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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무는 나무란다
  • 박경복 한국정원산업협동조합 이사장 (1059501@naver.com)
  • 입력 2019-06-09 18:11
  • 수정 2019-06-0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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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복 한국정원산업협동조합 이사장

경복궁 후원에 향원지(香遠池)란 연못이 있다. 향원지에는 원형의 섬이 있고, 섬에는 육각 2층 정자인 향원정(香遠亭)이 있다. 그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취향교(醉香橋)라는 목교를 건너야 한다. 향원지, 향원정, 취향교의 공통 키워드는 연(蓮)이다.

 

북송시대 학자 염계 주돈이(濂溪 周敦頤, 1017~1073)는 애련설(愛蓮說)에서 군자가 지녀야 하는 성정을 연(蓮)의 성질에 빗대어 다음과 같이 칭송하고 있다.

 

나는 유독 연꽃이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럽혀지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비어 있고 밖은 곧으며, 

덩굴지지 않고 가지 치지도 않으며, 

‘향기는 멀어질수록 더욱더 맑고(香遠益淸)’ 우뚝한 모습으로 깨끗하게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지만, 함부로 하거나 가지고 놀 수 없음을 사랑한다.

 

 

연꽃 향을 표현한 '향원익청(香遠益淸)'이란 구절이 경복궁 후원의 경관요소로 사용됐다. 연의 뿌리, 줄기, 잎, 연자, 꽃, 종자주머니 등은 식재료, 약재, 화훼장식용, 직물, 염주, 향수, 공예 및 놀이용품, 조경용 등 다양하게 사용될 정도로 유용한 식물자원이다.


미국 태생의 아동문학가 셸 실버스타인(Shel Silverstein, 1930~1999)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e)'에서 나무의 성질을 부모의 성정에 빗대어 다음과 같이 예찬하고 있다.


한 소년이 사과나무 곁에서 놀고 있다. 

그러다 사과나무에 사과가 열리면 따먹고, 

소년이 자라 청년이 되어 결혼을 한다.

청년은 사과나무 가지를 잘라서 신부와 함께 살 집을 짓는다. 

또 세월이 흘러 청년은 장년이 됐다.

이번에는 아예 사과나무 둥치를 베어 배를 만들어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세월이 흘러 소년은 노인이 된다. 

이제 기력이 다해버린 소년에게 사과나무는 그루터기에 와서 쉴 것을 권한다.

노인이 된 소년은 앉아서 쉰다. 

그 모습을 본 사과나무는 행복해 한다.

 

 

한국의 현대 수필가 이양하 (李敭河, 1904~1963)는 자신의 수필집 '나무'에서 나무를 의인화하여 성자와 같은 나무의 삶을 예찬하며, 나무를 닮은 삶을 살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 아는 덕을 지녔다. 

나무에게는 달과 바람과 새 같은 친구들이 있는데, 

그들을 차별 대우하는 법도 없고 그들이 오고 감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나무의 가장 좋은 친구는 서로 이웃하고 진심으로 공감하는 같은 나무들이다.

나무는 각자 천성대로 가지를 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에 힘쓸 따름이다. 

그리고 언제나 하늘을 향해 손을 펼쳐 들고 감사하고 묵도한다. 

나무는 견인주의자이며 고독한 철학자이자 현인이다.

 

 

인류의 발전사를 돌이켜보면 식물이 인간에게 가져다 준 이로움은 설명이 구차하다. 식물이 없었다면 과연 인간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철학적인듯 하지만 어리석은 질문이다. 진화론적 관점이든 창조론적 관점이든 인간은 식물 없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도 미래에도 식물없는 인간의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호흡 작용을 통해 생명유지 기능에 필요한 산소를 식물로부터 공급받고 체내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호흡의 주된 목적은 산소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우리 몸에서 빨리 제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요즘에는 ‘(초)미세먼지 농도는 어때’가 주된 아침 인사가 되어버렸다. 비상이다. 인간의 생명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인체의 탄소교환 활동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집, 사무실, 학교, 유치원 그리고 도시와 농촌, 산촌, 어촌을 가리지 않고 전 국토, 모든 곳에서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국가 차원의 환경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때문이다.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진단이 따른다. 중국발생, 화력발전소, 자동차배기가스 등이다. 하지만 대처방안은 하나로 모아지는 것 같다. 발생 원인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해결이 안된다.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마지막 해결사 '나무'가 호출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 기업, 그리고 사람들마다 나무를 심겠다고 나선다. 20년 전에 시행되었던 ‘생명의 나무 1000만 그루심기(1998~2002)’는 고건 31대 서울시장의 주요 시책 사업이었다. 그리고 20년후, ‘아낌없이 주는 나무심기 프로젝트’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요 시책 사업으로 다시 소환됐다. 그리고 순천시, 울산시, 창원시,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몇 년 전부터 혹은 올해부터 슬로건처럼 내민 정책이 ‘1000만 그루 나무심기’다. 이중 대전시, 광주시, 서울시 등은 올해부터 3000만 그루 나무심기로 상향조정했다.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인류를 위한 인간의 마지막 소명 같은 것이다. 그동안 국가, 단체, 개인 차원에서 많은 나무를 심고 가꾸어 왔다.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조경인들도 이제 나무를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 달리해야 한다. 염계 주돈이, 셸 실버스타인, 이양하가 그랬던 것처럼 나무를 바라보자. 군자, 부모님, 현인처럼 말이다. 너무나 거창한가? 그렇다면 부모가 갓난아이를 돌보듯 나무를 바라보는 것은 어떠한가? 아이가 태어나면 매일 같이 씻기며,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누인다. 우리도 나무에 이렇게 해야 한다. 


전국 모든 도로변 가로수의 생육환경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선이 지나가는 곳, 간판이 있는 곳의 나무줄기와 가지는 강전정을 당한다. 통신맨홀, 상수도관, 하수도관, 우수관, 도시가스관 등이 지나는 곳의 뿌리는 가차 없이 잘려나간다. 겨울철 눈 온 뒤의 차량과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뿌려지는 염화칼슘은 가로수가 심겨있는 땅속으로 스며든다.


나무를 심자. 하지만 먼저, 심겨진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관리하자. 철학적이거나 문학적 감수성이 아니어도 좋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 나무가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 중구는 지난 2006년부터 가로수를 버즘나무에서 소나무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2008년에는 을지로입구역에서 을지로3가 까지를 ‘속초의 거리’라 명명하고 그 거리에 속초시로부터 기증받은 소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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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을지로3가역 인근 가로수로 식재된 소나무


필자는 오래 전부터 소나무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편견이 있었다. 소나무가 있어야 할 자리는 백두대간 산마루, 해가 잘 드는 남쪽에 면해서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많은 자동차와 사람이 지나다니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가로수로 식재된 소나무와 관리노력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중구의 이야기다.  

 

중구는 매년 주기적으로 가로수와 주요수종에 목욕을 시킨다. 자동차 매연, 황사, 미세먼지 등에 의해 얼룩진 잎과 줄기에 묻어있는 찌든 때를 씻어준다. 나무 목욕은 뿌리가 있는 곳의 토양에 스며들어 염화칼슘을 중화시키고 배출시켜 뿌리가 건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어린아이를 대하듯 때론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대하듯 나무를 샤워시키는 것이 중구의 소나무가 건강한 이유였다.


‘나무도 숨을 쉰다.’ 우리가 종종 잊고 지내는 사실이다. 뿌리가 건강해야 줄기가 건강하고, 잎도 건강해서 호흡작용이 잘 이루어진다. 이제는 나무도 숨을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를 자기 몸 안에 가두며 인류에게 필요한 산소를 내어준다.


나무가 묻는다. “나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나무는 나무란다.

 

박경복 한국정원산업협동조합 이사장 / 가든프로젝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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