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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 일본의 명원15 에도 시대 초기의 정원(5)
  • 에코스케이프 201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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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래봉에서 바라본 남호를 중심으로 하는 정원의 전경, 자운산을 배경으로 중심에 국월정, 우측에 유춘정, 못 좌측으로 천녀도, 못 가운데 암도인 선기, 다리 앞쪽의 두견서, 반교인 언월교가 있다. ⓒ홍광표

 


리쓰린고헨 정원

리쓰린고헨栗林公園의 연원은 무로마치室町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이 정원의 남서쪽 모퉁이에 소보타小普陀라고 불리는 석조가 있는 곳은 무로마치 시대에 보타락사普陀樂寺가 있었던 곳이거나, 시고쿠四國의 관령管領이었던 호소카와 요리유키細川頼之(1329~1392)의 저택이 있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西桂, 2005).


지역 호족인 사토 도에키佐藤道益는 16세기 후반인 겐키元亀(1570~1573)·덴쇼天正(1573~1592) 연간에 무로마치 시대의 유지가 남아있던 이곳에 지천 정원을 만들었으며, 간네이寬永 연간(1625년경)에는 당시 사누키讃岐1국의 영주였던 이코마 다카토시生駒高俊(1611~1659)2가 현재 북호北湖 주변에 있던 율림장栗林莊을 정비·개조하여 사용하면서 남호南湖 일대를 정원으로 조성하게 된다. 이러한 정원들은 리쓰린고헨의 원형이기는 하나, 본격적인 리쓰린고헨의 조성은 다카마쓰 번을 11대 228년간 다스렸던 마쓰다이라松平 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관영 19년(1642)에 다카토시의 전봉転封3에 따라 다카마쓰高松 번의 초대 번주가 된 마쓰다이라 요리시게松平頼重는 율림장을 자주 방문하여 정원을 조성하기 시작한다. 요리시게의 부친 요리후사松平頼房는 고이시카와 고라쿠엔小石川 後樂園을 작정한 인물이다. 그는 유년 시절에 교토의 텐류지天龍寺에서 자랐다고 알려져 있는데(西桂,2005), 텐류지는 무소 소세키가 작정한 무로마치 시대의 정원이 있는 명찰이다. 요리시게는 부친으로부터 이어받은 피와 어린 시절에 자주 접한 정원의 영향으로 인하여 정원 조성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을 것이다. 이러한 그의 노력으로 인해서 리쓰린고헨의 정원은 일본의 명원으로서의 기초를 다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원은 요리시게 이후 약 100년에 걸쳐서 조성되었으며, 엔쿄延享 2년(1745)에 5대 번주 요리다카頼恭 대에 이르러 원내 60경景에 대한 작정이 마무리된다. 요리다카대에 완성된 정원은 대를 이어가며 역대 번주들에 의해서 수축修築이 거듭된다. 이러한 정원의 개조와 정비는 실업 구제 사업으로 활용하였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진목과 괴석을 높은 값을 주고 사서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이러한 구제 사업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가 있었다. 리쓰린고헨에 기암괴석이 많은 것은 바로 이러한 구제 사업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정원은 메이지유신明治維新에 이르기까지 마쓰다이라松平 가의 별저인 하옥부下屋敷(야시키)의 정원으로 명맥을 유지하였다.


리쓰린고헨은 메이지明治 4년(1871) 다카마쓰 번을 폐廃하면서 신정부의 소유가 되었으며, 명치 6년 1월 공포된 ‘공원에 관한 태정관포고太政官布告’에 의해 메이지 8년(1875) 3월 16일에 현립 공원으로 지정되어 일반에 공개된다. 그 후 쇼와昭和 28년(1953) 3월에는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특별 명승’으로 지정되어 지금에 이르고있다.


리쓰린고헨의 총면적은 약 76만m2이며, 산지부를 제외해도 16만m2에 달해 특별명승으로 지정된 일본 정원 가운데에서는 가장 넓은 공간적 범위를 가진다. 이 정원은 자운산紫雲山을 배경으로 조성된 6개의 못4과 13개의 축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원은 현 상공장려관을 중심으로 북역北域과 남역南域으로 구분되는데, 정원의 핵심은 남역에 해당되며 관상의 대상 역시 이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경기도 문화재위원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현재는 한국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저서로 한국의 전통조경한국의 전통수경관정원답사수첩』 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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