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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앤피플] 박원제 "조경전문가 배제시키는 상식 밖 조경감리제도"
  • 나창호 (ch_19@daum.net)
  • 입력 2019-06-26 09:22
  • 수정 2019-06-2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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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제 건설기술인협회 조경기술인회장

 

[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처럼 조경감리는 조경감리원에게 맡기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민간 공동주택에서 조경감리를 하는 사람의 93%가 토목, 건축분야의 비전문가다. 법과 제도를 논하기 앞서 상식적으로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 한국건설기술인협회가 첫 직선제로 실시한 선거에서 제9대 조경기술인회 회장으로 박원제 그린방제 원장이 당선됐다. 그의 대표 공약은 1500 세대 이상의 주택건설공사에만 배치돼 왔던 조경감리 배치기준을 300세대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었다.


“3년 전부터 국회와 국토교통부, 조경단체를 찾아다니며, 불합리한 조경 감리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조경회사 명함을 들고 정부와 국회에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조경감리 사업과는 무관한 조경인의 한 사람이지만,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잘못된 조경감리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조경기술인회 회장으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조경기술인회는 3만 7000여 명의 조경기술자(여성기술인 34%)가 등록돼 있는 조경기술자 직능단체로, 조경기술인의 복지와 권익을 높이는 사업을 하고 있다. 당선 소감을 묻자 그는 “이번에 조경기술인회 회장으로 당선된 것은 조경감리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회원들의 바람이 컸기 때문”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3년 임기동안 그가 추진할 역점사업 역시 조경감리제도의 정상화다.

 

조경감리제도 논란의 핵심은 관련 법제의 모순에서 출발한다. 현재 공동주택 건설공사의 조경감리를 규정하는 제도는 ‘건설기술진흥법’과 ‘주택법’이다. 박원제 회장은 “‘건설기술진흥법’은 국토부 건설정책국 기술정책과 소관업무이고, ‘주택법’은 주택도시실 주택건설공급과 업무로 법령의 집행에 있어서 국토부 내부에서도 상호 상충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공공부문을 다루는 ‘건설기술진흥법(시행령 제55조)’은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공사비 200억 원 이상)에 감리원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고, 실제로 조경기술자가 상주감리원으로 배치되고 있어 논란이 없다. 

  

문제는 민간부문 공동주택을 규정한 ‘주택법’이다. 주택법(시행령 제47조)도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건설공사에 분야별 감리원을 상주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률이 아닌 국토부 고시인 ‘주택건설공사 감리자지정기준’은 조경감리원만 1500세대 이상의 공사에 배치토록 하는 예외 조항을 삽입해 문제가 되고 있다. 


‘주택건설공사 감리자지정기준’ 4조는 300세대 이상의 감리자 자격에 ‘일반 또는 건설사업관리로 등록한 건설기술용역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8조 2항 별표의 부표에 ‘1500세대 이상인 경우에는 조경공사기간 동안 조경분야 자격을 가진 건설사업관리기술자를 배치해야 한다’는 예외 조항을 만들었다. 박 회장은 이를 “조경에 대한 규제”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건축, 토목은 물론, 전기, 정보통신, 소방설비 등 조경을 제외한 전 공종이 300세대 이상에 감리원을 배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경감리만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 이는 상위 법률과도 배치되는 사안”이라며 “조경기술인을 차별하는 국토부의 횡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동주택 건설공사에서 감리제도는 부실공사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고, 주거 수준을 높이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이다. 하지만 박 원장에 따르면 국토부는 감리제도 취지와 배치되는 불합리한 조항을 고시에 삽입해 조경감리에 무리하게 적용시키고 있다. 조경전문가가 아닌 조경감리원을 정부가 양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비상식적 국토부 규정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라며 조경감리제도를 바로 잡아야 할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제 실내 공간에서는 공동주택의 차별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아파트의 외부 공간인 조경에 의해 아파트의 가격이 결정되고 있으며, 녹지복지 패러다임의 대두, 미세먼지 저감, 녹지량 확충에 의해 주민의 삶의 질과 품격이 좌지우지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조경은 식물에 대한 이해를 넘어, 공간계획, 수경시설, 체육시설, 휴게시설 등을 아우르는 전문가의 영역인데,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상식적인지 묻고 싶다.” 


최근 공동주택들도 지하주차장을 확대하면서 지상 조경면적을 늘려가는 추세이고, 세대수와 상관없이 입주민의 요구에 의해 테마정원, 조형물,  수경시설, 모험놀이터, 산책로 등을 설치하며 품질향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경분야 전문자격을 가진 기술자의 감리 수행 필요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조경감리원이 상주하는 현장은 전체 현장의 7.4%에 불과하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감리용역 발주건수는 283건으로 이중 1500세대 이상은 21건에 그친다. 전체 92.6%를 차지하는 1500세대 미만의 공사의 조경감리가 비전문가 손에 의해 다뤄지고 있다. 


이에 한국조경협회는 지난해 조경감리제도 개선을 위한 청원운동을 실시하였고, 700여명의 청원서를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에 지난해 말 제출했다. 최근 한국조경학회, 조경지원센터에서도 조경감리 제도개선에 본격적으로 두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주택건설공급과는 묵묵부답이다. 

 

“토목의 영역을 빼앗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경감리 업무를 조경전문가에게 맡기자는 것이다. 법 개정처럼 어려운 것도 아니다. 국토부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고시’를 고치자는 것이다. 700여 명의 청원서까지 제출했는데, 왜 국토부는 침묵만 하고 있을까?”


사실 박원제 회장이 하고 있는 일은 조경시공, 조경관리 업무로 조경감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런 그가 지난 3년 동안 조경감리제도 개선에 사활을 건 이유가 궁금해졌다. 


“전국 54개 대학 조경관련학과에서 1000명의 전공자가 배출되고 있지만, 전공에 맞춰 취업을 하는 졸업생은 일부이다. 어떻게 보면 국가적으로 인적 자원낭비라 볼 수 있다. 조경분야의 미래인 우리 후배들의 앞날을 위해 잘못된 제도를 바로 잡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들이 조경감리라는 분야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터를 닦아주고 싶었다.”


그는 특히 조경감리제도 개선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조경감리제도가 개선되면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정부의 정책 사업으로 추진 중인 청년 취업난 해소, 여성 일자리 창출(여성기술자 비율 33%), 경력단절 기술자들의 재취업 기회제공 등 일자리 창출에 부응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조경감리 배치기준을 300세대 이상으로 확대하면, 1000명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경분야의 관심과 참여를 강조했다. 


“작금의 조경감리에 대한 규정은 학회와 협회, 발주처, 설계, 시공, 관리 분야 등에 종사하는 모든 조경인이 주목해야 할 문제다. 국토부에 조경업무를 총괄하는 부서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잘못 끼워진 단추에 많은 조경인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조경 안에서도 다양한 전문분야가 있지만, 하나의 중요한 선택이 필요하다면 상호 통합하여 대응하고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조경감리제도 개선은 결국 조경기술인의 위상과 일자리와 관계되는 부분이다. 조경의 자리는 조경기술인 스스로가 지켜가야 한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는 당연히 요구해야 하는 것이 상식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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