는 장애물의 예를 열거해본다.● 너무 무르거나 울퉁불퉁하고 불안정한 지면 및 포장● 건물 진입부 근처에서 접근이 어려운 주차 공간● 경사가 급하고, 현저한 단차가 있으며, 유지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휠체어나 모터 스쿠터의 사용이 곤란한 교차로 또는 도로 경계부 연석 및 경사로● 질감의 변화 및 색의 대비가 결여된 연석, 계단, 경사로 및 진입부● 동절기에 제설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병원, 교차로, 버스 정류장 및 택시 승강장● 불충분하게 마련된 합승 택시, 소형 버스 및 카풀 등 보조 교통 수단의 승하차 공간● 휠체어 사용자의 이용이 불가능한 휴식 공간, 쉘터, 화장실 및 공중 전화 시설● 너무 빨리 바뀌는 교통 신호등● 소리로 들을 수 있는 교통 신호등이 미설치된 주요 교차로● 읽고 이해하기 어렵거나 효과적인 길 찾기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인 시스템● 명확하게 인식할 수 없고 대조를 이루지 못하는 색으로 만들어진 사인● 시각 장애인 및 기억력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인과 조명● 보행을 유도하고 잠재적인 위험 요소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는 촉지성 표지가 결여된 가로 공간
무장애 도시공간 조성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지침지방 자치단체, 개발자, 계획가, 조경가 및 건축가가 새로운 개발 사업을 전개하거나, 기존의 공공 시설 및 외부 공간을 접근 가능한 무장애 환경으로 조성하기 위해 반영해야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시한다.1. 교통 수단1) 주차 공간● 지방 자치단체는 장애인에게 발급하는 주차 허가증 규정 조례를 마련한다.● 자신의 차를 운전하는 장애인을 고려하여 충분한 숫자의 장애인용 주차 공간을 계획한다.● 장애인용 주차 공간은 건물 진입부 가까이에 배치하고 충분한 면적을 갖도록 하며 명확히 표시하여야 한다.2) 도로 연석 처리 및 진입부 경사로● 접근 및 이동을 가능케 하기 위한 도로 연석의 처리 및 건물 진입부 경사로의 적절한 설계는 시각 장애인과 휠체어 및 지팡이와 보행 보조기 같은 이동에 도움을 주는 보조 기구 사용자의 안전에 필수적인 부분이다. 예컨대, 인도와 차도의 경계부 연석의 구조를 유모차나 카트의 이용이 가능하도록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용도로 처리된 연석이나 진입부 경사로의 구조는 경사가 완만해야 하고, 미끄럼 방지 기능을 갖도록 표면을 처리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경사로에는 안전을 위해 가드레일을 설치해야 한다.
김신원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전공 교수,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전문연구위원(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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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이 만들어낸 장애도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흔히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의학적으로 구분하여 평균적인 의학적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장애인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는 신체적, 지능적 차이가 아니라 장애물을 만나면 비장애인은 다소 불편하다고 느끼지만 장애인은 스스로의 힘으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비장애인에게는 장애물이 이용에 불편한 것이지만 장애인에게는 이용이 불가능한 장벽이 된다. 따라서 나는 장애가 사람의 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환경 즉 우리도시나 건축물 속에 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일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람 몸에 있는 의학적인 장애가 아니라 장애를 지닌 사람이 비장애인과 대등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도시 속의 각종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도시속의 장애물 가운데 대표적인 장애물이 가로수와 불규칙한 조경용 화단이다. 도시의 경관을 개선하고 보행자에게 걷는 즐거움을 주기위한 조경이 불편을 넘어 좌절을 겪게 만든다는 것을 대부분의 조경 관계자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실제 최근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청계천은 보행 장애인에게는 장애물 경주장과 같다.
보행자가 차량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행하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보도가 가로수를 위한 화단으로 밖에는 역할을 못하도록 되어있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조경수 사이를 빠져 나갈 수 있겠는가는 불문에 붙이더라도, 만약 맹인이 이 길에 들어서게 되면 장애물의 정글을 지나는 것과 같을 것이고, 장애를 겪지 않는 보행자 조차도 서로 교행을 할 경우에는 차도로 내려서지 않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더욱 가슴 아픈 것은 보도를 차지하고 있는 나무도 보도블록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물의 양으로는 부족하여 조금만 가뭄이 들어도 물을 부어주어야 하고 사진에서와 같이 척박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양제주머니를 인간이 병원에서처럼 달고 서 있는 모습이 사람과 조경수 모두에게 억지를 쓰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장애물의 정글 우리 도시의 보도를 보면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장애물의 집합장이라고 착각할 때가 많다. 도시에 필요한 시설물을 설치할 때 보도가 마치 이들을 위해 마련된 빈 공간으로 판단하고 각종 시설물을 아무렇게나 마음대로 올려다 놓는 곳으로 인식되는 듯 하다. 심지어는 건강한 토양 속에 뿌리박고 있어야할 아파트 단지의 가로수까지도 예외 없이 보도 한가운데 심겨져 있다. 도심에서처럼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매우 당연한 것처럼 옆에 있는 화단을 두고 나무가 보도 가운데로 내려와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나무를 피해 차도로 다니고 안전한 보도위에는 나무들이 버티고 서 있는 지경이 된다.가로수 외에도 차량출입 방지를 위해 어지럽게 설치한 볼-라드(bollard), 지하철 출입구와 급·배기구, 상품진열대, 전봇대, 간판, 쓰레기통, 전기 및 통신 분전함, 가로등, 신호등외에도 각종 가로 구조물 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여기에 불법으로 주차한 차량과 자전거, 오토바이 등까지 뒤엉켜 있는 보도는 보행을 가로막는 장애물정글이지 더 이상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 아닌 경우가 많다.장애물을 없애는 것이 편의시설을 만드는 것보다 우선 이러한 장애물을 만나지 않고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장애물 없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장애물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의 편의시설을 함께 만들어 편의를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동에 장애가 되는 장애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편의 증진이다. 만들어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장애물이 없도록 비워진 보행안전통로가 연속되도록 만들면 이것이 가장 좋은 무장애 도시가 된다.
장애물 존을 만들자 자전거도로가 많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전거가 장애물이 있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도에 장애물이 가장 적은 곳으로 피해 가며 자전거 도로를 이어 간다. 그러다보니 사람은 항상 매끈한 차도와 막힘없는 자전거 도로를 뺀 나머지 도로로 다니게 된다. 대부분은 장애물로 가득 찬 보도를 곡예를 하듯이 장애물을 피해서 다닌다. 비장애인도 다니기에 불가능한 길을 어떻게 장애인이 오늘도 무사하기를 기도하며 다닐 수 있겠는가?왜 가장 보호받아야할 보행자가 가장 위험을 무릅쓰고 다녀야 하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행자에게 안전하게 길을 갈 수 있는 권리를 찾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물을 보도와 차도의 사이에 모아서 설치하는 장애물 영역을 별도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장애물이 무장애 공간을 침범하지 않도록 장애물의 존을 엄격히 지키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나무와 화훼도 이곳을 벋어나지 않도록 심어야 한다. 외곽도로의 도로변 경사면에 있으면 더 건강할 가로수를 더 이상 보도위로 가져와 심어 보도를 장애물 존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강병근 건국대학교 건축대학 교수(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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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란 이름표를 붙이지 않는 도시에서 살고 싶다
장면 1. 관계의 장애인얼마 전, 휠체어를 이용하는 후배와 함께 여의도 국회 앞 빌딩, 지하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간적이 있었다. 한창 퇴근시간이었고 사람들이 붐비는 많은 식당 중에서 30분 넘게 헤맨 끝에 겨우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 조그마한 분식집을 찾을 수 있었다.그런데 식당 아줌마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는 후배를 보자, “휠체어는 여기서 식사할 수 없는데......” 라며 말 끝을 흐렸다. 우리 일행이 들어갈 수 있는 충분한 자리가 있었건만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은 우리가 그 말에 나가 주었으면 하셨다.물론 그 식당 일하시는 분이 장애인이 정말 싫거나 혐오해서 거부한 것은 아닐 것이다.손님이 몰리는 저녁 시간에 좁은 분식집에 덩치 큰 수동휠체어가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곤란하셨거나 식당에 장애인이 있는 것을 보고 식당을 오려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돌리는 일이 발생할까봐 염려하시는 눈치이셨다. 그렇게 우리는 식탁에서 의자만 빼면 된다고 해서 겨우 식사를 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여의도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란 이유로, 그런 장애인과 일행이란 이유로 식당이용을 거부당하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장면 2. 시간과 거리에 관한 장애인의 상대성 이론전동스쿠터를 타고 7호선 온수역에서 강의를 마치고 집이 있는 2호선 홍대입구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대림역에서 환승하려고 했더니 환승 구간에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7호선 대림역 지상으로 올라와 후배들과 10분을 걸어 2호선 대림역에 도착, 개찰구로 갔더니 승강기는 없고 휠체어 리프트만 설치되어 있어서 위험하겠기에 역무원에게 다음 역에 가서 타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한 역무원이 그냥 리프트를 타고 가라고 해서 리프트에 살짝 실었더니 고장, 괜히 역무원에게 핀잔만 듣고 다음 역까지 갔다. 지하철이 끊길 것 같아서 함께 가겠다는 후배들을 억지로 보내고 구로디지털단지역까지 달려 아슬아슬하게 막차를 타고 집에 오니 새벽 1시. 일반적으로 한 시간 걸리는 거리를 두 시간 반 만에 도착하였다.나는 ‘장애’인으로 이 도시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다나는 걷는데 목발을 이용하는 30대의 평범한 서울 시민이다. 보다 먼 거리를 이용하는데 단지 전동 스쿠터를 이용하는 조용한 도시의 소시민이다,그러나 내가 이 서울에서 이동하고 생활하고 사람을 만나면, 대부분 나를 보는 사람들을 나를 이 서울이란 도시에서 힘들게 차별받고 고통 받는 ‘장애’인으로 기억하고 고민하고 배려한다.이 도시를 이루는 여러 가지 것들은 나를 끊임없이 ‘장애’인으로 일깨우고 단지 걷는데 목발을 사용하고 몸을 지탱하는 것에 약간의 지지대가 필요한 김형수란 개인을 단지 사람들에게 ‘장애’인으로 아로 새긴다. 나와 인연을 만들고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도 관계의 ‘장애’인으로 느끼게 만들고 차별받게 하며 그들을 동등한 친구나 선후배, 공적이며 객관적인 사회관계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애틋한 도우미나 봉사자로 만든다.단순한 건축물의 장벽과 구조가 그럴 수도 있고, 입구에만 승강기가 있고 환승역에는 승강기가 없다고 알려주지 조차 않는 일종의 도시 구조가 나와 사람들의 관계를 일그러뜨린다.지하철역무원에게는 손님이 아니라 리프트를 타고 한번쯤 목숨을 걸어도 되는 존재가 되며 항상 시설이 없어 늦었다고 변명해야 하는 불쌍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무인도우리 동네에는 서대문구청에서 운영하는 장애인무료버스와 서울시 공영버스로 운영하는 장애인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와 굴절버스가 모두 지나간다. 그런데 난 이 두 종류의 버스를 아직 단 한 번도 이용해 본적이 없다. 장애인무료버스에 달린 리프트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아찔한 경험이 싫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바쁜 서울을 살아가는 사회인 중에서 30분 넘게 버스를 기다리며 출퇴근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도시에서 직장 생활하는 사람이 절대 아닐 것이다. 아주 가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여 출근시간에 지하철을 타려고 하면 아직도 간간히 들을 수 있는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한마디가 있다. “이렇게 혼잡한데 편하게 집에 있지... 왜 나왔어? ”라며 나를 걱정해 주는 여러 시선들이 그것이다.그렇지만 난 이 도시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경쟁하여 살아남고만 싶은 삼십대 일뿐이다. 나도 가끔은 출퇴근 시간에 정전이 되어 지하철에 갇혀있었던 찜찜한 기분에 공감하며 직장 동료들의 얘깃거리에 동참하고 싶을 뿐이다. 편하지만 외롭고 삭막한 양로원보다는 불편하지만 언제나 왁자지껄한 마을 노인정이 좋다는 어르신들의 마음에 100% 공감이다.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 도시에서 장애인들은 보이지 않는 무인도에서 살아간다. 도시 외곽이나 그린벨트의 장애인 생활시설이라는 무인도에 살고, 도시 변두리에 임대아파트란 블록으로 만든 무인도에 살고, 우리들끼리 교육하면 편하고 좋다는 이유로 특수학교라는 이름의 무인도에 산다. 일천만명이 넘는 사는 이 도시에서 ‘장애’인이란 내 존재에 늘 각성되야 하는 나는 그래서, 서울특별시의 서대문구 연남동의 로빈슨 크루소이다. 도시는 사람들을 모으고 사람들이 요구하고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기능한다는 의미에서 나는 더욱 외롭다.이 도시는 나에게 ‘장애’를 만들고 느끼게 하고 장애인 카드를 만들게 한다. 장애인으로 살아가게 하는 ‘장애’ 도시이다.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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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장애인을 위한 시설 사례
독일은 장애인의 평등한 권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해 왔다. 이는 단지 시설적 측면에서의 노력이 아니라 현재 각종 법에 명시 되어 있어, 이에 의해 점차 발전되어 가고 있는 양상이다.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서 평등함을 주장하는 이러한 법 조항들은 결코 문서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 고스란히 적용되어 장애인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처음에 독일에 유학을 와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독일내 장애인들과 정상인은 그 구분이 없이 그냥 함께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점이었다. 장애인을 힘들게 하는 부분은 자신들을 소홀히 하는 각종 편의 시설 및 제도들이나 혹은 너무 특별한 대접이나 시선 때문에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부분인 것 같다. 그러나 독일의 장애인들은 자신이 장애를 가졌다는 것 외에 어느 하나 정상인과 다르게 대접받고 있지 않은 듯 했다. 오히려 이러한 관심 속 무관심이 결국 장애인들이 원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독일의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한국과 같이 국부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설치되어 있다. 장애인들 중, 특히 휠체어의 경우는 도심지내 어디든 다른이들의 도움 없이 갈 수 있다. 이는 독일에 사는 장애인들이 자가용을 이용하던,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모든 부분에서 해당된다. 필자는 이러한 독일내 장애인을 위한 시스템을 짧으나마 입체적으로 소개하고자 직접 집앞에서부터 직장 및 학교, 쇼핑등의 하루 일과에 필요한 장소들을 답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독일, 특히 하노버시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도시내 어디든 자전거를 타고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사진과 같이 녹지대로 보도와 분리되어 있어 보행자를 보호하도록 했다. 이러한 자전거 전용도로는 장애인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트램이용도 역시 램프를 이용해서 탑승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트램에서 내려서 차도를 건너 시내 구역으로 들어섰다. 횡단 보도는 램프를 이용해 장애인들이 스스로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가로분리대 역시 건널목 구역은 장애인과 자전거 이용자를 위해 평탄화 되어 있다. 시내 전 구역은 보행자 전용도로로 보호되어 있다. 이곳은 자전거를 소지한 사람들도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고, 직접 손으로 끌고 가게 되어 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목적들이 이 보행자 전용도로에 함축되어 있겠지만 장애자를 위한 목적도 포함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시내 중심가내에 위치한 상가 건물 (백화점, 쇼핑센터, 서점 등)의 입구를 살펴봤다. 어느 곳에도 입구에 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실내에도 램프를 두어 장애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 모습이다.혹시나 해서 다른 여러 건물들을 직접 들어가보고 또 입구 부분을 조사해봤다. 모든 건물에서 (심지어 2층짜리 건물까지) 엘리베이터를 볼 수 있었으며, 시내 중심가에 있는 모든 상점들은 입구에 턱이 없이 설계되어 있었다. 또한 입구에 계단이 필요한 건물의 경우 (그림12) 장애인을 위한 리프트 시설이 바로 옆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으며, 이 기계의 작동을 위한 안내자가 항상 대기중이었다.실제로 보행자 구역내에서 장애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장애인들과 이들의 다른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얼굴 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들떠 있지도,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게 그저 정상인과 똑같이 살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독일의 도시는 중앙역을 중심으로 계획된 곳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모든 철로와 도로는 중앙역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유동인구도 도시내에서 가장 많다. 중앙역에는 한국과 다르지 않게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조금 다른점은 그 수가 많았다는 점이고, 역사내의 엘리베이터의 경우엔 티켓자동판매기를 함께 설치해서 공간활용면에서 이점을 지니고 있었다. 한국의 경우, 계단에 설치된 리프트가 많이 있지만 작동은 안되고 또 이를 도와주는 안내인조차 갖추어져있지 않아서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애인 뿐만 아니라 노약자나 유모차,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해서 좀더 폭넓은 이용을 목적으로한 엘리베이터를 갖추는 것이 더 이용상의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중 또 하나의 배려가 바로 대중교통이다. 이 대중교통은 장애인들의 승하차의 편리함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각 교통편 내부에 장애인을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 의자는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의자를 접으면 휠체어를 이곳에 세워둘 수가 있고, 장애인이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의자를 내려서 다른 이용자가 앉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버스의 경우는 뒤쪽 출입구에 램프가 달려있어서 필요한 경우 운전자가 간편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실제로 부탁해봤는데 상당히 빠른 시간내에 간단하게 조작되는 것이 인상적이었으며, 승차 후 바로 장애인석에 위치할 수 있도록 버스 내부가 설계되어 있었다.
독일의 사례라 함은, 사실 독일의 여러 도시들을 답사하여 좋은 사례를 제시함이 옳다. 하지만 학생의 신분으로 여러 제약들로 인해 필자가 살고 있는 하노버지역만 소개하게 된 부분이 아쉽다. 하지만 뭔가 독일의 특별한 장애인 시설을 보여주기 보다는 이러한 도시내 장애인을 위한 유기적인 시스템을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소개해 보았다.독일의 장애인들은 그들의 장애가 단지 신체의 불편함만을 호소할 뿐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일반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일반인과 다르지 않고 대중교통을 무리 없이 항상 이용할 수 있으며, 슈퍼에가서 직접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고를 수 있고, 도서관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2층 혹은 3층 높지 않은 건축물일지라도, 구석구석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의 설치와 편의 시설은 그들도 역시 이 나라의 사회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 주는 사소한의 배려인 것이다.얼마전 독일에서 있었던 워크샵에서 배운 점이 하나 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연구하고 있어도 그것이 법이나 제도적으로 한계를 지어주고 감싸주지 못하면 쓸모없는 연구가 되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앞으로의 한국의 장애인을 위한 시설들도 우리 조경가들의 아이디어로만 치부해버릴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법의 테두리 내에서의 확보를 통해 좀더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여건이 빠른 시일 내에 마련되길 희망한다.
김원현 독일 함부르크 공대 박사과정(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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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 도시의 의미와 특성
최근 무장애 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령인구의 증가와 질 높은 삶에 대한 추구는 성장과 속도중심의 도시보다는 친환경적이고 인간중심적인 도시를 더욱 요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도시의 대안으로 요구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무장애 도시이다. 하지만 무장애 도시가 무엇인지, 무장애 도시의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직 정확하게 정립되지 못한 것이 또한 무장애 도시라는 개념이다. 어떤 사람들은 ‘무장애’라는 용어 때문에 막연히 장애인에게만 필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또 다른 사람들은 무장애라는 용어와 무장벽이라는 용어를 병행하거나 혼돈해서 사용하고 있다. 과연 무장애 도시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왜 무장애 도시를 이야기해야만 하는가?
무장애 운동의 시작과 의미무장애 도시의 태동은 무장애 운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무장애 운동은 무장애 공간 만들기, 무장애 학교 만들기, 무장애 주거환경 만들기 등으로 발전하며, 무장애 도시로까지 나아가고 있다.무장애의 개념은 Barrier Free라는 개념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Barrier Free를 문자 그대로 옮기면 ‘장벽이 없는’ 또는 ‘장애물이 없는’이라는 의미가 된다. 건축환경에서 이 용어는 ‘장애인과 노인등도 이용하거나 접근할 수 있는’(accessible) 이라는 의미로 사용이 된다. 그러나 이것이 사회 환경을 개선하는 운동이라는 관점에서 사용이 될 때는 이 용어는 단순히 물리적 장벽이나 장애물이 없는 것을 가리키지 않는다. 이때의 장벽(Barrier)에는 물리적인 계단이나 이용할 수 없는 화장실 등만을 의미하지 않고 사회적 태도와 문화적 장벽 등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노인 등에 대해 갖게 되는 모든 편견과 거부, 의도적 배제, 제한과 같은 차별을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무장애 운동은 단순히 물리적 장벽의 개선뿐 아니라 사회의 인식이나 차별도 함께 개선해 나가는 운동인 것이다. 현재 이 운동은 일본에서는 “복지마을만들기 운동”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무장애운동” 또는 “무장벽운동”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그렇다면 무장벽운동이 적절한가? 무장애운동이 적절한가? Barrier Free는 무장애로도 또는 무장벽으로도 번역이 가능하다. 다만, 무장애로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무장벽으로 사용할 것인가는 운동의 철학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소 선택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무장벽 운동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Barrier Free의 기본 취지가 사회적 장벽(사회의 태도나 물리적 장벽 등)을 제거하는 데 있으므로 그러한 취지를 살리자는 의도와 동시에 무장애라고 했을 때 우리는 또 다시 장애물의 제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셈이고, 이때 장애물의 “장애”와 장애인의 “장애”는 같은 개념으로 사용이 되어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의미를 가중시킨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반면에 무장애 운동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문제의 초점을 사회적 태도나 물리적 장벽 뿐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 느끼는 삶의 질에 두고 있다. 즉, 단순히 장애물의 제거라는 의미에서의 “무장벽”이 아니라 ‘장벽을 제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장애인이 장애를 느끼지 않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 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닌 환경’이라는 의미로 무장애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만드는 것은 장애인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인 차이에서 오는 여러 가지 요인이 아니라 사회의 태도나 물리적 장벽 그리고 이들로 인한 차별이라는 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른 신체적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사회의 태도나 물리적 장벽으로 인한 차별이 없다면, 장애인은 장애인이 아니라는 인식이 무장애 운동이라는 용어 사용의 출발점인 것이다. 이러한 무장애 운동의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개념과 운동의 변화들이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무장애도시는 바로 무장애 운동을 그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무장애도시의 기본 이념1) 유니버설 디자인 운동무장애운동은 디자인의 개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도시 환경에 대한 디자인이 보편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건축 환경의 디자인에 대한 반성이 일기 시작했다. 기존의 디자인은 젊고 건강하며 절대 다치거나 병에 걸리지도 않는 남성만을 기준으로 한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기준에 벗어나는 여성, 어린이, 노인, 일시적인 부상을 입은 사람들, 장애인 등은 이용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건축 환경이 되어버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편의시설 디자인(Barrier Free Design)이다. 이 디자인은 장애인과 노인 등 신체적인 약자들을 위한 디자인으로서 접근 가능한 디자인(Accessible Design)이라고도 불린다. 편의시설 디자인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건축 환경 디자인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비로소 장애인과 노인 등 신체적 약자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때의 디자인은 철저히 이분법적인 디자인 개념이었다. 즉, 기존의 장애인등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과 편의시설 디자인을 통합한 것이 바로 이 디자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건물의 출입구에 계단을 만들고, 계단 옆에 휠체어 사용자등이 이용할 수 있는 경사로를 만들거나, 남성 화장실과 여성 화장실 사이에 장애인전용화장실을 1곳 만드는 것 등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이 경우 장애인전용화장실은 남성장애인과 여성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어 결국 장애인에게서 성정체성(性正體性) 마저 앗아가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이러한 편의시설 디자인은 기존에 장애인등이 전혀 이용하거나 접근할 수 없었던 건축 환경에 조금이나마 접근과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무장애 운동의 기본이 되는 용어인 Barrier Free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찾을 있지만 현재의 무장애 운동이라는 개념과는 매우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할 수 있다. Barrier Free Design을 무장애 디자인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편의시설 디자인이라고 표현한 것도 바로 이러한 차이점 때문이다. 이러한 편의시설 디자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으며, 또한 여전히 장애인등을 함께 그 건축 환경을 사용하는 구성원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특별한 구성원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은 곧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젊은이와 노인을 구분하지 않는 디자인, 즉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에 대한 요구를 하게 되었다. 바로 그것이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다.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유니버설 디자인운동은 일반 건축 환경 디자인과 편의시설 디자인 등으로 구분하지 말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이용하고 접근할 수 있는 건축 환경과 제품을 디자인하자는 운동이다. 그리고 유니버설 디자인을 통해서 비로소 계단과 경사로를 각각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계단이 처음부터 없는 평면의 출입구를 디자인하게 되었으며, 장애인전용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화장실 내에 남성장애인용화장실을 설치하고 여성화장실내에 여성장애인용화장실을 설치하게 되었다. 물론 이때의 장애인용화장실은 장애인전용이 아니라 유아를 동반한 부모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편의시설 디자인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으로의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전용에서 겸용으로의 변화가 아니라 장애인 등 사회의 소수 계층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즉, 장애인 등 소수계층이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되고 받아들여졌음을 의미하며, 불리한 의미에서의 특별대우가 아니라 질적인 의미에서의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물리적 장벽과 함께 사회적 태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장애 운동은 유니버설 디자인 운동과 함께 비로소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다.
2) 배려에서 의무로무장애 운동은 기존의 우리 사회의 구성원 및 사용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은 다수가 주류(mainstream)이며, 힘 있는 사람이 주류이고 이러한 주류 계층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디자인 되고 계획되었다. 그리고 장애인, 노인 등 소외계층이나 비주류 계층에 대해서는 배려라는 차원에서 디자인과 설계에 약간의 반영을 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인권 운동이 활발해지고, 사회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장애인등 소외 계층이나 비주류 계층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진 자, 힘 있는 자로서의 배려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로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장애인이나 노인이 접근하고 이용하기 쉬운 건축 환경이나 도시환경의 계획과 디자인은 이제 장애인등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사회의 의무이며, 같은 사회구성원에 대한 당연한 도리인 것이다. 무장애도시 운동은 바로 이러한 배려에서 의무로 전환하는 운동이며, 장애인등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운동이다.
3) 설치의 개념에서 제거의 개념으로최근에 대두되는 무장애운동의 방향은 설치에서 제거로의 운동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무장애 운동이 편의시설 등 시설물의 설치와 접근할 수 있는 건축 환경의 조성 중심이었다면, 최근의 무장애 운동은 장벽들을 제거해 나간다는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유니버설 디자인운동과는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즉, 기존의 편의시설 디자인 운동이 경사로를 설치하는 운동이었다면, 유니버설 디자인은 불필요한 계단을 제거하는 운동이며, 최근의 무장애 운동 역시 이러한 불필요한 시설들을 제거함으로써 그 공간 안에서는 어느 구성원이든 장애를 느끼지 않고 생활하며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배융호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정책실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