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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 넘어온다. 마이 볼!
  • 에코스케이프 2016년 03월

약수터배 배드민턴 복식 대회를 보면, 한 번씩 연출되는 장면이 있다. 가끔 동네 아저씨 족구 경기에서도 목격되는 장면이다. 상대 진영에서 네트를 넘어 공은 날아오는데, 아무도 공을 쳐 낼 생각은 않고 가만히 바라보다 어이없이 실점하는 경우다. 그런 공은 주로 선수와 선수 사이에 떨어진다. 누가 이 공을 쳐 냈어야 하는지 애매한 위치다. 자기 잘못이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애매하니까.” 그냥 다음에 잘하자며 눈웃음 한 번주고받으면 그만이다. 이런 실수를 하고 나면 나름 작전을 짜기 시작한다. 어느 구역으로 오는 공은 누가 치고, 어려운 공은 누가 받아 낸다든가 하는 것이다. 애매한 것을 줄여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조경학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등록을 마친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마이 볼”을 외치고 있다. 그간 조경학회와 발전재단, 조경사회 간 역할이 명확치 않았다며,이제부터는 학회가 조경계를 리드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지난해 건설기술자 조경직무 자격 범위에 산림, 원예 등의 기술자들이 대거 포함돼 조경계가 분노로 들끓었을 때, 재단과 사회에서는 학회가 나서라고 했고, 학회는 왜 일방적으로 떠넘기냐며 반발했다. 위기를 맞고 보니 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교통 정리가 안 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대해 학회 차기 회장 후보들도 의견이 갈렸다. 한 후보는 “당시에는 재단이 법이나 제도적인 문제를 다루는 조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다른 후보는“학회가 리드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조경계 원로들이나 역대 단체장들의 생각도 서로 달랐다. “재단을 만들었을 때 조경계를 대표해 법과 정책을 챙기고자 했다”는 주장과 “재단은 그런 일을 하는 조직이 아니다”는 주장이다.

 

과거 굵직한 조경계 현안들은 조경학회와 조경사회가 함께 나서서 해결해 왔다.그러나 재단이 만들어지면서 조경계를 대표하는 연합체 성격의 조직이 생겼다는 믿음이 있었다. 물론 착각일 수 있다. “애매하니까.”

그럼 학회, 사회, 재단 사이에 다시 작전을 짜면 된다. 위상이란 상대적인 것이고, 역할이란 나누기 나름이다. 국가도시공원법을 재단에서 챙긴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고, 학회가 서명을 받는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누구든 분야를 위해 나서주면 기꺼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선거는 희망을 품게 한다. 이번 학회 선거는 학회, 사회, 그리고 재단 사이에 있었던 그간의 역할 공방을 극복하고, 누구든 조경계의 위기에 발벗고 나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품고 있다.

 

“공 좀 못 차면 어떤가요. 마이 볼을 외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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