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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사이동은 아웃?
  • 에코스케이프 2016년 02월

인사이동 철이다. 공공기관은 인사이동이 대부분 끝났고 민간은 3월 전까지 계속된다.

최근 출입처 몇 곳의 관계자들이 자리를 옮겼다. 경의선숲길 조성 및 운영 등을 담당했던 공무원도 자리를 옮겼다. 공원이 공사 중일 때부터 알게 된 그는 준공 이후 공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행위와 사건 사고들을 전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온 사람이다. 덕분에 기자도 더 관심을 갖고 취재를 지속할 수 있었다.

 

경의선숲길 내에 위치한 부지 철수 건으로 마포구와 마찰을 빚고 있는 늘장과 시민사회 단체들을 취재하는 과정에 경의선숲길을 ‘시민이 운영하는 공원의 모델’로 만들려 한 푸른도시국 담당자와도 인터뷰를 진행하려 했으나 인사이동 탓에 그러지 못했다.

 

마포구 지역경제과에서 늘장 관련 사무를 담당했던 공무원과도 통화를 시도했다. 이곳 역시 담당자가 바뀌어 인수인계 받으면서 들은 내용, 서류에 기재된 내용에 기반한 ‘제3자’적인 입장만을 전해 들었다. 시민사회가 공동 대응할 움직임까지 보임에도 구는 이에 대한 대응은커녕 분위기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LH가 응모한 사업이 우수사례 공모에 당선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취재차 LH 관계자를 통해 담당자를 찾았으나 인사이동으로 어느 부서에서 했었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는 답변을 받았다. 서울시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몇 년간 남산복원 업무를 수행하다 얼마 뒤 어린이놀이터 관련 업무를 수행하게 됐는데, 또 얼마 뒤 다른 부서로 옮겼다. 얼마 전 새로운 곳에서 다시 업무를 익히고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 불과 2년간의 일이다. 또 1년 전 푸른도시국에서 일하게 됐다며 얼굴을 익힌 공무원은 이번 인사이동 철에 다른 국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그 사업하면 그 사람으로 1:1 매칭이 되는 공무원이 있다. 물론 아닌 경우도 많지만 가끔 그 사업을 위해 태어난 듯 사명감을 가지고 일에 매진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그런데 몇 년 간 한 사업에 전력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증발되듯 사라지는 일이 허다하다 .

 

새로운 담당공무원이 그간의 전후사정을 서류를 통해 전달받고 익히는 동안에도 관련 현장은 빠르게 돌아간다. 행정이나 시민이나 물어물어 일을 처리하고, 새로 온 사람이 기존 사안의 전문가가 아니니 이중삼중으로 자료와 정보를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 와전되는 것, 잘못 전달되는 일이 발생해 수정을 거치고 길을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아닌,서류를 통해 익힌 사람이 본인이 주도하지도 않은 사업에 얼마나 열의를 가질지도 미지수다. 결국 사업의 성과와 품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실제 이슈가 될 만한 것도 인사이동 이후 흐지부지 되는 일이 적지 않다.

 

공무원 개인으로서도 기존에 하던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간 쌓아온 관계, 역량, 사업에 대한 인지도, 관련 지식들이 쓸모없게 돼 버린다. 인사이동 이후 얼마나 힘을 쏟아 부었든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관과 시민이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일을 해왔는데 갑자기 새로운 사람이 와서“○○○에서 ○○업무를 담당할 ○○○”라고 소개하면 시민 입장에선 관계를 다시 맺어야 하는 피곤한 일이다. 결국 누가 오든 관으로서 볼 수밖에 없고 행정과 시민의 거리는 멀어진다. 관으로서도 손해다. 인사이동 이후 기존 관계자는 사업에서 완전히 아웃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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