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식재기법] 고산식물을 위한 암석원 조성 기법(2) 지형계획과 조형
  • 에코스케이프 2014년 Winter

 

KBC01.jpg
암석원 조성 단면. 
경사면을 그대로 활용하고, 동선은 가급적 평지나 지형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성한다.

 

 

모든 정원은 정밀한 계획과 설계를 바탕으로 조성된다. 암석원도 조성 목적에 따라 위치와 규모가 결정되고, 규모가 큰 암석원의 경우에는 소주제가 정해져 주제원이 계획되기도 한다. 정확한 설계를 위해서는 사전에 현장 조사를 실시하여 주변 경관, 미환경, 토양 등을 분석하고, 특히 고산식물의 생육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토양 배수성, 통기성, 유기물 함량 등을 세밀하게 조사하여 설계에 반영한다. 부지 내에 활용이 가능한 지형이나 기존 암반지대 등도 확인해 두었다가 이용하면 좋다. 실시설계를 할 때에는 설계자의 의도가 충분히 살아날 수 있도록 가급적 자세하게 표현해야 한다.


암석원에 사용되는 소재들의 규격이 일률적이지 않아 도면으로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지만, 가급적 통일된 규칙을 만들어 시공이 용이하도록 도면화 하는 것이 좋다. 단면도, 상세도 등도 세부적으로 작성하고 도면으로 표기하기 어려운 것은 특별 시방서를 통해 부연 설명하거나 관련된 이미지 등을 첨부한다.


암석원의 경우 조성 면적에 비해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국내에서는 관련 자료나 시공 사례가 부족하므로 국내외 다양한 사례들을 충분히 숙지한 후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형 계획과 조형

암석원은 고산지대의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자연형 암석원을 기본으로 한다. 최근에는 정원양식의 발달로 다양한 형태와 기법의 암석원들이 소개되고 있으나 여기서는 자연형 암석원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1. 지형

암석원에서 지형 조형은 전체 부지의 골격을 만드는 작업으로 매우 중요하다. 지형을 계획할 때에는 조성지의 현황을 잘 파악하여 그 특성에 맞게 설계한다. 현황 파악을 위해 계획 부지를 조사할 땐 측량을 통해 현황 레벨을 측정하고 계류, 연못, 골짜기, 언덕, 주요 시설물의 위치와 규모 등을 확인 해야 한다. 기존 지형이나 암반 지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였을 경우 비용 절감 등의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존 지형이 급경사면일 경우에는 이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무리한 성·절토 계획은 피하고 가급적 현장성을 살려서 시행한다. 동선(산책로)은 지형의 변화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위치와 방향을 잡고, 그 후에 계류의 위치와 방향을 구상하는 것이 적절하다.


반면 평지나 비교적 완만한 경사면일 경우에는 다양한 지형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기존 지형을 활용하되 설계자의 의중에 따라 다채로운 지형 꾸미기가 가능한 것이다. 다만 언덕과 골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지나치게 오밀조밀한 지형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므로 주의한다. 지형을 구상할 때에는 전체 부지의 크기와 사람의 눈높이를 고려한 휴먼스케일로 계획한다.


적절한 규모의 언덕과 골은 암석원을 대단히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언덕을 통해 공간을 나누고 변화감을 유도하며,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없는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골은 공간에 깊이를 더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며, 그 규모가 클수록 내부는 바람의 영향이 적어 공중 습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더욱 다양한 종류의 암석 식물을 도입하여 전시할 수 있다. 지형 조형 시 부지 내 표토(약 20cm)는 따로 모아 두었다가 식재용토로 활용한다. 조형을 위해 필요한 흙은 기본적으로 연못이나 골 등 절토가 필요한 곳의 흙을 이용하고, 부족할 경우 가급적 배수가 원활한 마사 등을 구입해 사용한다.

지형을 조형한 이후에는 암거 작업이나 조경석 배치로 인해 조형한 지형이 일부 훼손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부지 전반적으로 기본적인 지형 조형이 먼저 이루어지고 난 후 이를 기준으로 연못과 계류 조성 등의 후속 공정을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조형이 이루어지면 완공된 암석원의 모습을 미리 연상해 볼 수 있어서 설계상 미진했던 부분을 발견하고 보완할 수도 있다. 참고로 지형이 높은 지역에는 내건성이 좋은 일반적인 암석 식물 위주로 전시하고, 지형이 낮은 지역에는 풀산딸나무, 복주머니란초, 앵초류, 양치식물 등 고산의 특수한 반음지 식물을 전시한다.

 

 

김봉찬은 1965년 태어나,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 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 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

월간 에코스케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