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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디자인의 발견] Case Study: 크리스토퍼 로이드 굵고 촘촘한 재배식물의 화단디자인
  • 에코스케이프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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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로이드는 진화된 혼합화단 디자인을 연출했다.
그는 교목, 관목과 함께 다양한 초본식물, 그리고 1년생 식물을 이용한 베딩 화단 기법까지의 복합적인 구성으로 그레이트 딕스터 정원을 한순간도 허전하지 않은 ‘원예의 정원’으로 만들었다.

 

 

전문 정원사로서의 삶을 산 크리스토퍼 로이드 

크리스토퍼 로이드Christopher Lloyd(1921~2006, 영국, 정원사, 저술가)는 그레이트 딕스터Great Dixter의 주인이기도 하지만 평생 동안 그곳에서 정원사로 일하는 것을 직업으로 여기며 살아온 사람이기도 하다. 크리스토퍼가 정원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그가 태어난 집 그레이트 딕스터와 깊은 연관이 있다. 그의 아버지 나다니엘 로이드는 아트 앤드 크래프트 운동의 포스터 디자이너였는데 그는 1910년, 이미 16세기에 지어진 아주 오래된 집과 정원인 그레이트 딕스터를 구입했다. 그리고 그는 당시 아트 앤 크래프트 

문화 운동을 함께 하던 건축가 에드윈 루티엔Edwin Lutyens(1869~1944, 영국, 아트 앤 크래프트 건축가)에게 이 집의 개조를 맡긴다. 이때 에드윈은 건축뿐만 아니라 정원의 구성에도 관여를 했고, 이때 정원 윤곽은 큰 변형 없이 지금껏 이어져 오고 있다. 

사실 크리스토퍼가 정원 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다섯 살 무렵부터로 그의 어머니 데이지를 따라다니면서 였다. 데이지는 가든 디자이너인 거투르드 지킬Gertrude Jekyll(1843~1932, 영국, 가든 디자이너)과 친구로, 식물 구성법과 식물 관리의 노하우를 그녀로부터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크리스토퍼와 거트루드 지킬이 실질적으로 만난 것은 몇 번 되지 않고 크리스토퍼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직접적인 배움을 받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가 어머니를 통해 거트루드 지킬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은 틀림없다.


거트루드 지킬의 영향과 크리스토퍼 로이드의 독창성 

크리스토퍼의 식물 디자인은 거트루드 지킬이 보여줬던 색, 형태, 질감의 연출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초본식물을 이용한 화려한 화단의 연출, 식물을 낱개로 쓰지 않고 묶어서 사용하되 이웃해 있는 식물군과의 색상과 형태를 맞추는 연출 등은 거트루드의 재현을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크리스토퍼는 독자적인 자신만의 식물 연출법을 시도한다. 거트루드 지킬과 크리스토퍼 로이드의 가장 차별되는 특징은 이른바 ‘베딩Bedding’이라고 불리는 영국식 화단 조성법을 다시 도입해 자신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부분이다. 거트루드 지킬은 베딩을 지나치게 화려함만을 강조한 낭비적인 화단 연출법이라는 이유로 배격하기도 했다. 


식물 디자인에 있어 크리스토퍼의 가장 중요한 철학 사상은 ‘끊임없이 아름다운 화단’의 연출이다. 그는 화단이 한 계절만 아름답고 나머지는 심심하게 비는 구성을 기피했다. 그가 그레이트 딕스터에 만든 길쭉한 화단, 롱 보더Long border(길이 63m, 폭 1.5m의 화단)는 3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한 달 간격으로 색이 달라지는 놀라운 광경을 연출한다. 이런 연출이 가능한 이유는 매우 촘촘한 식물의 구성과 이미 진 식물을 다른 식물로 교체해 주는 정원 기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기법은 피에트 우돌프를 주축으로 많이 시도되고 있는 ‘자생종을 이용한 화단’ 구성과 완전히 다른 기법이다. 그의 화단에서는 자생종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원예 재배종, 외래종을 써서 꽃의 색상을 좀 더 선명하고 화려하게 표현하고 다년생 외에도 한시적이지만 화려한 꽃을 피우는 1년생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로이드의 차별화된 식물 연출법 

크리스토퍼 로이드의 식물 구성법은 ‘끊임없는 풍성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식물을 구성하는 데 있어 몇 가지 원칙을 고수했다. 


1) 촘촘하고 풍성하게 Bold & Solid: 그는 식물의 잎과 꽃 모두 선명한 색과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을 선호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그는 자생종보다는 사람에 의해 변화되고 진화된 재배종을 정원에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왜냐하면 이런 재배종은 좀 더 진한 색상과 다양한 형태, 좀 더 오랫동안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개발됐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열대 지방의 식물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외래식물까지도 식물의 형태와 색에 따라 적극적으로 활용해 말 그대로 정원 전체가 풍만한 색과 형태로 연출되도록 디자인했다. 


2) 혼합화단 Mixed border: 크리스토퍼의 화단은 초본 

식물만이 아니라 교목, 관목 등이 함께 어우러진 화단으로 구성됐다. 이 혼합화단은 거트루드 지킬에 의해 제안된 것이지만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좀 더 진화된 형태로 구체적인 나무의 선정 방법에 이르기까지 좀 더 진화된 혼합 화단을 제안했다. 


3) 베딩의 활용 Bedding: 화려한 꽃을 피우는 1년생 식물을 이용한 베딩을 적극적으로 화단 구성에 활용했다. 크리스토퍼는 다년생 초본식물이 지니고 있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꽃을 피워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 베딩의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베딩 설명 참고). 


4) 원예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화단 구성: 크리스 토퍼 로이드는 원예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자연 상태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좀 더 아름다운 색상과 형태로 새롭게 탄생한 식물의 재배종을 활용해 자연스러움과는 다른 정원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췄다.


크리스토퍼에 의해 재탄생한 영국식 전통 화단 구성법 ‘베딩’ 

크리스토퍼와 거트루드 지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베딩 화단 구성법’의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19세기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노동력이 많이 들고 식물의 소비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사라지고 있는 이 베딩 화단을 다시 살려낸 장본인이다. 그는 이 영국식 전통을 버리지 않고 가져오는 대신 여러 가지 면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을 연구했다. 

그가 개발한 방법은 흔히 ‘비정형 베딩Informal bedding’이라고도 하는데 전통적인 베딩이 식물을 이용해 기하학적 문양이나 패턴을 만들어 냈다면,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문양이나 틀을 만들지 않고 자연스러운 형태로 식물을 심었다. 

하지만 그의 베딩은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변화된 형태로 1년생 식물과 다년생 식물을 함께 심었다. 이 1년생 식물들은 다년생이 꽃을 피우기 전까지 빈자리를 채워 주는 역할을 대신하면서 화단 전체를 화려한 색감으로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전통적인 베딩이 일괄적인 색 채우기 식의 구성이었다면 크리스토퍼의 방식은 다양한 색상을 섞어 이웃해 있는 다년생과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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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딕스터의 롱 보더. 길이 63m, 폭 1.5m의 길쭉한 화단으로
크리스토퍼 로이드의 식물 디자인의 진수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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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생 식물을 무리지어 피어오르게 하는 베딩 화단 연출기법. 
봄철의 대표적인 베딩 식물로 ‘꽃양귀비’가 있다.크리스토퍼 로이드는 해를 거듭해서 나오는 다년생만으로 채우지 않고
일시적이지만강렬한 효과를 내는 1년생 베딩 식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원에 강한 색채를 부여하는
연출을 하곤 했다. 물론 1년생 식물은 꽃이 지고 난 후에는 뽑아내고 이 자리에 다른 식물을 심어 준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위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박사 과정 중에 있다가든 디자인의 발견정원의 발견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현재 신문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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