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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디자인의 발견] 디자인 개념으로 식물 이해하기(4) 식물, 질감으로 이해하기
  • 에코스케이프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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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고운 질감으로 구성된 정원 연출법: 
주목을 토피어리로 만들어 조형적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식물의 잎과 꽃의 크기가 작고 촘촘한 가늘고 고운 질감으로 통일했다. 때문에 편안하면서도 안정적인 정원의 느낌이 강해진다.

 

질감의 이해

식물 디자인에 있어 질감은 식물이 지니고 있는 잎, 꽃, 줄기의 크기에 의해 구별이 된다. 이 크기가 크다면 ‘거칠다’, ‘성글다’의 질감을 갖게 되고, 반대로 작다면 ‘가늘다’ 혹은 ‘곱다’의 질감을 느끼게 된다. 잎 혹은 꽃의 크기에 의해 이렇게 질감이 달라지는 것은 빛과 그림자의 현상 때문이다. 즉 크고 특징적인 잎을 지닌 식물은 그만큼 어둠도 굵직하게 갖는다. 바로 이 굵직하게 듬성듬성 드리우는 그림자가 전체적인 식물의 느낌을 거칠게 보여주는 셈이다. 반대로 질감이 고운 식물은 잎과 꽃이 작고 한들거리기 때문에 여기에 비쳐지는 어둠도 커다란 덩어리가 아니라 작은 점과 같은 느낌으로 남게 된다. 결론적으로 좀 더 쉽게 이 질감을 설명하자면 옷감을 고를 때 우리는 비단이나 면직물과 같은 질감에 대해서는 ‘결이 곱다’라고 하고 마직물의 경우는 ‘결이 성글다’라고 하는데 바로 이 차이를 식물의 질감을 결정하는 데도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1) 가늘고 고운 질감

식물의 잎, 꽃의 크기가 작고 촘촘하다. 이 그룹에 속하는 식물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① 갈대류의 식물: 길고 가는 형태의 잎을 지니고 있다. 사초과Cyperaceae에 속하는 식물들로 대표적으로는 갈대, 억새, 수크령, 잔디가 있다.

② 작고 촘촘한 꽃을 피우는 작은 관목식물: 에리카Erica, 코포르시Corporsima, 제니시타Genista, 시티수스Cytisus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③ 상록침엽수: 주목, 향나무, 전나무, 소나무와 같이 뾰족하면서도 가는 상록의 잎을 지닌 식물군을 말한다.

④ 한들거리는 잎을 지닌 낙엽수: 자작나무, 포플러, 단풍나무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렇다면 이 가늘고 고운 질감을 지닌 식물군을 이용한 디자인적 활용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정서적으로는 고요함, 평온함, 고급스러움, 가벼움, 부드러움 등을 느끼게 한다.


디자인적으로는 트인 공간보다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효과가 극대화되는데 이것은 마치 방 안에 잔잔한 식물 문양의 벽지를 바른 효과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가까이에서 관찰하기보다는 멀리서 하나의 덩어리로 식물 전체를 느끼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디자인의 형태로는 담장의 느낌으로 만들어지는 ‘산울타리’를 꼽을 수 있다.


유럽의 정원에서는 이 가늘고 고운 질감을 이용한 정형화된 화단 구성의 사례가 아주 많다. 가장 흔한 예로 회양목, 주목 등을 이용해 패턴이나 형태를 잡는 데 패턴과 문양의 정원 형태인 17세기 바로크의 ‘파르테르Parterre’ 화단이 대표적이다.잔디밭은 잔디라는 곱고 가는 질감이 수평으로 펼쳐진 것으로 돋보이는 주인공의 역할이 아니라 채우지만 공간을 비워내는 배경의 역할을 한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가늘고 고운 질감’의 식물 연출은 그 자체가 눈길을 잡아끄는 디자인적 효과가 크지않다. 대신 마치 정물화의 배경과 같은 역할을 하기때문에 정원 안에서 눈길을 끌어 도드라지는 요소들을 때로는 순화시키고, 때로는 더욱 극대화시켜주는 조연 역할을 한다. 좋은 극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혼자서는 극의 완성을 가져올 수 없다. 주인공을 받쳐주는 좋은 조연이 있어야만 극의 완성도가 살아나듯이 가늘고 고운 질감의 연출은 배경 즉 조연의 역할로서 매우 중요한 식물 디자인의 요소가 된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위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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