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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스케이프] 공작
  • 환경과조경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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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리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백주대낮에 남북한 지도자가 손을 꼭 잡고 군사분계선을 왔다 갔다 하질 않나, 지상파에서 평양 시내 모습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질 않나. 지난해만 해도 상상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 틈을 타고 북한에 대한 포럼이나 전시회 등이 봇물 터지듯 열리고 있다. 몇 개월 앞을 예측할 수 없으니 북한 관련 행사를 기획하기 부담스럽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얼마 전부터는 구글 어스가 평양의 지도와 3차원 뷰를 제공하고 있다. 저 아파트엔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저녁 반찬으로 무얼 먹을까. 휴일에는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 그들은 이미 다양한 경로로 남한에 대해 알고 있다는데 오히려 우리는 제대로 아는 바가 없다. 대통령이 금단의 땅으로 향한 며칠 동안 실시간으로 평양의 경관을 볼 수 있었고, 북한 주민들의 인터뷰를 들었다.

영화 공작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대북 첩보 활동을 펼친 공작원의 이야기다. 북한의 핵 개발로 위기가 고조되던 1990년대 초반 상황을 다루고 있다. 핵 시설의 정보를 얻기 위해 사업가로 위장한 박석영(황정민 분)은 베이징에서 북한의 리명운(이성민 분)과 접촉한다. 북한에서 촬영할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남북 합작 광고를 제안하고 평양에 가서 최고 지도자를 만나기에 이른다. 친숙한 첩보 장르지만 익숙한 총질이나 액션 신은 등장하지 않는다. 서로 속내를 숨긴 채 대화로만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건조하고 차갑게 그리던 전반부 분위기와는 달리 신파에 가까운 뜨거움으로 전환된 후반부가 다소 아쉽게 느껴지지만, 재현된 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다.

 

1990년대 공간의 재현은 물리적 요소를 사실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창작자의 이데올로기와 세계관이 투영될 수밖에 없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 데다 특수한 시대의 폐쇄적 공간을 다루기에 기대가 됐다. 화려한 액션 신보다 인물과 상황에 집중하는 영화 스타일에 비춰 볼 때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영화의 주요 무대인 베이징의 특급 호텔과 야시장, 평양시 전경과 김정일 별장, 영변 구룡강 장마당 등을 재현하기 위해 분위기가 유사한 곳을 찾거나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세트를 제작했다고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201811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내 아버지의 고향은 군사 분계선에서 멀지 않은 장단이다. 내 아이보다 어린 나이에 형의 손을 잡고 떠나온 후 눈을 감을 때까지 헤어진 부모를 영영 만나지 못했다. 고향의 뒷산이 빤히 보이는 전망대에 올라 울곤 했다는 그의 청년기 에피소드가 더 아프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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