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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정원 살인 사건
무슨 내용인지 통 모르겠다.”영화를 본 사람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영화는 워낙 어렵고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영국식 정원 살인 사건”도 예외는 아니다. 이 흥미 있는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은 중요한 단서를 놓치고 영화를 보았기 때문이다. 내용이 쉽게 들어오지 않는 영화는 내용을 좀 알고 보는 게 나을 수 있다. 무엇을 유심히 볼 것인가를 모르면 영화 중반이 지난 뒤에서 야중요한 단서들을 모두 놓치면서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줄거리,..다 알고 보자: 18세기 영국의 귀족들. 그들이 부를 과시하기 위해 꾸며 놓은 집과 넓은 정원이 이 영화의 무대다. 귀족인 허버트 부인은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정원의 그림을 선물하겠다며 당시 명망있는 풍경화가인 네빌과 계약을 맺는다. 자기 남편이 보름간 집을 비운 동안 남편의 영지 열 두장을 그려줄 것과“(네빌이 원하면) 언제든 사적으로 만나 원하는 모든 것에 응한다”는 매우 특이한 계약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이 집에는 허버트 부인, 허버트 백작, 그들의 딸인 탈만 부인, 그리고 사위인 독일 귀족 탈만이 살고 있으며, 이들에겐 재산 상속을 둘러싼 미묘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허버트 백작은 여자에게 재산을 상속하는데 관심이 없었으며, 사위 탈만은 자신의 아들에게 재산이 상속될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정작아들이 없었다. 그림을 그릴 12군데의 장소를 정한 네빌은 그림을 그릴 장소를 시간대별로 정해 놓고 그 시간대에는 항상 똑같은 풍경을 유지해 줄 것을 요구하는데, 굴뚝을 때서 연기가 날아오는 일이 있어도 안되고, 빨래를 일정한 모습으로 널어 놓을 것을세탁부에 요구하는 등 장소에 대한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하였다. 그리고 계약에 의해 허버트 부인과 사적으로 만나 성관계를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동일하게 풍경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전날에 보지 못했던 찢어진 티셔츠가 나무에 걸려있기도 했고, 허버트 백작의 이층 창문에 사다리가 놓여 있기도 했고, 주인 없는 장화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네빌은 있는 그대로 그림을 그릴 뿐이라며, 이들을 모두 그림에 담았다. 그러던 어느날 탈만 부인이 네빌에게 다가와 티셔츠나 장화같은 것이 꼭 그림에 담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추궁하고, 그림속에 살인과 관련된 각종 암시가 들어 있다며, 다음 그림에는“벌거벗은 사람이라도 그릴 작정”이냐고 묻는다. 그리고는 네빌을 보호해 주겠다는 약속을 전제로“내(탈만 부인)가 요구하면 언제든 사적으로 만나 원하는 모든 것에 응해달라” 는새로운 계약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탈만부인과도 성관계를 가진 네빌은 방에서 쫓겨나 집 앞을 서성이는 개의 모습을 그림에 담아 탈만 부인의 부정을 암시했다는 의혹도 사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정원에서 허버트 백작이 시체로 발견되고, 네빌은 계약이 완료되어 영지를 떠나게 된다. 공교롭게도 시체가 발견된 장소는 네빌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물색했다가 거부 당했던 장소였다. 네빌은 이 열세번째 장소를 마저 그리기 위해 다시 돌아오고, 허버트 부인과 탈만 부인이 이 영지를 상속받을 아들을 얻기 위해 자신을 이용했음을 듣게 된다. 탈만은 아들을 낳을 생식 능력이 없었다. 늦은 저녁, 허버트 백작의 시체가 발견되었던 기마상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네빌에게 가면을 쓴 탈만과 귀족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네빌은 옷이 벌거벗겨지고 불로 눈이 그을리는 능욕을 당한채 살해당한다. 그가 그린 열세장의 그림은 불에 태워져 살인과 부정의 증거도 함께 사라진다. 하지만 동상으로만 보였던 기마상위의 사람이 움직이고, 살인사건의목격자를남겨둔채영화는끝이난다. -어려운 영화? : 어려운 영화를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적당히 애매한 영화를 본 뒤에는 할말이 많아지고 궁금한게 많아지는 특징이 있다. “허버트 백작은 누가 죽인거야?”“결국 다 같이 죽인거 아냐?”“탈만과 탈만 부인은 공모하지 않은 것 같지?”“네빌은 살인 사건을 미리 짐작하고 그 증거들을 그림에 담은건가?”“네빌이 기마상에서 사람을 빼고 그린 건 그게 진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동상 흉내를 내던 그 정신병자가 일부러 허버트 백작이 살해 당한 증거들을 네빌이 그림을 그리는 장소마다 흘려놓은건 아닐까?”저마다 주의 집중했던 대사를 끌어내며 흥미 있는 논란을 만들어 낸다. 마음 대로 생각해도 좋다. 수천 수만의 시선들이 존재하길 바라는것 이 이영화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쉽게 보기: 그나마 이 영화는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이 만든 비교적 쉬운 영화에 속한다는 평이다. 그리고 우리는 줄거리도 앞에서 비교적 상세히 살펴보았다. 무엇보다“영국식 정원” 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조경인에게 친숙하다. 격자로 나누어진 프레임을 통해 영국식 정원이 계산된 구도안에서 보여진다. 대략 알고 보면 너무 쉬운 영화임을 보장한다. 영화마을같은 비교적 규모있는 체인점을 찾아가서“영국식 정원 살인 사건”을 찾으면 진열대 한구석에서 오랜 손때가 묻은 듯한 테잎하나 던져 줄 것이다. 예전에 한 번보고 이해하는데 실패했던 분이라면 더 권하고 싶다 ※ 키워드: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 ※ 페이지;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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