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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기사 내 ‘조경사’ 폐지 논란, 공단 “아직 결정된 사항 아냐” 조경학회·협회 “협의 없었다. 전혀 몰랐던 사실”… 논란 재점화
  • 이형주 (jeremy28@naver.com)
  • 입력 2019-01-10 22:38
  • 수정 2019-01-10 22:38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조경기사 필기시험 과목 중 조경사가 폐지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아직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란 공식 입장을 표명하면서 과목 폐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조경기사 종목에서 조경사 과목이 폐지될 것이란 소식이 알려졌다. 그런데 본지 취재 결과 조경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사안임에도 공단에서는 조경사를 주요 연구대상으로 하는 한국전통조경학회는 물론, 국내 조경학계와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조경학회나 한국조경협회와 어떤 협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이후 조경기사 자격시험 접수 및 응시율과 합격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과목수와 난이도 조정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왔다. 특히 조경사 과목은 실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어 폐지하거나 다른 과목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2015년 한국조경사회 주최로 열린 ‘조경기사 국가기술자격시험 개정을 위한 공청회’ 이후 별도의 의견수렴 및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


이상석 한국조경학회 회장은 “어떤 일이든 정책적으로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있으면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합리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공단이 관련 단체들에 알리고 사전협의하는 과정이 미흡했다”고 아쉬운 심경을 드러냈다.


이에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대변인실을 통해 “조경기사 관련 과목 변경에 대한 논의가 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추가적인 과목 설정이나 변동사항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자격의 개편은 주무부처, 산업계 현장교육훈련전문가로 구성된 ‘자격개편 분과위원회’를 통해 개편타당성 검토, 시험과목 구성의 합리성 등 여러 단계를 통해 자격개편(안)을 개발하고 있다. 개편에 따른 시험과목 등의 변경은 국가기술자격법령에 따른 조경분야 전문위원회의 심의와 법령개정 사항 입법예고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확정하고 있다. 각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서 그에 따르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노재현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은 “조경사는 동서양 조경양식의 흐름과 기법에 대한 이해를 통해 계속적으로 반복 계승되는 조경은 물론 관련 문화현상의 시대 가치를 지속적으로 형성 확장하는 계기가 되는 과목”이라며 과목이 갖는 직무적 연계성과 그 파급효과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또한 “유사학문 분야인 건축사나 토목사의 경우 건조물을 중심으로 한 구심적 학문 성향이 강해 설계, 구조, 시공 분야에서 충분히 역사적 사실을 내포한 문제 수용과 도출이 가능하지만, 조경사는 건조물을 포함한 자연, 풍토, 생태 및 시대사조와 깊이 관련되어 이뤄진 통합적 학문으로서 조경사 과목이 갖는 학문적 원심력을 다른 과목으로 대체하거나 포괄하고자 하는 의도는 매우 불합리하다”며 조경사 NCS 개발과 함께 조경사 과목 유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부터 국가직무능력표준을 활용해 현장의 ‘일’ 중심으로 자격의 내용과 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자격 개편은 그간 00학, 00론 등 이론, 교과 형태로 운영되던 시험과목과 내용을 직무내용 중심으로 개선함으로써 지식보다는 실무수행능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함이란 설명이다.


조경기사도 이러한 방향에 따라 NCS를 활용해 현장 직무 중심으로 개선 중에 있으며, 시험과목 및 내용이 현장의 직무 체계 중심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자격개편에 따라 현행 시험과목 수의 변동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요구되는 지식 등 주요 내용은 시험내용에 포함될 전망이다.


NCS기반으로 개편되는 자격은 국가기술자격법령 개정을 통해 시험과목 등의 변경사항을 확정하고, 2~3년간의 홍보 및 준비기간을 거쳐 변경내용이 시행될 예정이다. 시험과목 변경은 향후 국가기술자격법 시행규칙 개정과 관련한 입법예고 및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2019년 초 확정될 예정이다.



“조경사 통폐합, 업역 축소 단초 될 수도” 우려 제기


조경사가 과목에서 빠질 경우 장기적으로 조경기사 종목 폐지로까지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업역 축소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위기론도 제기된다.


한 공공기관 조경 관계자는 “조경이 점점 산림에도 치이고 환경에도 치이고 하니까 할 수 있는 일을 늘리는 게 중요한데, 과목수를 줄이면 질적인 하락과 함께 활동무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나중에는 건축이나 환경 안에서 조경 과목이 다뤄지고 종목 자체조차 필요 없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무원 A씨는 “조경 분야에서 수목재배, 재료 등을 스스로 NCS에서 뺐다. 그러면서 관리는 산림청으로 자꾸 뺐기고 자격증 과목을 근거로 업역 싸움이 벌어지는 걸 뻔히 보는 상황에서 과목을 스스로 없애는 것은 업역을 줄이는 멍청한 짓이다. 업역을 줄여가면서 오그라들면 10여 년 후면 자격증이 없어질 수도 있다”며 조경사 과목 폐지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 조경 전문가는 “국가기술자격이 NCS로 개편되고 있다. 조경 분야 NCS는 계획, 설계, 시공, 감리만 개발한 상태라 한계가 있다. 생태복원협회 요청으로 NCS 생태부문에 모니터링을 추가했듯 조경사를 NCS에 추가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사, 정체성 확립의 핵심”


조경학과 학생들은 조경기사 시험이 쉬워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우려의 시선을 함께 보냈다.


조경기사를 취득한 경희대 학생은 “통합된다면 계획·설계 과목을 통합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시험을 본 입장에서 두 과목은 기출문제 몇 년 치를 돌려보면 과목 구분이 무의미한 수준으로 보인다. 조경사는 언제 쓰일지 모르지만, 정원·공원의 역사나 흐름을 알아야 다른 것도 잘 보이고 조경가로서 전문성도 향상되지 않을까”란 의견을 냈다.


조경설계회사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예전에 어떤 인터뷰를 보니 미국의 조경가 피터 워커가 조경을 하려면 역사를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한국의 유명한 소장님도 조경사에 관심이 많다고 한 글을 봤다. 조경사를 배우면서 센트럴파크를 만든 게 조경가란 것을 알고 자부심을 느꼈다. 어렵긴 하지만 의미 있는 과목인 것 같은데, 자격을 따긴 쉬워질 것 같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피력했다.


또 다른 학생은 “어차피 조경을 할 것도 아닌데 어떤 과목이 있든 없든 관심 없다. 자격증 따고 공무원 시험 준비할 계획이다. 조금 더 빨리 과목이 줄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저 자격증이 쉬워진다면 감사할 뿐이다”고 말했다.


조경기사 시험을 대비하는 충남 소재 한 대학 조경학과 학생은 “역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어떤 분야든 역사적 흐름을 알고 그 속에서 인과관계의 이해 폭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조경사 시험은 조경이 흘러온 역사와 현재의 방향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시험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풀어보면 다른 과목도 비슷한 양상인 것 같다”며 그간 문제 자체에 난맥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경사 과목은 조경 분야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장치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건축사 자격을 따고 조경을 공부한 한 전문가는 “일반 사람들은 추상화의 가치를 모른다. 미술계에서 가치를 인정하고 볼 줄 아는 사람들이 가치를 매기는 것이다. 조경하는 사람들이 조경·예술적인 눈이 없어지면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다. 바라보는 시야나 접근하는 마인드가 많이 달라진다. 조경사는 학생으로서 그 학문을 배우는 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과목이다”며 조경 분야 스스로 조경사 과목을 버리려 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조경기술사 B씨는 “조경기사 합격률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조경은 토목이나 정보통신과 다르게 예술사조와 함께 하는 응용과학이기 때문에, 조경사를 빼버리면 설계 원리나 시공 원리 해석이 안 되는 일이 생긴다. 난이도 조절을 해야 하는 건데, 출제자들이 자기도 모르는 문제를 내니 본인들이 힘드니까 쉽게 과목을 빼는 것으로 가자는 것밖에 안 된다. 조경 전문가로서 과목을 없애자는 것은 조경가 스스로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경사를 전공하는 한 교수는 “조경사라는 것은 한 시대를 표방하는 양식을 습득하는 기준이 된다. 현재 우리의 조경설계(디자인)가 어느 지점인지를 확인하는 준거가 되기도 한다. 전통을 테마로 조성하고 실질적으로 일본양식으로 퓨전화된 사례가 많은데, 이러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이론적 근거의 답이 되는 과목이 바로 조경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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