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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기법] 그늘정원 조성 기법(1) 그늘정원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
  • 에코스케이프 201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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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세빌 가든(Savill Garden)의 그늘정원

 

빛이 차단된 부분을 그늘이라고 한다. 그늘은 무더운 여름철 뜨거운 햇볕을 막아 사람들에게 편안히 쉴 수 있는 안식처를 마련해 준다. 한편으로는 다소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고 말할 때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음습하고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공간으로 인식된다.

  

정원에서도 그늘은 다소 매력 없는 공간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그늘에서는 색감이 좋은 화려한 꽃을 심기가 어렵다거나, 식물이 웃자라 형태가 망가진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늘정원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부족한 탓일지도 모른다.

  

자연의 숲을 떠올려보자. 숲은 대표적인 그늘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크기가 다른 잎들이 겹겹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뜨거웠던 햇볕은 잎과 잎 사이를 지나면서 순해지고 바람은 부드럽게 불어 숲을 거니는 사람들을 어우른다. 숲은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 아늑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숲 바닥은 어떠한가. 바스락거리는 낙엽들 사이로 얼굴을 내민 숲의 식물들로 무수하다. 보드라운 질감의 잎을 펼치고 크고 작은 꽃들이 저마다 제각각의 매력을 뽐내며 숲을 장식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하고 맑은 색감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할 것이다.

  

도시 정원에서도 얼마든지 자연의 숲속 그늘과 같은 정원을 만들 수 있다. 그늘과 그늘식물을 잘 활용하면 자연의 숲이 주는 안락함과 고즈넉함을 정원에서도 느낄 수 있다. , 이를 위해서는 숲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하고, 그늘정원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도 요구된다.

  

잘 만들어진 그늘정원은 도시 공간 속에서 음습하게 여겨졌던 구석진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줄 것이다. 또 바쁜 일상 가운데 새소리,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의 여유를 줄 것이다.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숲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사색과 인식이 시작될 것이다. 정원이 주는 기쁨은 결국 자연에 대한 이해와 그 이해를 바탕으로 겸허해지는 마음이니 그늘정원을 통해 그 기쁨을 만끽하면 좋겠다.

 


김봉찬은 1965년 태어나,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 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 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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