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관조명] 빛의 수묵화
죽녹원 야간경관 개선계획
빛은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죽녹원竹綠苑 죽림에 스며드는 따듯한 빛은 대나무 그림자를 만들고, 대나무 그림자는 죽녹원 산책로를 밝히는 빛의 선형으로 한 폭의 수묵화를 그린다. 빛을 디자인하기에 앞서 자연의 모습, 죽림 그대로의 경관미를 나타낼 수 있는 빛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그래서 대나무 숲의 선형 자체를 한국적 수묵화의 모습으로 승화시키기로 했다. 빛의 모습은 대나무 숲의 어둡고 무서운 이미지 대신, 편안하고 따뜻한 저녁노을처럼 그 속에 흐르게 했다. 산책로는 대나무의 자유로운 직선과 부드러운 곡선이 만들어 내는 빛 그림자로 한 폭의 수묵화가 되는 것이다. 무섭거나 어두운 공간이 아닌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기를 나는 소망했다.
전국 대나무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전라남도 담양군, 그 속에는 담양의 죽림을 상징하는 숲이 존재한다. 바로 ‘죽녹원’이다. 이곳은 담양군이 성인산 일대에 조성하여 2003년 5월 개원한 대나무 정원으로, 담양읍 향교리에 약 16만m2의 울창한 대숲이 펼쳐져 자연의 풍광을 담고 있다. 여기엔 죽림과 죽향竹香을 느낄 수 있는 2.2km의 산책로가 있다.
서양에서는 판도라 이야기를 빌려 인간의 본성 가운데 선과 악으로 빛과 그림자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면, 동양은 자연의 이치를 빌려 음과 양으로 그 의미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음은 그림자이고 양은 빛인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빛은 삶과 희망과 백색에, 그림자는 죽음과 절망과 검은색에 비유되기도 한다. 심지어 하늘과 지옥으로까지 비화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림자 없이 빛은 절대 정의될 수 없다는 점이다. 나의 그림자는 내가 꿈꾸는 빛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죽녹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죽림이 만들어 내는빛 그림자에 의해 구불구불한 산책로 선형은, 따듯하고 부드러운 화선지가 된다. 그 위로 죽림의 음영이 만들어 내는 선형미가 여백의 미를 담아내는 동양화의 화폭에서처럼 길을 감아 돈다. 이러한 점이 담양 죽녹원 빛의 디자인 콘셉트다.
빛 디자인에서는 공간을 밝히고 안전을 확보하는 점도 중요하지만, 그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이해와 시각의 순응이라는 심리학적인면이 고려되어야 한다. KS A 3011 권장 조도 중심의 획일화된 디자인이 아니라, 공간의 특성을 고려한 조도와 감성을 나타낼 수 있는 빛을 찾아내어 표현하는 것도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담양 죽녹원에 대한 나의 생각은, 빛이 아닌 그림자라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찾아주자는 것이었다. 처음 여기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죽림의 푸름과 자연스러운 풍광이, 밤이 되어서는 그와 달리 매우 깜깜하고 무서웠던 기억이 있었고. 그래서 주간과 다른 야경의 모습 속에 빛과 그림자라는 두 가지를 계속 머물게 했던 것 같다. 빛이 비추어지면 그림자가 생겨난다. 낮의 모습이 빛이 라면 밤은 그림자가 되어 어두운 이미지로 떠오른 다. 이런 그림자를 어둡고 무서운 존재가 아닌 아름답고 부드러운 존재로 만들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림자의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주간의 죽림의 경관미를 훼손시키고 싶진 않았다. 나의 작은 빛은 여기서 출발해 죽녹원만의 전원적인 자연 풍광을 느낄 수 있도록 절제된 빛으로 디자인되기 시작하였다.
이연소는 1969년생으로, 건국대학교 예술대학에서 미술학을 전공하고 명지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문화재 야간경관에 대해 연구했다. 이어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문화재 야간경관에 미치는 조명 물리량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명지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겸임 교수로 강의했고, 2005년 도시경관조명 설계전문회사 ‘유엘피 빛공해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청계천 복원 건설공사 3공구 경관조명 설계’, ‘서울시 한강르네상스 야간경관 마스터플랜’, ‘서울특별시·부산광역시·대전광역시·대구광역시·구미시·원주시·충주시 야간경관 기본계획’ 등을 진행했다. 도시 경관에서 조명이라는 획일화된 공간의 계획이 아닌 빛(光)이라는 감성적 관점과 ‘새로운 빛의 언어인 절제’라는 콘셉트를 주제로 활동하는 조명 디자이너다.
-
[세계의 골프장] 더 폴스 골프 클럽
일전에 소개한 적 있는 레이크 라스베이거스 리조트Lake Las Vegas Resort 골프 코스 중, 사막의 황량함과 기복 있는 암반 지형에 고스란히 녹아든 듯한 경관이 인상이 깊었던 ‘폴스 골프 클럽The Falls Golf Club’으로 안내한다.
황량한 사막을 30분쯤 달렸을까? 돌로 치장하여 투박하지만, 사막과는 절묘하게 어우러진 클럽하우스가 우릴 반긴다. 클럽하우스 전면에 펼쳐지는 연못과 캐스케이드가 코스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아웃코스 9홀은 야트막한 암반 지형을 따라 배치되어 있어 지형적인 변화감은 단조로운 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각 홀의 전략적인 부분을 많이 고려한 인상이 짙다. 매 홀 펼쳐지는 색다른 전략 홀은 골퍼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인코스 9홀은 약 100m의 표고 차를 가진 바위산에 조각칼로 오려낸 듯 배치되어 있다. 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다소 파격적인 루트는 오히려 흥분과 짜릿함 그 자체였다.
위치101 Via Vin Santo, Henderson, Nevada 89011
규모18holes 7,250yards, Par.72
설계Tom Weiskopf
개장2002
노준택은 도시공학 박사이자 골프 코스 설계가로, 로가이엔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베스트 코스에 선정된 바 있는 Sky72 G.C 하늘 코스, 골든 비치 G&R, 베어크리크 G.C 크리크 코스, 블루원 상주 등 다수의 골프 코스를 설계하였으며, 최근에는 웰링턴 G.C와 이천 마이다스 C.C의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
[조경수 관리] 수목 피해
사람과 기계로 인한 수목 피해
줄기의 수피가 갈라지는 피해
때 아닌 해충들
사람과 기계로 인한 수목 피해
조경수는 사람과 자동차, 기계장비 등에 의해 가지가 부러지거나 줄기의 수피가 벗겨지는 피해가 잦다. 수목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행위vandalism와 활착 후 지주와 당김줄을 줄기의 직경 생장보다 늦게 제거해 나타나는 피해 등 관리 부족으로 피해를 보아 고사하거나 정상적인 생육을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주목과 당김줄에 의한 피해는 고정되는 부위에서 가지 쪽과 심한 직경생장의 차이가 있다. 이는 수관부에서 영양분이 뿌리 쪽으로 이동하다 고정되어 조여지는 부위에서 아래로 못 내려가 이상 비대해지는 현상으로 피해가 심하게 나타난다.
잔디 깎기와 예초 시 예취기 칼날에 의해 나무 밑동이 잘리거나 수피가 벗겨지는 행태를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연중 잔디 깎기 횟수에 따라 같은 부위가 반복해서 피해를 받으면 다른 나무에 비해 수고와 직경 생장이 작고 수세가 쇠약해지기 쉽다.
최근 들어 공원과 정원, 가로수로 유실수와 참나무류의 식재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사람들에게 매질 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가을철 도토리와 밤 수확을 위해 호박돌이나 망치, 해머를 사용해 줄기를 심하게 가격하여 수피는 물론 목질부까지 상처를 받아 수세가 약해지고 있다. 특히 가슴높이 부분이 마치 코브라 뱀같이 불룩하게 자라는 형태가 많은데,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타격하여 생기는 현상들이 대부분이다.
가로수나 건물 앞에서 크게 자란 수목들도 수난을 받고 있다. 가로수 중 음식점 앞, 특히 횟집 앞에 있는 가로수는 계속해서 바닥으로 뿌려지는 물이 뿌리 쪽으로 유입되어 황엽과 잎이 작아지는 현상과 수세 쇠약 등 생육이 불량한 모습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관공서는 피해 방지를 위해 계속적인 계도와 법적 조치 안을 마련 중이나 쉽지 않은 일이라 그 피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시골의 앞마당이나 밭두렁에 있는 나무는 인위적으로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안전과 건물의 훼손을 막기 위해, 농작물의 피해를 막기위한 명목으로 행해지는 일들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재산을 없애기 위해 줄기 밑동에 수피를 벗기고 제초제를 바르는 행위도 일어나고 있다. 그냥 고사시키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나무들이 있다. 개인의 안전과 재산 가치 등에 피해를 가져와 생명체를 인위로 죽이기보다는 국가에 무상으로 기부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나무의 생명과 가치가 없어지지 않고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나무 고아 은행’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많이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종범은 상명대학교 일반대학원 환경자원학과에서 환경조경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문화재수리기술자(식물 보호) 자격을 취득하였다. 서울나무병원에서 21년간 근무하였으며, 각종 식물 문화재, 보호수, 노거수, 조경수 등의 치료 및 진단·자문과 대형수목 이식 및 식재 기반 조성 자문을 하였고, 화성시 공원녹지 조성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서울시 교육연수원과 인천시 교육연수원에서 시설관리 교육과정(조경 관리) 강의를 담당하였고, 상명대학교와 한경대학교에서도 강의를 맡고 있으며, 경기농림진흥재단 경기도 지역 4개 대학교 조경 가드닝 코스 강의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식재기법] 고산식물을 위한 암석원 조성 기법(2)
지형계획과 조형
모든 정원은 정밀한 계획과 설계를 바탕으로 조성된다. 암석원도 조성 목적에 따라 위치와 규모가 결정되고, 규모가 큰 암석원의 경우에는 소주제가 정해져 주제원이 계획되기도 한다. 정확한 설계를 위해서는 사전에 현장 조사를 실시하여 주변 경관, 미환경, 토양 등을 분석하고, 특히 고산식물의 생육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토양 배수성, 통기성, 유기물 함량 등을 세밀하게 조사하여 설계에 반영한다. 부지 내에 활용이 가능한 지형이나 기존 암반지대 등도 확인해 두었다가 이용하면 좋다. 실시설계를 할 때에는 설계자의 의도가 충분히 살아날 수 있도록 가급적 자세하게 표현해야 한다.
암석원에 사용되는 소재들의 규격이 일률적이지 않아 도면으로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지만, 가급적 통일된 규칙을 만들어 시공이 용이하도록 도면화 하는 것이 좋다. 단면도, 상세도 등도 세부적으로 작성하고 도면으로 표기하기 어려운 것은 특별 시방서를 통해 부연 설명하거나 관련된 이미지 등을 첨부한다.
암석원의 경우 조성 면적에 비해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국내에서는 관련 자료나 시공 사례가 부족하므로 국내외 다양한 사례들을 충분히 숙지한 후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형 계획과 조형
암석원은 고산지대의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자연형 암석원을 기본으로 한다. 최근에는 정원양식의 발달로 다양한 형태와 기법의 암석원들이 소개되고 있으나 여기서는 자연형 암석원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1. 지형
암석원에서 지형 조형은 전체 부지의 골격을 만드는 작업으로 매우 중요하다. 지형을 계획할 때에는 조성지의 현황을 잘 파악하여 그 특성에 맞게 설계한다. 현황 파악을 위해 계획 부지를 조사할 땐 측량을 통해 현황 레벨을 측정하고 계류, 연못, 골짜기, 언덕, 주요 시설물의 위치와 규모 등을 확인 해야 한다. 기존 지형이나 암반 지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였을 경우 비용 절감 등의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존 지형이 급경사면일 경우에는 이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무리한 성·절토 계획은 피하고 가급적 현장성을 살려서 시행한다. 동선(산책로)은 지형의 변화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위치와 방향을 잡고, 그 후에 계류의 위치와 방향을 구상하는 것이 적절하다.
반면 평지나 비교적 완만한 경사면일 경우에는 다양한 지형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기존 지형을 활용하되 설계자의 의중에 따라 다채로운 지형 꾸미기가 가능한 것이다. 다만 언덕과 골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지나치게 오밀조밀한 지형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므로 주의한다. 지형을 구상할 때에는 전체 부지의 크기와 사람의 눈높이를 고려한 휴먼스케일로 계획한다.
적절한 규모의 언덕과 골은 암석원을 대단히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언덕을 통해 공간을 나누고 변화감을 유도하며,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없는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골은 공간에 깊이를 더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며, 그 규모가 클수록 내부는 바람의 영향이 적어 공중 습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더욱 다양한 종류의 암석 식물을 도입하여 전시할 수 있다. 지형 조형 시 부지 내 표토(약 20cm)는 따로 모아 두었다가 식재용토로 활용한다. 조형을 위해 필요한 흙은 기본적으로 연못이나 골 등 절토가 필요한곳의 흙을 이용하고, 부족할 경우 가급적 배수가 원활한 마사 등을 구입해 사용한다.
지형을 조형한 이후에는 암거 작업이나 조경석 배치로 인해 조형한 지형이 일부 훼손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부지 전반적으로 기본적인 지형 조형이 먼저 이루어지고 난 후 이를 기준으로 연못과 계류 조성 등의 후속 공정을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조형이 이루어지면 완공된 암석원의 모습을 미리 연상해 볼 수 있어서 설계상 미진했던 부분을 발견하고 보완할 수도 있다. 참고로 지형이 높은 지역에는 내건성이 좋은 일반적인 암석 식물 위주로 전시하고, 지형이 낮은 지역에는 풀산딸나무, 복주머니란초, 앵초류, 양치식물 등 고산의 특수한 반음지 식물을 전시한다.
김봉찬은 1965년 태어나,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 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 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
-
[실무정보] 생활형 실용 정원 모델 개발
정원에 대한 일반적 개념은 주택에 딸려 있는 마당과 텃밭을 공통적으로 의미한다. 하지만, 정원이란 의식주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사람의 감정과 정서를 개발시키고 꽃과 나무, 과일과 채소 등 볼거리, 먹을거리를 재배함으로써 공동체의 복지와 건강은 물론 다양한 농업기술과 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와 희망으로 봐야 할 것이라 했다(류근석, 2006/加藤 郁理 등, 2011). 이렇듯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주택정원은 기존의 공간적 의미인 전체 대지에 주택을 짓고 난 나머지 땅인 비건폐지非建蔽地만이 아닌, 주택이 놓여진 장소와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상호 관련된 곳(『환경과조경』, 1994)으로서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성을 갖는 공간으로 해석된다. 즉 주택에 있어서의 정원은 휴식, 여가 활동과 같은 생활에 밀착된 행위가 이루어지는 공간(川根あずさ 등, 2000)임과 동시에 주택 소유주의 취향, 이상향등과 같은 심리 표출의 공간 그리고 주거 환경의 질적 향상을 제공하는 공간(内田 均 등, 2002)이다. 이러한 주택정원의 수요와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정원 조성에 대한 정보나 지식 전달은 부족한 현실이다. 본 연구는 현재 조성되어 있는 주택정원의 공간 요소와 식재 유형에 대한 특징을 파악하여 주택정원의 계획 및 설계, 관련연구에 있어 기초 자료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과제명은 ‘한국의 생활형 실용 정원 조성 기술 개발’이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다.
연구 배경과 목적
정원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를 시작으로 그리스·로마 시대의 신과 왕의 정원에서 서민정원으로 발달해 왔다. 그리고 해안이나 구릉지에 위치한 자급자족형, 전원형, 도시형 별장villa등 유형과 특징에 따라 텃밭 가꾸기, 취미, 관상용 등의 목적에 맞는 정원이 등장하였다. 우리나라는 고구려 동명왕 때부터 정원을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중국과 일본이 자연을 모방하고 인공적으로 재현했던 것에 비해, 풍부한 자연환경을 충분히 이용해 자연 그대로를 즐기는 형태가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정원 산업은 식물부터 정원용 액세서리까지의 관련 산업을 포함하며 정원에 들어가는 초본,목본식물 및 토양 등의 시장이 전체 매출액의 56.1%를 차지한다. 세계 정원 가꾸기 산업(매출)이 2011년 기준 1,865억 달러(208.6조원)에 달하고, 2016년 2,193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Datamonitor, 2012)이다. 산업 시장 점유율을 보면 북아메리카(30.6%), 서유럽(27.4%), 아시아(22.7%), 동유럽(7.1%), 남아메리카(4.3%) 순으로, 정원용식물 재배 관련 기술이 경제 성장 이후 삶의 질을 추구하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성장하고 있다. 서유럽의 시장 점유율은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순인데, 그중 독일의 시장 점유율이 서유럽의 26%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는 중국과 일본으로 양분화 된다. 중국은 196억 달러로 세계 2위 수준의 규모로서 연간 성장률 11.4%를 유지하고 있다.뒤를 이어 일본은 123억 달러 규모인데, 집이 크지않아 현관이나 발코니를 이용한 정원 가꾸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거리 휴식과 주택 내 정원을 이용한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 및 수요가 증가하면서 정원 수요의 증가도 예상된다. 농촌진흥청에서도 관련 전문가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커뮤니티 가든 운영 단체도 증가하고 있다(지난 5년간 90% 이상 증가 추세). 특히 정원 관리 전문가, 설계 전문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텃밭, 개인 휴식 공간, 지역민 공통의 공간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어 산업적으로도 정체되어 있는 화훼, 화목류 시장을 활성화하고 원예용 자재생산·유통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정원 관련 산업의 지속적인 확산이 기대되어 한국의 생활형 실용 정원 조성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정원 관련 연구는 주로 문헌 자료를 통한 당시 식생 모습 및 특징을 파악하고 의미론적 해석을 연구하거나 현재의 경관 및 공간 구성, 식생 현황을 조사하는 것에 그치고 있어, 정원을 조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기법이나 모델에 대한 연구는 부재하다. 시대적 요구에 맞는 한국형 정원 모델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염성진은 한경대학교에서 조경공학을 공부하였고 이후 일본 치바대학교 대학원에서 조경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치바대학교에서 포스트 닥터를 수행하며 ‘녹의 기본 계획’, ‘1000년 마을 프로젝트’ 등의 연구 용역을 수행하였다. 귀국 후 조경설계 비욘드에서 설계 및 계획 관련 실무를 쌓았고 한경대학교에서 후학들에게 강의하였다. 현재는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소장으로 재직하며 생태복원 계획 및 연구를 하면서 강의를 병행하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
[실무정보] 도로 및 환경유형별 가로수 조성·관리 모델 개발(2)
도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일본과 독일의 가로수 조성·관리
도시 이미지와 가로수
통계청은 5년에 한 번씩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분류별(성별, 연령대 등) 행위자 평균 시간을 조사하여 보고하고 있다. 2014년도 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가장 최근 제시한(2009년) 우리나라 일반 10세 이상 인구의 행위자 평균 시간을 살펴보면, 24시간 중 이동을 위해 1시간 52분을 소요하고 있다. 평균 수면 시간이 7시간 50분인 것을 염두에두었을 때,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의 11.5%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이동하는 데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주일 중 5일 이상을 학교나 근무지, 자택에서 보내는 도시민들의 일상을 고려해 보면, 이동 중에 지나치는 가로수가 식재된 공간은 단순히 ‘길’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일상에서 굳이 시간을 내어 찾아가지 않아도 접할 수 있는, 중요한 ‘녹지 공간’인 것이다. 또한 우리가 일상을 떠나 여가를 보내기 위해 타 지역으로 이동할 때, 도로를 통과하면서 그리고 새로운 지역으로 진입하면서 가로를 가장 처음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가로 공간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가로수’라 할 수 있다.
일본 도쿄의 가로 녹지 조성과 관리
다양한 수종의 가로수 식재
도쿄는 일본의 수도이자 연간 5백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 도시다. 도쿄의 가로수조성 관리 내용 중 주목할 만한 것은 가로수 수종이다. 2005년 도쿄도 건설국 공원녹지부 자료에 의하면 도쿄에는 총 33종의 가로수가 식재되었는 데, 중요한 점은 수종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수종의 균형 있는 배분이다. 1982년에는 도쿄에서도 은행나무와 양버즘나무가 55.8% 정도 식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가로수 편중 현상이심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가로수종 갱신 사업을 추진하여 현재는 33개 수종 중 식재 비율이 15%를 넘는 것이 없다. 그나마 10%를 넘는 수종은 은행나무와 산딸나무, 두 수종뿐이다. 가로수 대부분이 수종별 5% 미만의 비율로 식재되어 있어 도심 어디서나 다양한 수종이 연출되는 가로 경관을 접할 수 있다. 아직까지 서울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가로수 중 63.6%가 양버즘나무와 은행나무인 것과는 비교되는 사항이다.
토지 이용별 가로 녹지 조성
서울시에서 1995년 가로수 기본계획을 수립할 당시만 해도, 가로수는 6~8m 간격으로 점적 식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하부에 관목을 식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로여건에 따라 쥐똥나무, 회양목, 주목, 남천 등 다양한 관목을 식재하고 있으며 녹지 확충과 도시 녹화의 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도쿄는 가로를 보다 풍성한 녹음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보다 체계적으로 가로 내 보도를 활용한 녹지를 조성하고 있다. 실제로 도쿄에 조성된 가로수 및 가로수 하부 띠 녹지의 차별성과 체계성은 토지 이용별 조성 현황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다. 먼저 근린주구 내에 위치한 가로를 살펴보면, 이들 지역은 대체로 도로와 보도 폭이 좁으나 도심 지역에 비해 보행량이 적고, 주변에 공동주택이나 소규모 공원이 위치할 경우 이들과 연계한 가로 녹지 조성도 가능하다.
도쿄 에도가와구에 위치한 후나보리의 먼나무 가로 현황을 보면, 폭 3m에 불과한 좁은 보도 중 1m를 띠 녹지로 조성하여 영산홍, 금목서 등의 관목을 식재하였다. 특히 좁은 보도 폭을 고려하여 양버즘나무나 은행나무와 같이 대형목으로 생장하는 수종이 아닌, 비교적 크기가 작은 수목을 식재하여 공간의 활용성과 관리 용이성을 높인 것을 볼 수 있다.
시부야에 위치한 오모테산도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곳으로, 느티나무가 식재된 가로수길 쇼핑몰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주요 관광 코스 중 하나다. 우리나라 상업지 일대 대부분의 가로수 관리 난제 중 하나는, 간판 가림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이다. 그 해답을 오모테산도의 사례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이곳은 느티나무의 지하고가 높게 형성되도록 조성·관리하면서 양측의 수관이 맞닿게 되어 풍부한 녹음을 제공하고, 보행 공간을 제외한 여분을 활용하여 영산홍을 식재함으로써 띠 녹지를 이루고 있다. 이를 통해 가로수에 의한 간판 가림이 최소화되고, 보행자가 충분한 공간을 활용하면서 녹음과 봄철 꽃 경관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가로 녹지 전체가 하나의 녹지 공간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가로 숲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대표적인 사례를 제시하기에 한계가 있다. 반면 일본 도쿄에서는 대규모 공원과 연계하여 조성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도쿄 내에 위치한 요요기공원이나 히비야공원 주변에는 가로수와 관목 중심의 띠 녹지로 구성된 단순한 구조가 아닌 8m 간격의 가로수 하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숲과 같이 조성되어 있다. 후박나무, 녹나무, 왕벚나무 등의 교목성상 수종과 동백나무, 꽝꽝나무, 돈나무, 영산홍, 뿔남천 등 다양한 관목을 식재한, 폭 2m 내외의 띠 녹지다. 이러한 공간은 여름철 효과적인 녹음을 형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절별 꽃, 단풍 등의 다양한 경관을 제공하고, 도로에서 유입되는 각종 오염 물질이나 열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공학적 기능도 극대화할 수 있다.
한봉호는 1968년 태어나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환경 생태학 및 환경 생태 계획학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기술사사무소 LET 부설 환경생태연구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건설 사업에 환경 생태적 특화 방안을 제안하는 등 새로운 방향 모색을 시도하였다. 2003년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후에도 독일의 Landschaftplanung(조경계획)을 국내 여건에 맞게 새롭게 정립한 환경 생태 계획 기법을 바탕으로 도시, 산림, 하천 등 다양한 분야의 계획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공저로 『환경생태학』, 『환경생태계획』 등이 있다.
곽정인은 1978년생으로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환경 생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시생태학연구센터 HUNECO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도시림, 가로수, 도시 하천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현재 환경생태연구재단의 사외 이사, 환경생태연구센터 센터장,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겸임 교수로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공저로 『환경생태학』, 『환경생태계획』 등이 있다.
-
[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1.녹색 대지붕
50평의 대초원 지붕
2009년 말 건축가 마에다 유리前田由利 씨가 보내준 준공 견학회 초청장이 도착했다. 마에다 씨는 한결같이 초가지붕 주택을 선보여 온 건축가다. 그런데 난 유감스럽게도 최근 두 번 연이어 준공 견학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체로 견학회는 토요일에 개최되는데 주말 출장과 겹쳐 버리면 도통 갈수가 없는 것이다. 이번엔 연초에 진행되었는데 다행히 입시 업무와 출장이 겹치지 않았다. 여느 때 처럼 학생들에게 초청장을 보내고 나도 견학회장으로 향했다.
장소는 오사카 남부에 있는 쿠마토리熊取라는 마을로, 대학과 집에서 가까운 거리였다. 차로 가면 40~50분 정도. 고베神戸의 산 속에 있었다면 가는 것만 반나절 걸리는데, 그에 비하면 엎어지면 코닿을 곳이라고 말해도 좋을 거리다. 그렇지만 일정이후에 항상 있는 축하 회식을 생각하면 전철이나 버스로 가야 한다. 좀 귀찮지만, 어떻게든 괜찮은 환승 방법을 찾아내 쿠마토리 역까지 겨우 도착했다. 다행히 그곳에서 차로 이동하던 학생과 우연히 합류하여 생각 외로 편하게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 속의 신흥 주택지에 세우는 집들은 모두 넓다. 나중에 들었는데, 일반적인 분양 주택의 약 2배 정도 넓이라고 한다. 도착한 장소도 그 안에 포함되 었지만, 이 건물은 상당히 작게 보였다. 옆 건물과 비교하면, 높이가 2/3정도 밖에 안 되어 보였다. ‘로프트가 있는 단층집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실내로 들어가 보니 놀라울 정도로 넓게 뻥 뚫린 2층 집이었다. 마치 입체 그림 속에 들어 온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다시 밖으로 나와 재차 외관을 확인할 정도였다.
마에다 씨에게 물어 보았더니, 1층과 2층을 연속적인 지붕으로 덮는 콘셉트로 설계하였는데 높이를 낮게 하려고 한 의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초가지붕 주택은 천정과 지붕 사이의 공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대체로 건물 높이가 낮지만, 1층과 2층의 연속 지붕과 무천정이라는 조합이 이러한 모습을 낳은 듯하다. 또 평면도 상에서 보면 건물 전체가 앞으로 말린 형상으로, 지붕이 제일 안쪽 동棟으로 꺾여 있는 점이 시각적으로 더욱 작아 보이는 인상을 주는 것 같다.
지붕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잔디 요양 중 -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오사카의 외진 곳까지 오는 견학자가 드물고 이미 뿌리가 활착되어 있기 때문에, 마에다 씨는 “좋아요”라고 허락했고 모두 지붕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모습은 마에다 씨, 초가지붕의 토양재료를 만든 철공소의 사장님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이 지붕 위에서 그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다. 이 지붕에 오르면 세토나이카이瀬戸内海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춘추의 좋은 계절에 바비큐라도 하면 좋을 것 같다. 이번은 “녹색 대지붕”이라는 제목을 붙인 만큼, 정말 광대한 초가지붕이다. 마에다 씨가 설계한 가운데 최대 면적이고 대략 50평 넓이다. “스키장의 겔렌데Gelände같지요”
라고 마에다 씨는 말했다. 개구쟁이 아이들이 놀며 뛰어 내릴 것 같은 생각도 드는데, 지붕에 올라가도 괜찮은 사람들을 선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
[저영향개발] 세타가야 댐
일본 동경도 세타가야 구의 분산형 빗물 관리 정책
세타가야 댐이란 도심에 실제 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분산형 빗물 관리시설(빗물 이용·침투시설등)이 모여 마치 대규모 댐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로, 세타가야 구가 표방한 물순환 정책 슬로건이다. 일본 동경도 남서쪽에 위치한 세타가야 구世田谷区는 인구 약 86만 명으로 주거지가 많고 도심 상권시부야渋谷에 인접하여 지가가 가장 높은 구에 속한다. 구는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는 도시 홍수에 대응하기 위하여 분산형 빗물 관리시설을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는 정부의 물순환 도시 정책에 부응하고 효과적인 빗물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자 세타가야 구의 선진 사례 현장을 방문하였다. 세타가야 구청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물순환 정책의 배경과 시설 현황을 소개 받았으며 답사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상호 두 지자체 간의 지속적인 정책 및 기술 교류 그리고 활성화를 위한 상호 업무 협약을 체결하였다.
홍수 대책으로서의 분산형 빗물 관리
세타가야 구는 도시형 수해를 방지·경감하는, 수해에 강한 마을 건설을 목표로 1996년 ‘세타가야구 유역 치수 대책 추진 계획’을 책정했다. 이 계획에 따라 하천·하수도 정비 등의 치수 대책과 병행하여 빗물 저류·침투시설 설치를 추진해 왔다.
특히 근래의 국소적 집중호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하천·하수도 정비나 빗물 유출을 억제하는 유역 대책뿐만이 아니라, 구민 스스로 생명·재산을 지키기 위해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강조되었다. 그래서 구는 추진 계획을 재검토해 ‘건축·마을 건설 시 홍수 대책’과 ‘홍수 시 피난방안’을 추가하였고, 2009년 10월에 새롭게 ‘세타가야 구 호우 대책 기본 방침’을 책정하였다.
세타가야 구에서 제시하는 유역 대책이 의미하는 시설을 모식도로 나타내면 <그림3>과 같다. 다양한 소규모 빗물 관리시설(침투시설과 저류시설, 빗물 정원 등)을 세타가야 구내의 모든 토지 이용 속에 분산적으로 배치하여 홍수에 대응하고자 한다.
이 ‘유역 대책’은 공공과 민간시설로 구분되어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공공시설은 다시 ‘구청 관리시설’과 ‘시·정부·공공 관리시설’로 구분된다. 세타가야 구는 민간시설 또한 대규모와 소규모, 기존 주택 등으로 나누고, 각각 감당해야 할 저류·침투량을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민간 건축물과 시설에 대한 의무적 조항을 신설했는데, 이러한 민간 참여와 의무는 현재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저영향개발 사전협의제도’와 일맥상통한다.
권경호는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을 배우고, 독일 베를린 공과대학교에서 응용수문학·도시물관리 분야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관심 분야는 저영향개발(LID)과 그린인프라(GI), 저개발국 기초식수공급, 독일 통일 전·후의 도시 인프라 계획 등이다. (재)한국먹는물안전연구원 내의 도시물순환연구센터에서 분산형 빗물관리의 도시홍수 방재,물순환,비점오염 저감 효과 측정 및 수문모델링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
[도시생태복원] 도시 습지 복원과 창출
주지하다시피 습지는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생태계 유형 중의 하나다. 물을 갖고 있어 다른 생태계에 비해 저서성 대형 무척추동물, 어류, 양서류, 물새 등의 서식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은 모든 야생동물이 필요로 하는 절대적인서식처 요구 조건 중 하나다. 달리 말해 물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생물종은 없다고 봐야 한다.
2006년 12월 31일, 한 신문 기사는 산림 가장자리의 작은 연못에서 일어난 작은 기적(?)을 소개한바 있다. 조금 긴 내용이지만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회색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시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을까. 경기도 안산시에서 시화호 지킴이로 10여 년째 활동하고 있는 환경사진작가 최종인(52) 씨가 이런 궁금증의 일단을 풀어냈다. 최씨는 지난 9월부터 1년의 기간을 정해놓고 안산시청 뒤편 담장에서 가까운 야산에 야트막한 물웅덩이를 파놓고 조류의 생태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HD-TV용 카메라가 설치됐고 고성능 마이크도 동원됐다. 당초 목적은 물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서였지만 천연기념물 323호인 붉은배새매와 황조롱이, 환경부 보호종인 말똥가리 등 뜻하지 않은 ‘대어’들이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포착됐다. 지난 4개월의 관찰에서 청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상모솔새 등 도심에서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든 것들을 포함해 무려 56종이 이 물웅덩이를 찾았다. 스스로 조류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는 최씨조차도 주택가에서 멀지 않은 야산의 산책로 옆에서 이렇게 많은 종류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시화호가 가까워 서식하는 조류가 다양할 수 있지만 공해를 유발하는 공단이 조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산의 도심에 이렇게 다양한 조류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연합뉴스」 2006년 12월 31일자.
기사의 요지는 도심 속 작은 연못이 다양한 조류에게 물을 제공하는 서식처로서 큰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봤을 때 도시의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습지 생태계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지난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URBIO(도시 생물다양성과 설계) 콘퍼런스의 주제도 ‘도시와 물Cities and Water’이었다.
일반적으로 습지는 그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 연안형 습지, 하구형 습지, 하천형 습지, 소택형 습지, 인공형 습지 그리고 호수형 습지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더욱 세분화시켜서 습지의 구체적인 유형을 구분하기도 한다. 도시라는 공간에서는 이러한 습지의 유형이 모두 나타나기도 한다. 이번 원고 “도시 습지 복원과 창출”은 이 모든 유형을 대상으로 할 수 있지만, 분량 탓에 개별적인 유형별로 조성이나 복원 방향을 제안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조성 혹은 복원하고 있는 사례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몇 가지 고려사항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도시지역에서의 습지 보전과 복원, 창출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천 분야의 경우, 양재천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자연형 하천 사업이 진행되었고, 제주도의 산지천과 서울 청계천 등과 같이 복개되었던 하천을 복원하는 사업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또한 인공형 및 소택형 습지에 해당하는 독립적인 생태연못을 만들거나 생태공원 내 다양한 생물의 서식을 목적으로 습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적극 추진 중이다. 수질 정화를 목적으로 조성하는 습지 사업 또한 활성화되어 있다. 최근에는 낙동강 등의 하구복원을 위한 시범 사업들도 진행되고 있다. 그야말로 습지 복원이나 창출을 위한 사업들은 매우 다양하고, 이에 따라 이 분야의 예산도 증가 추세에 있다.
조동길은 1974년생으로, 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하였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 이사로서 생태복원, 조경, 환경디자인, 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 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 R&D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양대학교와 한경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 『자연환경 생태복원학 원론』(2004) 등이 있다.
-
[생태문화·생태복원] 대암산 용늪 생태복원과 생태문화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 하늘과 맞닿은 하늘 위의 은밀하게 숨은 정원, 용늪. 용늪은 대암산 정상 못 미쳐 1,200m 고도에 자리 잡고 있어 냉대기후대에 속한다. 1년 중 170일 이상 안개에 덮이고, 5개월 이상 영하에 머무는 곳, 4,500년 동안 쌓여 온 이탄층에 한반도 생태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용늪의 생태문화적 가치
용늪이 있는 대암산(1,316m)은 강원도 양구군 동면, 해안면, 인제군 서화면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제군과 양구군의 분수령을 이루는 산으로, 대우산(1,178m)과 함께 1973년 천연기념물(제246호: 대암산 대우산 천연보호구역)로 지정되었다. 용늪(1.36km2)은 인제군 서화면 서흥리 산 170번지의 대암산 정상 부근 서북 사면 1,280m 지점에 위치하고(동경 128°07’, 북위 38°13’) 작은용늪과 큰용늪, 심적리습지(애기용늪)로 구성되어 있다. 1997년 람사르협약에 의해 우리나라 람사르습지 1호로 등록되었으며, 1999년에는 습지보전법에 의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또한 산림유전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엄격하게 보호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탄습지는 북방의 냉한대 기후대와 열대우림대에서는 면적 대비 10% 이상의 고밀도로 분포하며 우리나라는 5% 내외의 면적비를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이탄습지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람사르습지로 등록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이탄습지는 대암산 용늪을 비롯하여 5개 습지가 있다.
용늪은 강원도 양구군 동면 팔랑리와 해안면 만대리 경계에 위치한 대암산 정상부에 있다. 일명 도솔산이라고도 부르는데, 도솔산에는 삼국유사에 ‘도솔산재양구동사십리’라는 기록이 전해져온다. 우리 주변에는 용늪, 용탄 등 용이 살고 있거나 승천했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는 곳이 다수 존재한다. 이는 북한 땅에도 유사하여 혜산시 연두동의 용늪에는 용이 승천하였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이곳 용늪에도 용이 살고 있었고,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그 깊이도 명주실 한 타래가 빠질 정도의 깊이라고 한다. 또한 용늪에는 가뭄 때 기우제를 지냈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 내려온다.
용늪의 중요한 기능은 이탄층과 물이끼, 사초기둥, 벌레잡이 식물, 그 외 다른 유형의 습지에서 보기힘든 독특한 식물상의 보고이며, 이탄층에 역사를 포함하고 있고 또한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용늪과 같은 이탄습지의 중요성은 탄소순환에 있다. 탄소순환에 대해서는 이미 소개한 바 있고 이 글 뒷부분에서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환경부(2012) 조사에 의한 대암산 용늪 식물상은 67과 163속 총 233분류군으로, 주요 군락으로 뚝사초군락, 진퍼리새군락, 갯버들군락, 산사초군락 등 33개 군락이 분포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야생식물2급인 기생꽃, 날개하늘나리, 닻꽃, 제비동자꽃, 조름나물 등이 자생하고 있다.
용늪이 위치한 곳은 산지로 둘러싸인 분지로서 주로 빗물에 의존하지만 그 외에도 유역에서 유입되는 지표수, 지하수 등이 산지의 경사면을 따라 흘러 들어와 물이 늘어남에 따라 습지식물의 개체수가 증가하여 형성되었다.
구본학은1959년 대전 생으로,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계획, 설계, 시공, 관리, 기술 개발 등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였고, 혜천대학을 거쳐 현재는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환경생태, 생태복원 분야에서 설계·시공과 관련된 공학적 이론을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제 규모의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생태문화포럼’을 주관하고 있다. 습지와 생태 문화를 사랑하는 동료들과 함께 해외 중요 생태 문화 자원을 다수 탐방하였으며,『습지생태학』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