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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포럼] 도약하라! 폭포를 솟구쳐 오르는 잉어처럼
  • 홍광표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입력 2019-02-20 19:13
  • 수정 2019-02-20 19:31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미래포럼 세로 디자인 틀.jpg


폭포(滝石組)는 일본의 전통정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다보니 폭포의 유무나 의장의 정도에 따라서 정원의 가치가 평가되어 내로라하는 일본인들은 앞 다투어 최고의 폭포를 만들기를 원했다. 일본사람들이 폭포를 얼마나 좋아했는가는 일본 고유의 정원양식인 가레산스이(枯山水) 정원에도 폭포가 있다는 사실을 보면 이해가 된다. 가레산스이 양식이 무언가? 물 없는 정원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물 없는 정원에 물 없는 폭포를 만든 것이 되니 우리의 상상력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헤이안(平安)시대에 간행된 일본 최초의 작정서 사쿠테이키(作庭記)에는 폭포를 만드는 작법(作法)이 상세히 쓰여 있다. 특히 폭포에 쓰이는 돌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폭포 한가운데 높이 세워 물이 흘러 떨어지도록 하는 수락석(水落石), 수락석 좌우에 놓아 수락석을 지지하는 협석(脇石), 그리고 부동명왕(不動明王)과 그것을 좌우에서 협시하는 삼존석(三尊石)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것을 어떻게 놓아야 하는지도 적어놓았다.
 
헤이안시대가 지나고 가마쿠라시대가 되면, 중국의 영향을 받아 리어석(鯉魚石)이라는 특별한 돌을 폭포에 도입하기 시작한다. 리어석이란 잉어를 상징하는 돌로, 이 돌을 수락석의 전면부 물이 떨어지는 곳에 놓아 마치 잉어가 물을 타고 올라가는 모양을 연출했다. 이것은 중국 황하 상류의 물살이 빠른 여울목인 용문(龍門)을 뛰어넘은 잉어가 하늘에 올라 용이 된다고 하는 등용문(登龍門) 고사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선가(禪家)에서는 수좌가 수행해서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는 것이 곧 잉어가 하늘로 올라가 용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생각했다. 따라서 선찰에 만든 정원에서 용문폭에 리어석을 도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어떠한 돌을 리어석으로 쓰느냐, 그리고 그 리어석을 어떤 방식으로 세우느냐에 따라서 용문폭의 내용은 많은 차이를 보였다. 수좌들은 용문폭을 보면서 리어석의 잉어가 용문폭을 솟구쳐 올라 승천하듯이 자신도 기어코 득도할 것이라는 다짐을 했을 것이다.
 
용문폭은 송나라에서 일본으로 온 임제종 스님인 난케이 도류(蘭溪道隆)가 창안한 것으로 일본에서는 가마쿠라(鎌倉)의 겐쵸지(建長寺)에 처음으로 조성했던 폭포석조형식이다. 그것을 일본 최고의 석립승(石立僧)인 무소 소세키(夢窓疎石)가 배워서 자신이 만든 정원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는데, 무소에게 있어서 용문폭에 리어석을 두는 것은 일념으로 성불을 위해 수행하는 선가의 수좌들이 정원을 하나의 수행처로 삼아 용맹정진하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무소국사가 도입한 본격적인 용문폭은 교토의 텐류지(天龍寺)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후 무로마치시대에 만든 교토의 로쿠온 킨카쿠지(鹿苑金閣寺), 지쇼 긴가쿠지(慈照銀閣寺)는 물론 여러 것에 조성한 선찰의 정원에서 리어석이 등장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작법이 선찰뿐만 아니라 궁원이나 귀족들의 정원에도 적용됐으니 그것은 리어석이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나 입신출세를 원하는 기원석으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일본정원에 조성된 많은 폭포의 리어석 가운데에서 로쿠온킨카쿠지의 폭포에 세운 리어석을 일등으로 친다. 정말 잉어 한 마리가 힘차게 폭포수를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인데, 폭포수가 힘차게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리어석의 존재는 더욱 더 분명해진다. 신기한 것은 몇몇 가레산스이 정원에서도 용문폭과 리어석을 도입하여 상상력만으로 잉어가 급류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표현했다는 점이다.
 
등용문에 얽힌 고사를 보면, 그냥 가만히 앉아서 감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세차게 흐르는 급류에 몸을 던져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는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의 많은 인물들의 고사에서 입증이 된다. 양산보가 소쇄원에 대봉대(待鳳臺)를 지어놓고 임금의 부름을 기다렸지만 평생을 기다려도 교지가 오지 않아 결국은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소극적인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입신출세할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를 보면, 세상이 변하는 것이 두려워서 그것에 대응하지 못하고 기회를 잃어버린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에 정면으로 맞서서 자기를 던진 사람들도 많다. 물론 자기를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던져서 항상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용기와 결단력이었다. 그것이 있었기에 그들은 좌절보다는 성취할 가능성이 많았을 것이고, 실제로 뜻을 이룬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면 그것을 입증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에 무턱대고 맞서는 것이야말로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잘 파악하고 그것에 적절하게 대처해야만 변화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 그 요건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변화에 대응하는 시기와 정도 그리고 속도이다.
 
변화의 내용을 모르고 그것에 대응하는 시기를 잘못 선택하면 그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적정한 시기의 선택은 변화를 이겨내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화의 원인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변화의 결과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시기가 빨라서도 안 되고, 더뎌서도 안 되는 적기를 찾아야 함은 기초적인 이야기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1970년대 초 우리나라에 조경을 도입하여 새로운 건설의 시대를 맞이한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었다. 당시는 건설 붐으로 환경파괴가 심각할 때였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때 만약 조경이라는 새로운 학문과 산업을 도입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변화를 꾀할 것인가 역시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변화에 부분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전면적으로 수용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인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그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변화를 거부하는 힘을 완전히 꺾고 새로운 질서를 찾든지 아니면 그러한 힘과 적당히 타협할 것인가를 결정하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것은 잉어가 하늘로 올라가 용이 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조선을 열었던 신흥사대부 가운데 완벽한 변화를 생각했던 사람들이 없었다면 조선이라는 새로운 왕조는 역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혁신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조경분야도 과거의 틀에 얽매여서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조경이 가진 구조적인 틀을 전면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다른 분야의 엄청난 도전에 희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끝으로 어떠한 속도로 변화를 이끌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를 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했던 50년 조경의 역사는 이제 그것과 비교도 안 되는 시간에 성취할 수 있게 되었다. 건설시장의 구조가 송두리째 바뀌고, 학문이나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타협의 상대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세상을 과거 완행열차의 속도로 간다면 과연 고속전철을 타고 가는 사람을 따라 잡을 수 있겠는가? 이제 조경분야도 시급하게 새판을 짜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학교의 커리큘럼부터, 관에 대응하는 자세부터, 다른 영역과의 소통부터 그리고 조경의 본질적인 성격부터 모든 것을 새로운 틀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온고이지신이라는 말처럼 지난 세대가 만들었던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만큼은 빨라야 살 수 있다. 한발 늦었다는 말은 변화를 온전히 수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쓰는 핑계에 불과하다.
 
이제 조경 1세대가 무대를 떠나기 시작했다. 73학번 교수들이 정년을 하기 시작했고, 산업일선에서도 그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들에게 배운 조경 2세대 역시 나이가 들기 시작했으니 분명히 변화가 우리 눈앞에 온 것이다. 건설시장도 달라졌다. 건설공사 생산체계 개편 방안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건설분야의 경쟁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인다. 도시 안의 자연환경 조성에 대한 영역도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영역간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인구절벽에 부딪혀 몇 년 내로 지방의 조경학과가 존속된다는 보장도 없어졌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조경이 취해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
 
앞에서 말한 리어석이 왜 일본정원의 폭포에 도입되었을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결국은 득도하는 것을 바라는 선원수좌들의 바람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조경계가 바로 이러한 리어석을 도입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우리 모두는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마음자세를 가지고, 변화에 대응하는 시기와 정도 그리고 속도를 지혜롭게 결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경인 모두가 서로 화합하고, 한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야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말뿐인 변화, 말뿐인 대응, 말뿐인 실천은 우리들을 점점 더 어렵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러한 변화는 누가 주도해야 할 것인가? 당연히 우리 조경인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조경분야에서 40년 이상 몸을 담고 많은 혜택을 누린 1세대 조경인들이 이제 새판을 짜는 일에 앞장 서줘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조경이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시장에 나올 때, 조경분야는 향후 50년, 아니 100년의 경쟁력을 다시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마리의 잉어가 되어서 용문폭을 뛰어 넘고, 폭포에서 떨어지는 어마어마한 물살을 뚫고 힘차게 솟구쳐 올라야 한다.
 
로쿠온지의 용문폭과 리어석.jpg
로쿠온지의 용문폭과 리어석

 

그림 2 레이운인(靈雲院)의 용문폭석조와 리어석.jpg
레이운인(靈雲院)의 용문폭석조와 리어석

 

홍광표 /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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