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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포럼] ‘젊은 조경가’ 공모를 준비하다가, 문득 남기준 환경과조경 편집장
  • 남기준 편집장 (namkeejun@hanmail.net)
  • 입력 2018-11-26 15:38
  • 수정 2018-11-26 15:56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미래포럼 세로 디자인 틀.jpg

 

사람이 없다고들 한다. 조경학과를 졸업하는 이들이 한 해 수백 명에 달하지만, 조경설계사무소는 늘 구인난에 허덕인다. 한때 조경학과 졸업생들에게 설계사무소가 취업 희망 1순위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은 잊힌 지 오래다. 일간지 사회면을 장식하는 일자리가 없다는 아우성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설계 잘하는 학생 = 공부 잘하는 학생’의 등식도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 때는 공부 잘하는 학생, 그러니까 설계 잘하는 상위권 아이들 몇 명만 설계사무소에 취업할 수 있었어. 설계사무소가 많지 않았거든. 설계를 하고 싶은 학생은 많은데 자리가 많지 않으니까, 결국 상위권 아이들만 설계사무소에 들어갈 수 있었지. 공무원, 공사, 건설사는 설계사무소에 취업 못한 친구들의 차선책이었어.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게 믿겨?”
얼마 전, 직원을 새로 뽑지 못해 걱정이라던 어느 설계사무소 소장이 들려준 오래 전 이야기다.
 
“조경설계사무소가 꽤 늘었다. 불과 몇 년 사이의 급증이다. 공동주택단지와 턴키 프로젝트 조경설계 물량이 증가한 덕분이다. 혹자는 조경설계의 특성상 조직의 대형화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연차가 찬 실장급의 독립이 신생 조경설계사무소의 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 설계사무소를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욕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불가피하게 독립할 수밖에 없는 여건에 내몰린 이도 있을 것이고, 주판알을 꼼꼼하게 튕겨본 결과 창업을 결심한 이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설계를 해보고 싶은 열망이 홀로서기라는 선택으로 연결된 경우가 많을 것이다.”
10년 전에 썼던 글의 일부다. 30명, 50명, 100명 이상의 조경설계사무소가 등장한 시기였다. 한국 조경의 미래가 장밋빛으로 빛나던 시절이었다. 조경설계사무소만 참여할 수 있는 굵직한 공모전도 꽤 열렸고, 사회적으로 주목 받는 대형 공원 프로젝트도 연이어 추진되었다. 그러나 그 기세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굳이 설계사무소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지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격차가 너무 커졌어. 근무 환경도 천양지차고. 한쪽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이야기하는데, 조경설계사무소는 ‘그래도 예전처럼 철야는 안 한다’는 걸 내세울 수밖에 없어. 설계비가 예전 그대로이니 어쩔 수 없는 거지. 이러니 뛰어난 친구들을 뽑을 수 있겠어?”
“모두가 연봉이나 근무 환경 때문에 직업을 택하지는 안잖아? 일이 좋아서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
“그건 정말 극소수지. 뭐랄까, 요즘 설계 스튜디오는 설계하고 싶은 학생들이 없으니 ‘교양 설계’ 같은 느낌이야. 공무원이나 공사나 건설사에 들어가더라도 설계를 좀 알아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읍소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
“일의 매력이 아니라 직업으로서의 조경설계의 장점은 없을까?”
“정년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지. 건설사는 정년까지 근무하기가 쉽지 않잖아. 설계는 본인만 잘하면 일흔 넘어서도 할 수 있고.”
이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의 표정은 대화 내용만큼 어둡지는 않았다. 여기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설계를 재미있어하는 씩씩한 아이들이 있다’며 그 아이들에 대한 칭찬에 눈이 빛나기도 했다. 자신을 포함한 교수들의 잘못도 크다며 학생들이 ‘즐겁게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사명감? 글쎄’라고 말한다. 대신 디자인 자체의 즐거움에 대해 말한다. 단가 높고 좋은 프로젝트가 많지 않은 이 때, 각자가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를 만난 건 토요일 오후 그의 사무실이었는데 그는 홀로 설계를 하고 있었고, 그 시간처럼 혼자 사무실에 앉아 연필을 사각거리며 디자인할 때가 즐겁다고 한다. 무언가를 생산해 내는 즐거움. 그래서 그가 직원들한테 조언하는 건 스스로의 포트폴리오를 차근차근 만들어가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회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각자의 포트폴리오는 지속되지 않겠냐고 한다. … 그는 자기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이 얼마나 있겠냐며, 조경이 그래서 좋다고 한다. 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보기 때문에 방학마다 인턴을 꼭 받는다고 한다.”
환경과조경이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젊은 조경가’ 공모의 취지문을 작성할 때 읽은 글(김연금, ‘요즘 애들은… 그런데 당신은?’, 『조경이 그리는 미래』, 도서출판 한숲)이다. 글쓴이의 양해를 구해, 홈페이지에 게재한 공모 안내문에도 실었다.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각자가 즐거움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는 대목과 “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 조경의 어두운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져가는 이 때, 스스로의 작업을 즐거워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보다 소중한 자산이 있을까?

 

“조경 설계에 몸담으며, 조경을 삶으로 여긴지 16년이 되었습니다. 조경을 함에 있어 득과 실을 따지기보다, 설계에 대한 개인의 무모한 욕심에 기대어 지금까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젊은 조경가들의 약진이 필요한 때입니다. 변화의 시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1회 젊은 조경가 공모에 지원한 어느 조경가의 자기소개서 중 일부다. 스스로가 좋아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는 이들의 오늘을, 그들의 작업을 응원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법이니까. 하지만, 조경의 매력만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다. 길의 입구에서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다른 길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대다수라면 말이다. 조금이라도 그 길을 걸어보아야 계속 걸을만한 길인지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
‘그동안 새로운 길을 내는 데에만 골몰한 나머지, 이미 지나 온 길이 얼마나 탄탄한지 꼼꼼히 살피지 못한 탓일까?’ ‘변화의 시작은 결국 사람일 텐데, 길의 입구에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발걸음을 어떻게 돌릴 수 있을까?’ 물음표만 남긴 채 글을 닫는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 있으니까, 함께 걷는 이들이 아직은 있으니까…

 

남기준 / 환경과조경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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